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과학 이야기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2
인동교 지음 / 시간과공간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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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이라고 하면 어째 책꽂이에서 꺼내기부터 망설여지지만 만화책은 얘기가 다르다. 막연히 어려울 것 같은 인상을 주는 과학책도 만화로 풀어내면 재미있는 내용으로 이해시켜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된다. <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과학이야기>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서양 과학사와 주요 과학자의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 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으로 구성한 책이다. 저자가 현직 초등 교사라고 하니 독자들 가운데 초등학생도 있을 꺼라는 전제하에 너무 어려운 개념 늘어놓기 식으로 쓴 책은 아닐꺼라는 믿음이 있었다. 


1장에서는 고대 과학사이자 서양 과학사를 장식한 철학자들을 소개한다. 상상력으로 원자의 존재를 처음 알아낸 데모크리토스, 우주론, 물질론, 운동관 등을 제창한 아리스토텔레스, 목욕하다 부피의 원리를 알아냈고 투석기나 집광경 무기 등 독창적인 무기들을 개발한  아르키메데스, 막대기 2개로 지구의 둘레를 알아낸 에라토스테네스, 천문학을 집대성한 프톨레마이오스, 인체를 연구하고 기록해 의학을 체계화하고 갈레노스 이야기를 실었다.


2장에서는 서양에서 이슬람으로 과학의 중심이 옮겨간 중세의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기독교를 공인하고 국교화하며 입지가 좁아진 서양과학자들이 이슬람으로 이동하고 이후 이슬람과 유럽의 종교전쟁으로 다시 과학의 중심이 서양으로 이동한 과정을 소개한다. 


3장에서는 르네상스 시대가 되며 이성의 부활로 활발해진 분위기에서 나타난 근대 천문학자와 물리학자들을 소개한다. 신학자들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지동설을 처음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초신성을 발견하고 지구중심설과 태양중심설을 조합한 우주모형을 제시한 튀고 브라헤, 기하학적인 행성 운동의 원칙을 구상하고 케플러의 법칙들을 만들어낸 케플러, 관성개념을 밝혀내고 달, 목성, 금성, 태양의 관측기록으로 지동설을 더 확고하게 하는 이론을 제시한 갈릴레이, 현미경으로 미시세계를 관찰했으며 최초의 기상학자였던 로버트 훅, 이전 과학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뉴턴의 법칙들을 만들어내 근대 과학을 발전시킨 뉴턴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4장에는 연금술에 머물러있던 화학을 발전시킨 근대의 화학자들이 나온다. 4원소설과 보일의 법칙을 만들어낸 로버트 보일, 이산화탄소를 발견한 조지프 블랙, 탈플로지스톤 공기라고 생각했던 지금의 산소와 광합성을 발견한 프리스틀리, 실험 중 폭발로 수소를 발견한 캐번디시, 실험으로 산소의 개념을 확실히 하고 탈플로지스톤 공기에 산소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물분해 실험을 선보였던 근대 화학의 아버지 라부아지에를 소개한다. 


5장에서는 동물을 해부하던 수준의 갈레노스의 이론에 머물러있던 의학을 발전시킨 근대의 의학자들을 소개한다. 사람을 직접 해부해 인체의 구조를 밝힌 베살리우스, 판막을 발견하고 동맹과 정맥의 역할을 밝혀내 기존의 혈액순환이론을 수정한 윌리엄 하비, 모세혈관을 발견하고 혈액순환 이론을 완성시킨 말피기가 등장한다.


