줄리엣 가드너 지음중학교 입학하면서 선물 받은 세계문학 전집을 여름방학 동안 차례로 읽으며 여러 작가들을 만났다. <제인 에어>와 <폭풍의 언덕>도 그맘때 읽게 되었는데 두 작가가 자매란 것을 알고 굉장히 흥분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야 인터넷이 있던 시절이 아니었으니 책 뒤에 나와있는 작가 소개 정도를 참고해서 브론테 가족의 가계도를 그려보기도 했다. 나중에 자매에게 또 한 명의 작가 동생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브론테 자매들에 대한 관심은 더 깊어졌다.그러나 딱히 더는 이 작가군단 자매들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유야무야 잊고 지냈다.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지금 샬럿, 에밀리, 앤의 이름을 다시 떠올리고 그녀들에 관해 읽을 수 있게 되니 단발머리 중학생 시절이 절로 떠오른다. 그때의 어린 내가 그린 가계도와 흡사한 브론테 가계도를 < 브론테 자매, 폭풍의 언덕에서 쓴 편지>에서 발견하고 눈으로 따라 훑으며 반가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게다가 이 책은 그녀들의 사적인 글인 편지와 일기로 가득 차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클래식 삽화와 브론테 자녀들이 직접 그린 여러 그림도 함께 실려 있음은 물론이다.대중들이 읽도록 기고한 글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끼리 생각과 고민을 나누던 편지와 자신의 꾸밈없는 마음을 드러낸 일기다 보니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들에게 유대감이 쌓이고 가까운 사이가 되어갔다.편지의 대부분을 간직하고 있던 친구 "엘런 너시"가 샬럿의 청대로 편지들을 태워버리지 않았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엘런과 주고받은 샬럿의 편지를 읽고 있으니 150년 전의 그녀를 살려내어 바로 옆에서 숨소리를 듣는 듯 실감이 났다. 행복에 겨운 목소리도 몸이 아파 절로 내뱉는 앓는 소리도 그대로 들려왔다. 추운 겨울 난로망 위에 발을 올려두고 일기를 쓰고 있는 앤의 모습도 이렇게 생생하게 전해지다니. 소름!작가들의 삶을 돌아보고 그들의 문학을 다루는 책들은 자칫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은 접어두어도 되겠다. 말랑말랑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편지와 그 시대를 담은 삽화 130여이 점 수록되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그녀들이 은밀하게 나눈 이야기가 삽화와 함께 눈앞에 그려지며 그대로 드라마 한 편이 되는 것이다.브론테 자매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녀들을 작가로 한 여인으로 속속들이 알고 싶은 욕구가 일렁이는 사람이 읽는다면 그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