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마음 공부를 시작했다 - 전에 없던 관계와 감정의 혼란에 대하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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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 나이와 지혜는 비례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 시민들은 50세가 되어야 배심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중년이 되어야 비로소 사물에 대해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죠. 으레 나이가 들수록 자연스럽게 지혜로워질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이와 지혜는 비례하지 않습니다. 연령에 따라 지혜가 깊어지는지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이 둘 사이에는 아주 작은 상관성만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28) 나만의 공간은 필요하다
공간은 인간의 삶을 투영합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속한 자리에 대한 묘사를 잘 들어봐야 합니다. 그곳에서 어떤 느낌이 드는지 들어야 합니다. 그가 차지하고 있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그의 삶을 더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결혼을 공간의 관점에서 다르게 정의하면 부부가 공유할 공간을 선택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자리가 없다고 느끼면 근원적 불안에 시달리고 자신의 공간을 찾아 끊임없이 방황하게 됩니다.

자기 자리라고 여겼던 공간에서 거부당하면 트라우마를 입습니다. 존재 기반을 잃어버립니다. 인격이 통째로 무시당하는 겁니다. 애초에 어머니의 자궁에 자기 자리를 갖고 있던 인간은 태어나면서 그것을 잃습니다. 그 이후의 삶은 잃었던 자기 공간을 찾기 위한 투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출생 후 어디에도 속할 수 없게 된 존재가 자기 자리를 되찾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지요.

인간의 자리는 정체성의 표상입니다.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장소, 즉 다른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공간을 갖는 것입니다. 마음의 자리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것은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한다는 증거를 남기는 일입니다.

(62) 인간은 본래 모순덩어리이다
마흔 이후의 지혜는 자신의 삶 속에서 늑대와 양이 공생할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데에서 비롯됩니다. 늑대와 양이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모순적인 상황을 감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늑대가 배고픔을 느껴서 양을 잡아먹지 않도록 꾸준히 먹이를 주면서 돌봐야 합니다. 내 마음에 늑대가 살아가고 있다는것을 부정하거나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양도 지켜낼 수 없습니다.

마흔이 넘어서도 내 음에는 선한 양만 있다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다면 철부지입니다. 내 마음에는 늑대가 없다고 더드는 사람은 가까이하지 마세요. 거짓말쟁이니까요. 자기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보는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라면 이런 말 못합니다. 나이 헛먹은 사람이나 이런 소리를 해대죠. 제대로 나이 든 사람이라면 나만 옳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타인의 언행에서 악을 발견해도 함부로 욕하지 못합니다. 자기 마음에도 그런 악이 있다는 것을 아니까요. 이분법적으로 선과 악을 함부로 구분하는 사람에게 중년의 지혜가 있을 리 없습니다.

(p71) 모호함을 견디는 힘
마흔 이후에는 모든 것이 편해질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병이 들기도 하고 사도고 많이 겪습니다.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아이들은 원하는 대학에 잘 진학할 수 있을지, 회사에서 해고당하지는 않을지 누구도 확실하게 답해주시 않습니다.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는 중년은 불안헤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흔이 되었다면 모호함을 견디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방법은 딱 하나, 용기입니다. 불안하더라도 ‘지금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건 뭐지?‘라는 질문에 답하며 당장 소중한 것에 집중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불안이 내 삶을 망가뜨리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신념이 필요합니다. 불안해도 용감할 수 있습니다. 불안과 용기는 늘 공존하는 법이니까요.

(p99) 시간이 주는 놀라운 치유
긍정적인 사람과 부정적인 사람의 차이는 시간의 힘을 믿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긍정적인 사람은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거라 믿는 것이 아니라 나쁜 일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을 압니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삶을 만들어간다고 믿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인생은 시간이 지어낸 결과물입니다. 필연이든 우연이든 정해져 있는 결론이든 아니든 간에 시간이 우리와 우리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그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인간과 삶을 이해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뿐입니다. 우리가 사라진다 해도 우리의 이야기는 그대로 남으니까요

인생은 하나가 끝나고 다음이 다시 시작되는 단편소설이 아니라 죽을 때 완성되는 장편소설입니다. 부족하고 아쉬운 것들이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그러면 우리 마음은 그것을 이룰 수 있는 방법들을 시간의 힘을 빌려 자연스럽게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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