책 한권으로 과학사를 통달한다는 것을 불가능하겠지만 한 권으로 과학사의흐름을 훑어보며 굵직한 과학사와 과학자의 연구를 만화로 다시 이해할 수 있어서 유익했다. 뉴턴이 말했듯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듯  오랫동안 이어져온 이전 과학자들의 연구 업적을 토대로 보완하고 의심하며 뒤집고 발전시킨 과학의 역사가 새삼 흥미롭게 느껴졌다 저자가 쓴 쉽고 재미있는 인문학 시리즈로 <그래픽 노블로 읽는 서양 철학 이야기>도 출간돼 있다고 한다. 다음 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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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보자기
도광환 지음 / 자연경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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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예술을 향유하는 이유 중 하나는 타인의 작품을 통해 자신을 비춰보고 더 잘 살아가기 위한 동력을 얻기위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저자가 붙인 이 책의 제목 <미술-보자기>는 미술이라는 '보'는 일을 통해 '자'신을 '기'억하는 힘을 의미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작가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투영시킨 작품을 감상하며 지금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을 자각하며 이 삶에 끝이 있음을 새삼 자각하는 기회를 얻는다. 



25년간 현장에서 보도사진을 찍어온 저자는 팩트를 담아내는 사진과 다른 매력이 있는 미술 작품을 살펴보고 본인이 선정한 222편의 작품들을 몇 개의 핵심 키워드로 묶어 소개한다. 미술작품과 작가에 얽힌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작품과 연계된 주제나 사연에 얽힌 철학, 문학, 역사, 음악 등 장르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작품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저자는 작품을 117 개의 소키워드로 묶어 꼭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흥미로운 주제부터 찾아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상상'이라는 대주제 아래 저자의 편의에 따라 낯섦, 불쾌, 무명, 낙서, 쪽빛 우주 등의 소키워드로 나누어 작품들을 실었다. 환한 낯의 하늘 아래 어두운 대저택, 밤의 외등이 이질적인 낯선 분위기를 자아내는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이라는 작품은 실재하는 현실과 이성과 논리에 대한 거부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김영하 작가의 소설 '빛의 제국'도 이 그림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이라는 벨라스케스의 사실적인 초상화를 300여년 후 오마주한 베이컨의 그림은 기괴한 불쾌감을 주면서도 충격적이라 눈길을 끌었다. 



이름 없는 병원청소부로 살다 죽은 후 발견된 작품 "비비언걸즈'에서 소녀들이 가상의 왕국에서 어린이들의 반란을 돕는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무명작가 헨리다거의 그림도 인상적이었다. 몸을 찍어 판화처럼 찍은 이브클랭의 '인체측정'이 사용한 울트라마린 컬라와 유사한 우리나라 작가 한광석의 쪽빛 작품은 꽃과 물을 주물러 빚어낸 색이라는 점에서 어쩐지 유사한 구석이 있었다. 그래피티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바스키아와 뱅크시의 작품, 우주를 담아낸듯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 연작'를 소개하며 그의 오랜 친구 김광섭의 시 '저녁에'를 실어 연결고리를 찾는다.


미술작품에 국한하지 않고 미술사 밖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지식으로 취향을 쌓은 저자의 눈으로 작품을 다시 바라보는 것은 이야깃꺼리 많은 친구와 걸으며 미술관 나들이를 하는 기분을 준다.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끌리는 키워드부터 선택해 미술작품을 소재로 다양한 분야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와 감상자 모두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예술작품들은 오래오래 남아 후대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기억될 것이라는 사실은 새삼 예술의 가치를 실감하게 한다. 그리고 시공간을 떠나 의미있는 작품들과 한순간 연결돼 잠깐 마음의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것도 감사하다. 한 작품을 깊이있게 파는 책은 아니지만 여러 미술작품을 다각도로 살펴보며 삶을 이해하고 좀더 깊이있게 살펴보고 싶은 흥미로운 미술 작품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 이 책은 출판사를 통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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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
곽상빈.안소윤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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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곧대로 법만 지키며 사는 게 미덕인 시대가 아닌 것 같다. 법을 잘 알고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법의 사각지대까지 구석구석 잘 알고 활용할 줄 알아야 같은 상황에 놓이고도 손실을 덜 입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법에 관해서는 특히나 아는 것이 힘이다. <내 돈을 지켜주는 친절한 생활 속 법률 상식>은 일상생활에서 법에 관해 궁금해 할 법한 질문부터 법적 절차나 소송 관련 궁금증, 창업이나 기업운영, 최근 사회 이슈와 관련된 법적 시비에 대한 법률 지식을 모은 책이다. 

