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림 지음전혀 성교육이란 것이 없던 시대를 산 부모로서 요즘 같은 세상에서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일은 참 쉽지가 않다. 항상 성교육에 관해 관심이 많았고 걱정해왔다. 또래를 묶어 강사님을 초빙해서 성교육을 시키는 것이 한참 유행처럼 번질 때도 있었는데 수요가 많아 대기줄이 엄청 길었다. 이도 저도 선택할 방도가 여의치 않아 배워본 적 없는 성교육을 직접 하겠다고 나섰다. 콘돔 사용법을 처음 아이에게 가르쳐 준 남편은 아이보다 더 당황스러워 보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초등 고학년 정도의 나이가 되면 배운다는 콘돔 사용법을 우리나라에선 학부모들의 반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점을 우려해서 반대하는지는 짐작이 안되는 바가 아니지만 넓게 보면 필히 해야 하는 교육이라고 믿는다. 책을 읽으면서 성교육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는데 흔히 성교육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성관계와 피임 등은 아주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성교육은 나서부터 시작해야 하는 평생교육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유아기부터 아동기, 더 나아가 청소년기까지 성은 부끄럽거나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님을 교육을 통해 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총 5 파트로 나누어 우리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전반적인 성교육에 관한 요소들을 모두 다루고 있다.유아기의 아이들이 자신의 생식기를 만지는 행위에 대한 올바른 지도법, 성조숙증에 대한 이해, 성표현물을 보는 아이를 대하는 방법, 포경수술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하는 문제까지 부모라면 한 번쯤 고민하고 궁금했을 질문들에 대한 답이 달려있어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위행위를 하는 아이를 보았을 때와 아이가 부모의 성관계를 보게 되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까지 실려있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굉장히 많았는데 그중 달걀과 우유가 성조숙증을 가속화 시킨다는 것은 속설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생식기에 대한 정확한 명칭을 구사하는 아동들이 성범죄에 노출되는 일이 더 적다는 사실은 흥미로웠다. 고추 대신 음경이라 부르고 짬지 대신 음순이라 정확히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단다. 피임 방법이나 기구들도 소개가 되어있는데 이 나이 먹도록 처음 보는 기구를 보고 나의 무지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제 성범죄는 그 위세를 더 떨쳐나가며 디지털 세상까지 장악했다.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뉴스를 듣는 것도 빈번한 일이 되었다. 아이들을 옳은 길로 안내하고 오염되고 무분별한 정보에서 구해내는 것이 어른들의 과제다. 성에 관해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아이들의 발달 과정이다. 다만, 경계를 존중하며 상대를 소중히 여기는 자세를 지닌 아이들로 길러내야 한다. 메타버스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성을 우습게 여기고 부자연스럽게 접하며 피해자가 되거나 가해자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 성에 대한 바른 가치관과 성 예절을 지킬 줄 아는 아이들로 이끌어주기 위해서 우리 어른들부터 부단히 공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