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학교의 힘 - 아이의 학력, 인성, 재능을 키워주는
박찬영 지음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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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초등학교 입학 1년 전부터 대안학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마침 가까운 친구의 아이가 발도르프 교육을 하는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때랑 맞물리면서, 자연을 가까이 하는 아이의 삶이 참 행복해보였다. 이후 평촌에 위치한 친구의 집을 방문하니 플라스틱 장난감이 치워졌고 그 자리엔 엄마가 나무와 천으로 만든 인형과 돌멩이들이 채워져 있었다. 과연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초등학교는 이런 곳을 보내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이 싹텄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일단 우리 집 주위에는 그런 교육을 하는 대안학교(이 때까지 내가 생각하는 작은 학교는 대안학교였다)가 가까이 없었고 등하교를 시키기에는 먼 거리였고 그렇다고 남편 직장과 멀리 이사를 가기도 어려웠다.

그냥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으레 가는 공립 초등학교를 당연히 가야 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현실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나서 둘러보니 집 근처에는 가까운 5분 거리부터 30분 거리 내에 초등학교가 3개나 밀집해 있었고, 집과 가까운 곳에 배정된 곳은 3개 중 가장 큰 학교에 속해 입학 인원도 학급 수도 많았다. 사실 난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이 정도로도 만족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큰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것이 내 착각이라는 것을 [작은 학교의 힘]을 읽으면서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은 학교의 힘]을 처음 접했을 때에는 당연히 대안학교를 지칭하는 말이라 생각했다.

학교를 나누는 기준이 공립학교, 그리고 소수를 위한 대안학교를 포함한 사립학교였으니 말이다.

"아이의 학력, 인성, 재능을 키워주는 힘을 가진 작은 학교라니, 어떤 학교일까?" 궁금증을 안고 페이지를 넘겼다.


당시 전교생이 37명이었던 충청남도 논산의 도산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은 저자 박찬영 선생님은 놀라운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들은 모든 일에 열정적이었고 강한 자존감으로 놀라운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었다.

박찬영 선생님은 이와 같은 여러번의 기적을 통해 이것이 바로 작은 학교의 힘임을 알게 되었고, 이와 같은 사례들을 모아 경험을 토대로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란다.

작은 학교의 힘을 부모들에게 널리 알려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왜 진작 이런 이야기를 몰랐을까? 아쉬움이 밀려왔다.

작은 학교들 중에서 이름을 아는 곳은 매스컴을 통해 접한 남한산초등학교 정도였으니 내 무지를 탓할 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미 공립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2학년인 딸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에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읽기 시작했다.


남한산초등학교의 전경은 그냥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곳이 유명세를 타면서 주위 집값이 껑충 뛰었다니, 이런 작은 학교의 힘을 믿는 부모들이 는다는 현실이 다행이다 싶다.

공립학교 세대인 부모들은 아이에게는 경쟁적인 성적표와 학습에서 해방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는 한편, 취업난에 허덕이는 현실적인 문제와 직면하면 더 좋은 학교에 보내 성공시키고 싶은 욕심이 공존한다. 그 중에서 1차 선택은 부모가 하고 책임은 아이들이 지게 된다.

이렇게 어려운 선택을 우리는 너무 일방적인 보통 사람들에 묻어서 쉽게 한 건 아닐까?


작은 학교의 장점은 너무나도 많다.

아이가 좋아서 세 번 등교하는 학교부터, 자연을 벗 삼아 놀다보니 아이들은 서로 부대끼며 우정을 배우고 왕따를 모르는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가 서로 믿고 의지하며 가족처럼 지내는 학교까지.

옛날 시골에나 있을 법한 이웃들을 보는 듯 친근한 장면들이다.

모두를 내 집 아이처럼 살뜰히 챙기고, 내 반 아이가 아니어도 아이의 근황을 꿰뚫고 있는 선생님들 사이에서 아이들은 그냥 자유롭게 놀고 배우고를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레 내면의 힘인 자존감이 쑥쑥 자라는 것이리라.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작은 학교로 몰리는 이유를 듣고서야 왜 큰 학교에의 저학년을 나이 드신 분들이 맡을 수밖에 없는지 의문이 풀렸다. 왜 이런 걸 저학년 학부모들은 몰랐던 걸까? 큰 학교의 문제점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작은 학교에 대해 알았더라면 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현실을 돌아보면 작은 학교와는 정반대의 모습이 보인다.

운동장은 작아서 전교생이 운동회를 할 수 없고, 학교 주변은 아파트와 학원으로 둘러싸여 있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학원으로 순례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것이 내 아이의 현실이라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과 죄책감이 밀려온다.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 나의 선택 때문에 아이가 첫 단추부터 힘겹게 시작하는 건 아닌지 두렵기까지 하다.