한 질문에 대해 장황하고 깊이있는 답변을 제공하기 보다는 총 4개의 챕터의 95가지 다양한 질문에 대해 간단 명료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백과사전처럼 어느 정도 궁금한 것들을 해소할 수가 있다. 일상의 소소한 논란과 법률, 법원 소송시 궁금한 질문들, 창업자와 기업 운영자가 알아야 할 법률, 또 새롭게 도입되는 과학기술과 변화하는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궁금증과 법률 상식을 사례와 판례 중심으로 실었으며, 일반인들이 궁금해 할 법한 어려운 용어는 별도로 설명하고 있다.

몇가지 눈에 띄는 질문과 답변은 다음과 같다. '대화중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한 것도 증거로 인정되는가'에 대한 답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 다른 사람의 대화를 엿들으려고 통신비밀보호법이라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그러니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뒀다가 다른 사람 대화를 녹음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하지만 서로 대화 하는 도중에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건 아니라 증거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이때도 상대동의가 없었으므로 음성권 침해로 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또 전화통화의 경우에도 상대방 동의없이 녹음해 녹취서를 작성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증거수집 목적으로 녹음했다는 사유만으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가해자의 대답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해자를 찾아가 녹음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었나보다.

'민사소송에서 원고나 피고가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답은 결국 둘다 출석하지 않으면 원고의 소가 취하된 것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변론기일에 원고와 피고가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면 재판장은 다시 기일을 정해 재소환하는데 참석하지 않은 쪽이 불리할 수 있다. 원고는 출석해 소장을 진술했는데 피고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원고의 주장사실이 진실하다고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고는 불출석하고 피고만 출석할 경우에는 피고의 진술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피고만 출석하고 원고가 나타나지 않고 기일지정신청도 하지 않으면 원고의 소가 취하된 것으로 간주한다고 한다. 법이 다 알아서 잘잘못을 가려주는 게 아니라 비용을 들여 소송을 하고 적극적으로 준비서면을 제출하고 변론하며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쪽이 법적으로 그나마 유리한 판결을 얻을 수 있는 듯하다.

'스토킹 처법법, 어떻게 달라지는가'에 대한 답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이 가능하는 내용을 포함한 개정안을 2022년 10월19일부터 입법예고해 적용하고 있다. 또한 그동안은 글이나 그림 등이 피해자가 아닌 제3자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온라인 스토킹은 처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온라인 스토킹 행위 유형도 추가하고,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피해자 신변안전조치, 피해자보호명령제도,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된 법에 대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그 후 스토킹 범죄로 신당역 역무원 살인사건까지 발생했으니 어디서 어디까지 조치하고 보고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이 빠져있는 법의 모호함이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 상담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에 대한 답은 변호사의 시간은 돈이라는 것. 그래서 시간의 대가로 타임 차지가 되는데 보통 15분 단위로 기록되어 시간당 수십 만원에서 2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변호사와의 법률 상담은 대부분 유료이고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에 따라 통상 30분에 최대 5~10만원, 시간당 20만원 정도가 책정된다고 한다. 사건의 복잡성과 크게에 따라 달라지므로 상담을 원할 경우 멈저 비용을 문의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변호사 상담은 한 곳만 하고 바로 결정하기 보다는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아보고 어떤 변호사를 선임할지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법률 상담을 무료로 해주는 곳이 있는가'에 대한 답도 실려있다. 다행히도 대한법률구조공단 사무소를 방문하거나 전화(국번없이 132) 또는 홈페이지에서 상담이 가능하며, 시청이나 구청, 공공기관, 볍호사협회에서도 무료상담을 진행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물(물건에 대한) 피해만 발생한 교통사고는 지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법조문의 경우 낯선 용어탓도 있지만 한글임에도 명료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기술로 법의 처벌을 빠져나갈 수 있는 여러 상황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정직하게 바르게 살면 법대로 해도 무서울 게 없을 것 같았지만 권선징악의 해결사 같은 줄 알았던 그 법이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법을 잘 아는 사람들 또는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을 기용할 수 있는 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어쩐지 좀 안타깝기도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법률상식을 장착한다면 적어도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며 덜 손해 입고 덜 피해보면서 요령껏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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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의 역사 -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리처드 건더맨 지음, 조정연 옮김, 김명주 감수 / 참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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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 세대는 더이상 감염병이 나와 상관없는 역사 속 사건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소수의 어떤 사람들만 감염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감염자가 될 수 있고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르게까지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기후변화의 위기를 언급하며 전문가들은 팬데믹의 주기는 더 짧아지고 다음 팬데믹도 곧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했다. <감염병의 역사>를 책을 통해 돌아보며 감염병과 팬데믹의 역사를 좀더 제대로 알아보기로 했다.


