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내는 능력은 이미 가치가 없다
우수성은 환경이나 상황에 의존적인 개념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어떤 시대든 그 시대에 필요하다고 인정받는 인재의 요건은 그 시대만의 특유한 사회구조와 기술의 요청에 따라 규정된다. 다시 말해, 세상과 시대가 요청하는, 상대적으로 희소한 능력과 자질은 ‘우수성‘으로 높이 평가받는 반면 과잉 공급되는 능력과 자질은 ‘범용성‘으로 값싸게 평가된다는 의미다.
따라서 물건은 과도하게 넘쳐나는 반면 문제는 희소해지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인재 요건이, 반대로 물건이 희소하고 문제가 과잉하던 과거 사회에서 요구되던 인재 요건과 완전히 다른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인간의 심리는 매우 보수적이어서 여전히 많은 사람이 ‘정답을 내는 능력‘을 우수성의 척도로서 높이 쳐주고 있다. 바로 이 왜곡된 인식이 사회의 다양한 상황에서 비극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p17)
뉴타입은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
비즈니스는 항상 ‘문제의 발견‘과 ‘문제의 해결‘이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성립한다. 하지만 현재는 문제 자체가 희소해져 사회,경제적 병목현상은 문제의 해결 능력이 아닌 발견 능력에서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의 가치가 하락하는 동시에 문제를 발견하는 사람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런 현상은 바람직한 사고와 행동양식이 기술과 사회구조라는 환경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20)
현대사회의 네 가지 특징인 ‘변동성 Volatility‘, ‘불확실성 Uncertainty‘, ‘복잡성 Complexity‘, ‘모호성 Ambiguity‘을 간단히 뷰카 VUCA라고 부른다. (p27)
무엇이 혁신의 발목을 붙잡는가
문제의 희소화와 구상력의 쇠퇴는 혁신이 정체를 겪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혁신을 최우선 경영 과제로 내걸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대게 한심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도에는 해결하고 싶은 과제, 즉 어젠다가 설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노베이션, 즉 혁신 자체는 과제가 될 수 없다. 혁신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수단인 혁신을 목적으로 설정하다니 한심하다고 말할 수밖에. 수단인 혁신이 목적이 되어버리는 상황은 오늘날 비즈니스를 둘러싼 침체와 혼란을 상징한다.
그들에게는 간절히 해결하고 싶었던 구체적 문제가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한 수단이 우연히 획기적이었기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혁신‘이라 평가받았던 것이지 처음부터 그들이 혁신을 목적으로 했던 것은 아니다.
왜 올드타입은 수단에 지나지 않는 혁신을 추구하는 것일까?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그렇게 해야 혁신가라는 칭호와 존경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진짜 혁신가는 세상의 과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좇다가 우연히 혁신을 일으키는 반면에, 엉터리 혁신가는 처음부터 수단에 불과한 혁신을 목표로 삼아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고 한다. (p45)
일반적인 인재 평가 제도에서는 역량 competency을 측정하는 인터뷰와 다면평가제를 통해 다각도로 개인의 능력을 수치화하고 그 결과에 따라 채용, 교육, 배치 등을 결정한다. 이 제도는 굉장희 미국적이고 합리적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상당히 심각한 문제를 내표하고 있다. 결정적인 문제점은 인간의 능력을 정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람이 발휘하는 능력과 역량은 그에게 주어진 ‘의미‘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능력과 역량은 배경이나 상황에 따라 크게 변화하는 동적인 개념이다. 아무런 의미도 부여받지 못해서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사람은 당연히 능력과 역량이 낮게 평가받을 것이다. (p74)
‘도움이 되는‘ 상품 시장에서는 승자독식 현상이 나타나는 반면에 ‘의미가 있는‘ 상품 시장에서는 다양성이 발생한다. 흔한 사례가 편의점 선반이다.
편의점에 200종류 이상 진열된 상품이 있다. 바로 담배다. 왜일까? 담배는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표가 지닌 고유한 스토리나 의미는 다른 상표로 대체되지 않는다. 말보로를 피우는 사람에게 말보로라는 상표는 대체 불가능하다. 사람마나 느끼는 스토리나 의미가 다양하기 때문에 상표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p101)
혁신에 요구되는 ‘야생적 사고‘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에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뭔가 있을 것 같다‘는 뉴타입의 직감이다. 이는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말한 브리콜라주 bricolage와 같다. 레비스트로스는 브라질 마투그로소주의 원주민들은 연구하여 <슬픈 열대>를 저술했다. 이 책에 따르면, 원주민들은 정글 속을 걷다가 무언가를 발견하면 당장은 어디에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자루에 넣어 보관하는 관습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들이 무심코 주운 ‘뭔지 모르는 물건‘이 공동체를 위기에서 구한 일도 있기 때문에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는 예측 능력은 사회의 존속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이 예측 능력이 바로 브리콜라주다. (p142)
성공의 80퍼센트는 우연의 산물
대표적인 것이 스탠퍼드대학교의 교육학,심리학 교수 존 크럼볼츠 John.D.krumboltz의 연구다.
성공한 사람은 어떻게 커리어 전략을 짜고 어떻게 실행했을까? 존 크럼볼트는 이것에 관해 최초로 본격적인 연구를 실시했다. 그는 미국의 사업가와 직장인 수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성공한 사람들의 커리어 형성에 계기가 되었던 일의 약 80퍼센트가 ‘우연‘에서 지작되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렇다고 그들이 커리어를 형성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다만 당초의 계획이 틀어지면서 다양한 우연이 겹쳐서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크컴볼츠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커리어는 우발적으로 생성되는 만큼 중장기적 목표를 설정하는 방식은 오히려 위험하며, ‘좋은 우연‘을 끌어당기기 위한 계획과 습관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계획된 우발성 이론 Planned Happenstance Theory‘으로 정리했다. 크럼볼츠에 따르면 우리의 커리어는 용의주도하게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우발적인 일에 의해 결정된다. (p212)
레이먼드 카텔 Raymond Cattell의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
유동성 지능은 추론, 사고, 암기, 계산 등, 말하자면 수험에 사용되는 지능이다. 그러니까 유동성 지능이란 분석과 논리에 기초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에 활용되는 지능인 셈이다. 반면 결정성 지능은 지식, 지혜, 판단력 등 경험을 통해 축적되는 지능을 뜻한다. 즉 경험칙이나 축적한 지식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할 경우 활용되는 지능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 지능이 최대화되는 나이가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유동성 지능은 20세 전후에 정점을 찍고 이후 크게 감퇴한다. 반면에 결정성 지능은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 높아져서 60세 전후에 정점을 찍는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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