여태껏 나를 위로한 것은 사교육을 통한 선행학습은 시키지 않았다는 것 뿐. 하지만 아이는 다람쥐 쳇바퀴 돌듯하는 학교 생활을 그리 즐기지 않고 있다. 다행히 친구들이 있어 버티고 있다고나 할까. 배움의 즐거움과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큰 학교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30명 이내 학급 인원을 이끄는 담임선생님은 하루종일 너무 바쁘다고 한다. 우리 때를 생각하면 60명이 넘는 아이도 가르쳤는데 여유가 있지 않을까, 한 아이마다 신경써 주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니다. 정말 잘하는 아이 몇 명, 크게 문제가 있는 아이 한두명을 커버하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그냥 특별하지 않은 학생으로 구분되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엄마들은 내 아이를 정말 잘하는 아이에 속하게 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하게 만드는 걸지도 모른다. 그냥 보통 아이로 취급받는 건 내 경험 상으로도 너무나 싫으니까.


[작은 학교의 힘]에 대해 알려지면서 큰 학교를 작은 학교처럼 운영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었고 혁신학교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있고 그들을 믿는 학부모가 있어 다행이다 싶다.

보평초등학교에서 행한 혁신학교의 3무 3행 운동이 널리 시행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옮겨 적어본다.

[교사가 하지 말아야 할 3무]

1. 교사는 어떠한 경우에도 금품, 물품, 향응을 제공받아선 안 된다.

2. 교사는 학생에게 체벌을 가해선 안 된다.

3. 교사는 수업 시간을 엄수하고 태만해선 안 된다.

[교사가 해야 할 3행]

1. 누구나 공평하게 대하며, 모두에게 배움이 일어나도록 가르친다.

2. 학생들에게 친절하고 상세하게 학습을 안내하며 안정된 학습 환경을 조성한다.

3. 모든 학생이 자신의 능력을 다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학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3무]

1. 일과 시간에는 외부인은 물론 학부모도 교실에 출입하지 않는다.

2. 학급에서는 지정된 급식 외에 음료나 다과를 제공하지 않는다.

3. 청소나 미화 등의 목적으로 교실에 출입하지 않는다.

[학부모가 해야 할 3행]

1. 경쟁보다는 협력을 통해 배우도록 격려하고 지원한다.

2. 올바른 자녀 교육을 위한 상담과 교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3. 학부모 봉사단체에 가입해 학교의 모든 학생을 위해 봉사한다.

 

앞서 나온 작은 학교의 장점들을 본다면 누구나 작은 학교에 내 아이를 보내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학교는 어떤 학교일까?

이에 저자는 '좋은 학교의 3가지 조건' 을 들어 친절하게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1. 학급당 학생 수가 20명 이하인 학교를 선택하라.

학생 수가 적은 학급이라면, 이해력이 특별히 느리거나 빠른 학생의 상황을 교사가 수시로 파악해가며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2. 합의된 교육 철학을 가진 학교를 선택하라.

현재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교육 문제는 대부분 입시 위주의 경쟁을 당연시하는 교육 철학에서 비롯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혁신학교들은 여기에서 벗어나 자연과 학생의 행복을 중요시하는 교육 철학을 내세웠으며 학부모의 환영을 받았다.

3. 자연을 즐기는 학교를 선택하라.

자연과 접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깨달음을 얻는다. 우리나라에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연을 이웃으로 둔 시골의 작은 학교들이 있다.

 
저자는 '큰 학교 교육에 문제점이 많다'고 한탄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해야 내 아이를 작은 학교에 보낼 수 있을지 한번 고민해보라는 말로 책을 끝맺는다.

 
우선 이 책을 통해 작은 학교의 장점을 알 수 있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무엇이 옳은지를 알았으니 올바른 선택을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에 대해 나 또한 책을 읽는 내내, 덮고 나서도 고민 중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내 아이를 작은 학교로 전학시키는 것만이 답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작은 학교들의 장점을 작게는 가정에서, 더 넓게는 친구들과의 소그룹을 만들어 학교 밖의 작은 학교를 구성하는 대안을 구상해본다.
 

부모라면 누구나 고민해 보았을, 그러나 현실을 몰라 답답했을 학교 선택에 대한 답을 제시해준 [작은 학교의 힘]을 읽는 내내 현실적인 문제를 바라보면서 마음이 답답하면서도 그래도 답이 있음에 다행이다 안심도 되었다.

특히나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예비 학부모라면 적어도 1년 전에는 이 책을 읽고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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