 


감염병의 역사를 '흑사병부터 코로나까지 그림과 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책의 카피처럼 이 책은 컬러풀한 그림 자료, 역사적으로 예술작품에 나타난 감염병의 모습, 데이터를 나타내는 도표와 전세계 감염병 발생 지도, 감염병 연구와 극복을 위해 애써온 의학자와 과학자 등의 인물 사진 등까지 실어 이해를 돕는 것이 특징이다. 감병병의 증상을 이미지로 실어 다소 징그럽게 느껴지는 그림도 있지만 이름만 알았던 화려한 색의 세균이나 바이러스 사진은 눈길을 끌어 내용을 이해하며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


 


책은 바이러스, 세균, 기생충 등의 병원체가 인간이나 동물의 몸 안에서 증식하여 다수에게 감염되는 감염병에 대해 소개한다. 전쟁이 발발하며 인구 이동으로 인한 특정 지역에 인구밀도가 높아져 열악한 위생환경과 영양실조 등으로 생긴 여러 감염병부터 생물테러감염병, 성병과 같은 성매개감염병, 모기로 인한 말라리아 감염, 황열병 등 또 아직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코로나19까지 여러 감염병의 발발 원인과 피해 정도, 치료와 극복 과정 등을 설명한다.


 


책에는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고 인류의 발전에 위해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실험을 몸소 행해 궁극적으로 인류 수명 연장에 기여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토양에 오염된 하수가 스며들어 질병을 야기시켰다고 주장했던 페턴코퍼는 콜레라가 인간 내장에 증식해 분뇨-구강 경로로 전염되는 박테리아에 의해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이론을 주장한 고흐의 의견이 틀렸음을 입증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모하게도 콜레라균 배양육즙을 마셨으나 결국 고흐의 의견처럼 설사병을 앓고 만다. 그의 가설은 틀렸지만 한편으로는 의미있는 결론도 얻는다. 그는 토양을 건조하고 오염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해 도시에 깨끗한 식수가 유입되게 하고 쓰레기를 하수도로 배출하는 것의 중요성을 조언함으로써 훗날 상수도시스템 건설과 개선에 기여한다.


 


벤자민러시는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 높은 황열병 발발로 국가지도자를 포함한 수만 명이 도시를 떠난 후에도 질병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도시에 남아 유해한 증기가 원인임을 밝혀내고 부둣가의 썩은 음식물을 치우고 하수를 위생적으로 처리하도록 한다. 또한 이민자가 감염병을 옮겼다고 비난하는 의견을 저지하고 끝까지 죽기 전까지 도시에 남아 환자 치료에 애쓴다.


 


이처럼 재난상황에서도 환자를 돌보며 역할을 다한 의사로서의 러시의 대응은 전세계 코로나19가 퍼지기 전인 2019년 사스 바이러스 양성 반응 환자보고서를 통해 코로나 19의 위험성을 미리 알린 리원량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며 이슈를 덮고자 한 중국 정부의 경고를 받고도 코로나19 의 위험성을 알리고 묵묵히 환자 치료에 애쓰다 안타깝게 생명을 잃는다.


