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두연 지음나이가 들어 몸이 무겁다든가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말을 쉽게 내뱉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내 몸은 언제든 내가 원하기만 하면 내 방식대로 따라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아직은 늙지 않았으며 늦지도 않았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크게 아픈 적이 없었고 병을 앓느라 병원에 오래 입원해있거나 큰 수술을 받은 적도 딱히 없었으므로 나의 오만은 그 위세를 굽힐 줄 모르고 기세 등등해졌다.그런 내가 한심해 보여 한 수 알려주려는 것이었을까.허망하게 친구를 암으로 잃었고 주위 동생들도 큰 병으로 쓰러지기 시작해서 나를 당황시켰다.내 몸이라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50을 앞에 두고 이제야 깨닫고 있으니 이 미련스러움을 어쩌면 좋은가.염두연 작가는 2019년 뜻하지 않은 대형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동승하신 분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함께 본인 역시 오랫동안 치료를 받으며 큰 고통을 받게 된다.건강을 잃고 자신의 몸을 돌아보게 된 작가는 그동안 미처 귀 기울여 듣지 못한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자각하게 된다.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왜 나에게 일어났는가라는 비관은 삶을 다시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오랜 와병 생활에서 깨달아갔다. 그동안의 방관을 용서해야 했다. 더디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건강을 되찾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음을 믿어야만 했다.하지만 굳은 다짐만으로 모든 것이 순식간에 바뀔 리는 만무했다. 몸이 하는 이야기를 몸이 보내는 신호를 알아차리는 연습이 절실했다.숨은 생명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잊고 사는 진실.어디 당연하다 치부하고 밀어두고 사는 것이 비단 숨소리뿐인가.작가는 결심한다. 이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 집중해 보기로.몸을 살리기 위해 먼저 몸과 친해지기로.일상의 시간을 늦추고 일부러 시간을 만들어 나의 몸을 사랑하는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내 몸을 마음으로 그려보고 거울을 통해 바라본다. 몸의 향기를 맡아보고 손끝으로 쓸어본다. 그러는 사이 몸은 깨어나고 나와 내 몸은 조금씩 친해진다.작가는 몸을 깨우는 방법으로 10가지를 소개한다.1. 몸 바라보기2. 몸의 소리 경청하기3. 몸 향기 맡기4. 몸 안아주기5. 내 몸 이름 불러주기6. 몸에 말 걸기7. 몸 세우기8. 몸 깨우기9. 몸 살리기10. 몸 행복하게 하기하나하나 작가가 일러준 방법들을 읽다 보면 이 방법들이 괴이하거나 엉뚱한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된다. 이 방법들은 명상과 힐링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이다.나만큼 몸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여기는 터라 작가처럼 나도 내 몸에 너무 미안해졌다. 그럼에도 크게 아프지 않고 지금까지 견뎌준 몸에 고마운 마음도 든다. 내 몸에도 나의 역사가 새겨져 있다. 데인 상처, 긁힌 상처, 아이를 낳느라 튼 몸, 깊게 새겨지고 있는 얼굴의 주름까지.나의 몸에 담긴 기억들이 애틋하다.더 늦기 전에 사랑해 주어야 할 일이다.아끼고 보듬고 챙길 일이다.앞으로 남은 시간 나의 기억과 습관을 아로새겨 역사를 만들어 줄 나의 몸을 살리는 일에 게으름을 핑계 삼아선 안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그중에서 '먹는 것'에 관해 말씀하신 부분은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입이 즐거운 음식만 골라 먹는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한다,알지만 터무니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으니 이 어리석음을 어쩐담?그동안 건강에 태만한 태도로 살아온 탓에 호되게 정신 차리고 싶은 분들이 읽어 보시면 좋겠다. 매섭게 혼날까 너무 걱정 마시라.몸을 돌보는 7가지 행복 습관까지 부드럽게 가르쳐 주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