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러하 장편소설이 소설은 제1회 K-스토리 공모전에서 350:1의 경쟁률을 뚫고 대상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이 사실 하나로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들었지만 책의 제목, 작가의 이름, 알 수 없는 표지 그림까지 궁금증을 더욱 일으켜 다른 책을 읽는 동안에도 책표지를 손으로 쓸어보고 목차를 넘겨보게 만들었다.작가는 여러 필명을 쓰는데 그 이유를 인터뷰에서 읽고 작가의 마음이 백분 이해되고도 남았다. 스토리를 작가로 덮어버리는 어떤 종류의 선입견도 갖지 않은 채로 주인공과 등장인물들을 바라볼 수 있는 독서, 이 미스터리한 판타지 소설에는 더욱 절묘했다. 작가의 필명 "리러하" 역시 늑골(rib)+폐(lung)+심장(heart)의 합성어로 "가슴에 닿는 이야기를 쓰겠다"는 표현이라니 웃음이 살짝 났지만 인간의 오장 육부를 떼어 필명을 지은 작가가 쓴 지옥 이야기는 왠지 더 끌리지 않는가 말이다.이 책의 첫 장은 지옥과 주인집 할머니가 작성한 부동산 임대차 계약서다.허물어져가는 낡은 단독주택의 주인 할머니는 어느 날 지옥에 월세를 주게 된다. 그날부터 집 곳곳에서는 벌을 받는 죄수들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방문이 열릴 때마다 끔찍한 지옥의 모습도 보게 된다. 이 집에서 어릴 때부터 살며 손녀처럼 지내던 주인공 서주는 지옥의 관리자인 악마와 마주치고 처음에는 두려워하나 조금씩 둘은 가까워진다. 할머니의 재산을 탐내는 차남과 사채업자들, 점점 인지능력이 떨어져가는 할머니. 서주는 이 암담한 현실 속에서 자신과 할머니를 지켜내야 하고 진심을 보이는 악마에게 마음이 기울다가도 혼란스러워진다.책을 읽기 시작하고 한 번도 내려놓지 않았다. 그만큼 흡인력도 뛰어나고 발상 자체가 신선하다. 악마와의 로맨스라니 살짝 유치해지려다가도 절묘하게 선을 넘지 않는다.게다가 여러 지옥을 엿보는 흥미는 또 어떤가?자라면서 "살아생전 남기고 버린 음식은 죽어서 다 먹어야 한다."라는 전설 같은 말 한 번 듣지 않은 사람이 없을 텐데 세상에나 정말 그 형벌을 받는 사람도 나온다. 그 죄수가 벌을 받는 이유야 조금 달랐지만 그가 들고 다니는 양푼 속 식재료는 직접 보고 있는 듯 머릿속에서 또렷하게 그려져 끔찍했다. 모두 먹어야 한다. 생선 대가리, 흰 곰팡이가 핀 김치, 싹 난 감자... 이 부분만 떼어내어 공포영화의 한 장면으로 만들어도 훌륭하겠다.등장인물들이 서로 주고받는 대사가 찰지고 상황 묘사도 현실감이 있어서 되려 "지옥에 세를 주다"라는 비현실적인 설정이 힘을 얻고 몰입감을 높여준다. 은근 웃기다는 평도 공감이 가고 끝이 조금 힘이 빠져 아쉽다는 평도 이해된다. 하지만 어느 누가 단독주택 방마다 지옥을 욱여넣고 악마와의 썸을 상상이나 했겠는가.여기에 끔찍한 형벌을 받는 죄수들의 비명을 들으며 권선징악까지 챙기는 시간을 가져보자면 오버인가.악마가 서주에게 타주는 달콤한 미숫가루와 코코아 가루를 넣은 특제 커피를 함께 마시는 기분에 젖어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금세 마지막 장을 덮으며 끝이 시시하다는 불평을 내뱉게 될지도 모르겠다.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 설레는 끝도 꽤 괜찮은데? 그저 더는 지옥을 엿보는 흥미진진함을 누릴 수 없어 나오는 서운함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