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치에 누운 시인들의 삶과 노래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감상하는 세계의 명시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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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시들 중 와 닿는 것은 가슴에 담고 살아가게 마련인데요.

시어 자체의 아름다움, 슬픔 등 감정에 이끌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냥 좋으니까, 또 자주 듣다보니 익숙해져서 좋은 것들도 있었지요.


작년에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된 예술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화가들의 성장배경과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작품을 해석하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기존에 보아왔던 작품들도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음에 놀라웠답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명시 또한 그런 맥락에서 깊이 있게 다시금 새길 수 있는 <카우치에 누운 시인들의 삶과 노래> 출간이 반갑기만 합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으로 감상하는 세계의 명시

카우치에 누운 시인들의 삶과 노래

 


차례를 보면 영국의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와 존 밀턴의 실낙원부터 독일, 러시아, 라틴유럽, 아메리카, 중국, 일본,

한국의 김소월, 이상, 윤동주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시인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괴테의 <마왕>을 보면 아이를 마왕에게 잃는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노래하는 듯하는데요.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하게 되면 아버지에 대한 반항심이 드러난 것으로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아버지를 굴복시기키 위해

마왕을 빌어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괴테의 가족관계를 들여다보고 다시금 마왕을 읽게 되니 또 다른 느낌이 전달이 되는군요.


세계의 명시를 재해석할 수 있는 시간도 좋았지만,

가장 마지막에 다루어진 우리나라 시인에 대한 해석이 더욱 와 닿는 건,

그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들이기에 그러하겠지요.

이상의 시는 참으로 난해하기 이를 데가 없는데요.

띄워쓰기를 염두에 두고 애쓰면서 낭독을 하려고 노력을 해도 막히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이상이 의도한대로 독자가 따라갈 수밖에 없는 난해함이 짜증스럽기도 했는데요.

어릴 때 무능력한 부모의 품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삶과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힘든 삶을 투영한 것이라고 하니 녹녹치 못했던

이상의 삶의 무게가 느껴져 천천히 띄워쓰기를 의도적으로 하면서 다시금 읽어줍니다.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을 읽어보면,

우물 속에 비친 모습을 되돌아와서 보기를 반복하는 한 사나이에 대한 측은함이 느껴지는데요.

당시 윤동주의 마음은 비굴한 현실 적응을 하느냐 항거의 길을 택하느냐 극심한 고뇌를 겪었을 것이며,

그가 택한 감옥에서의 최후로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택한 그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첫번째 낭독은 기존에 알아왔던 대로 그냥 느낌 가는대로 읽어내려갔다면,

정신분석학적 해석을 읽고 난 후에 두번째 낭독에서는 해석을 떠올리며 작가의 삶을 연상하면서 몇 번이고 반복하는 구절이 생기게 됩니다.

앞으로 이 시를 마주하게 된다면 두번째 느낌으로 읽게 되겠지요.


단 한 편의 시가 나오기까지 시인이 겪는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극한 창작의 고통을 견뎌내며 자신의 감정을 시로 표현한 작가들의 재능이 부럽기도 하면서,

다른 통로로 풀 수 없었던 그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시로 남겨졌다는 걸 아니 더욱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명시가 탄생하기까지 작가의 성장배경부터 살았던 시대적인 상황들 속에서 고뇌하는 삶을 반영해주고 있습니다.

저자 이병욱의 명쾌한 정신분석학적 해석까지 읽은 후 다시금 명시를 소리내어 읽게 되면 작가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어 다르게 다가옵니다. 

아름답기만 했던 시어 속에서 작가의 고뇌가 느껴지니 이제서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명시를 만나게 되어 참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들이 남긴 시는 시인들의 삶과 그 시대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과 노래 이면에 감춰진 정신적 고통을 살펴보겠다는 의도가 잘 반영된 <카우치에 누운 시인들의 삶과 노래>로 세계의 명시를 만나보시길 추천합니다.  

 

[본 포스팅을 작성함에 있어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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