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안에는 제이가 살아요
최진형 지음, 최하임 그림 / 바른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글 최진형/ 그림 최하임

<오늘은 비가 올까요?>를 그리고 쓰신 두 작가 분들의 두 번째 콜라보다.

이 책속의 아이 이름도 '제이'다.
짧은 머리에 귀여운 얼굴의 제이는 한 여자 아이의 방에 놓인 쓰레기통에서 산다.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아 심심한 제이.
그러나 곧 쓰레기통 안으로 몽당연필이 한 자루 들어오고 신이 난 제이는 그림을 그린다.
이내 뚜껑이 다시 열리더니 이번엔 크레파스가 들어왔다.
제이는 몽당연필로 그린 꽃과 나무를 색칠하다가 까무룩 잠이 든다.
작은 솜털 뭉치를 덮고 잠든 까만 밤,
쓰레기통 안으로 노랗고 예쁜 빛이 새어 들어오고 무당벌레 한 마리도 열린 뚜껑 틈 사이로 날아 들어온다.
무당벌레의 등에 올라타고 뚜껑 위까지 날아와 앉아서 무당벌레가 보여주는 달님과 별님을 본 제이는 종이 위에 달과 별들을 그리고 달빛을 덮고 잠이 든다.

최하임 작가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정이 담뿍 담겨있다. 제이는 까까머리 남자 아이로 보이는데 귀가 크고 얼굴엔 코와 입이 그려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 제이가 기괴해보이는 것은 아니다. 되려 더 귀엽고 사람이 아닌 요정처럼 보인다.
색연필이나 두꺼운 연필로 그려진 듯한 제이는 화려하진 않지만 더 많은 이야기를 지닌 아이다. 다양한 색으로 무수히 덧칠될 수 있고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하얀 백지 같은 제이.

제이는 왜 쓰레기통에 살까?
제이는 매일 기대하며 기다릴 것이다. 오늘 나의 심심함을 어떤 것으로 풀어낼까? 어떤 날은 연필이 되고 어떤 날은 크레파스가 된다. 쓰레기통 안에 들어오는 여러 친구들과 지루하지 않을 제이의 하루가 매일 다르게 그려질 것이다.

태산보다 큰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의 논리로 막지 못한다.
방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을 보면서 아이들은 저마다의 제이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캄캄하고 깊어 보이는 쓰레기통이 무섭다고 생각했던 아이라도 이제 쓰레기통은 친구 제이가 사는 집이라 여겨질 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을 거꾸로 볼 수 있는 힘이 담겨서
따듯한 감성이 배로 커지도록 돕는 달콤한 물약 같은 동화가 더 많이 읽히면 좋겠다.
나이가 들면 다시 아이가 된다더니 예쁜 그림을 만끽하며 고운 동화를 읽는 일이 이렇게 큰 기쁨이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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