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사랑과 결혼 그리고 삶이 던지는 문제의 해답을 찾아가는 기록
박진서 지음 / 앵글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박진서 지음
이 신박한 제목을 읽고 책이 궁금하지 않을 사람이 있나. 추리소설이 아닌 줄은 이미 알고 있었으니 작가가 들려줄 "이 결혼"이 자못 궁금해졌다.
책을 들고 열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나는 신박한 제목이라고 적은 것을 후회했다. 작가는 정말 살아내고 있었다. 이겨내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불행 앞에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결혼 상대방의 학벌과 직업, 그동안 모아놓은 재산, 키와 외모, 형제 관계, 부모님의 생사, 고향 등등 정말 많은 것들이 결혼의 조건이 되고는 한다. 하지만 의외로 사랑 하나에 빠져 다른 것들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고 결혼을 하는 부부도 적지 않더라. 모두 따지고 결혼해야 옳다, 사랑만이 중요하다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려고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나는 이 판단을 하기에 마땅한 사람이 못된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결정하는 데에 이성과 계산은 이미 남의 이야기였던 저자를 백분 이해하는 입장이므로.
여튼, 작가는 남편과 만난 지 석 달 만에 결혼을 했다. 일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병원을 찾았고 자연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뒤이어 생각도 못 한 부채를 떠안게 되고 남편은 시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자율신경 실조증까지. 연이어 불행은 휘몰아쳤다. 누구라도 도망치고 싶었을 것이다. 숨고만 싶었을 것이다. 하늘을 원망하며 울부짖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울고만 있지 않았다. 도망치지도 않았다. 묵묵히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무거운 짐이 부담스러워 속으로는 남편을 탓하고 미워했다. 자신의 처지를 참담한 눈으로 바라보며 애를 끓였다. 하지만 결혼으로부터 도망치거나 벗어나기를 꿈꾸는 대신 이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마음을 정했다고 호락호락해지는 삶이 아니었다. 더 힘들지 않기 위해서 더 사랑하기로 했다. 그리고 글을 쓰며 마음을 나누고 힘을 얻었다.
톨스토이의 말대로 우리는 누구나 자신들만의 불행을 지니고 산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 결혼으로 인해 시작된 불행, 행복하려고 결심한 결혼에서 상처를 입고 쓰러지는 사람이 비단 작가뿐일까만은 쉽게 포기하고 고개를 돌리는 요즘 사람들과 박진서 님은 참 많이 다르다. 아무리 작은 행복이라 해도 읽어낼 줄 아는 혜안을 지닌 분이기도 하거니와 피터팬 같은 남편분 덕도 있을 테다. 자책하던 모습에서 끌어안고 더 사랑하기로 방향을 트는 용기는 아무나 품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두 분 천생연분이다. 돈이 많고 자식도 여럿이고 건강하다고 더 이해하고 사랑하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더라. 누가 봐도 다 가졌지만 끔찍한 가정을 여럿 봤다. 서로를 믿지 못하고 증오하는 부부, 말 한마디 없이 서로를 원망하는 부모 자식 간, 거짓과 위선을 웃음으로 포장하고 속으로는 칼을 품는 고부까지.
작가가 계속 기대했으면 좋겠다. 설사 또다시 실망뿐이라도 절망보다 희망을 품고 분명 작가 몫으로 점지 되어있을 행복을 모두 찾아내시길 응원한다.
읽으면서 자주 남편을 떠올렸다.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며 살자고 마음먹었다. 작은 행복이라도 감사하고 크게 읽어내자는 다짐으로 충만한 시간이 되었다.
두 분께 한 수 제대로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