 


숱한 감염병이 출현으로 인류는 혼돈에 빠지고 위기를 겪지만 자신이 속한 사회와 환자,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용기와 지성을 보여준 의료인들과 의학자, 과학자들의 노력이 있어 또 희망을 찾을 수 있어 다행스럽다. 인류의 이동과 교류는 막을 수 없고 또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인구고령화로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기후 위기로 인한 생태계 변화도 받아들여야 하는 엄연한 현실이다. 뻔하지만 저자의 조언처럼 생태계의 일부에 불과한 한 사람으로서 타 생물과 공존하고 함께 번영하며 협력자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명감을 새삼 갖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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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채우는 한 끼 - 99가지 음식 처방전
임성용 지음, 김지은 그림 / 책장속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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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먹는 게 건강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한다. You are what you eat. 알고 있지만 어릴 땐 당장 입에 맛있는 걸로 끼니를 해결하고 때로 몇끼쯤 안 먹어도 크게 상관없다보니 건강하게 먹는 일에 무심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어떤 음식을 언제 얼만큼 먹느냐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기왕 먹는 거 어떤 식재료가 왜 우리몸에 이롭게 작용하는지 제대로 알고싶다는 궁금증도 생긴다. <나를 채우는 한 끼>는 현직 한의사가 레이디경향에 연재했던 '임성용의 보약밥상' 코너를 보완해 건강 상태별 음식 처방을 표방한다. 



따뜻한 일러스트로 그린 식재료 99가지를 각각 일상에서 겪는 불편한 상태 6장으로 구분해 졸음이 쏟아지고 무력감과 피곤함에서 벗어나고 싶다거나 스트레스를 벗어나고 싶고 불면에 시달릴 때 따뜻한 한끼로 불편함을 다독이고 싶다거나 집중력을 높이고 싶고 구석구석 몸의 부위별 통증을 달래고 원할하게 작동하지 않는 신체 기관을 회복시키고 싶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동의보감'을 포함해 고전 의서나 한의학, 약리학 정보와 현대 의학으로 밝혀진 영양성분, 그리고 역사기록 등을 바탕으로 각각의 식재료를 제대로 이해하고 먹을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 널리 알려진 정보 가운데 잘못된 것은 바로잡고 함께 먹으면 영양학적으로 더 유익한 재료들도 함께 소개한다.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나에게 필요한 처방전이 필요할 때 목차를 뒤져 적합한 식재료를 찾아 요리하면 될 것 같다. 책 목차에 나온 필요 처방과 식재료만 봐도 약을 먹지 않아도 좋은 식재료로 어느 정도는 이 불편한 상태들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가 든다. 



평소 자주 먹는 토마토에 든 리코펜은 항산화작용에 탁월하고 암 예방에도 좋으며, 숙취해소, 골다공증 등에도 좋지만 덜익은 부분에는 배탈을 비롯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솔라닌이 꽤 많아 후숙해 먹는 게 좋고, 고수는 감기나 구내염 같은 가벼운 염증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나 조상들은 빈대 냄새가 난다고 하여 환영받지 못한 역사가 있다고 한다.



가지는 약초 백과사전격인 '본초강목'에 밭에서 나는 채소 중 무익하다고 적혀있을만큼 과거에는 천대 받았지만, 실제로는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항균작용을 하는 비타민 P가 많고 노화 억제, 시력 개선 효과를 주는 안토시아닌 성분이 풍부하며 들기름, 올리브유, 돼지고기나 토마토와 함께 먹으면 더 궁합이 좋다고 한다. 톳은 면역력을 높여 항암작용을 하고 종양의 혈관 신생을 억제해 전이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비비소라는 1급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는데 끓는 물에 데치면 대부분 해소되지만 임신부나 어린이가 과식하지 않기를 권한다.



이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당장 먹는 치료약처럼 즉각적인 반응과 효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평소에 좋은 음식들을 알고 제대로 먹으며 천천히 내 몸이 건강해지도록 아껴주고 싶다. 건강을 위해 각종 영양제만 챙겨 먹을 게 아니라 평소 먹는 식재료에도 좀더 신경을 쓰면 건강에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먹던 식재료들에 대해 좀더 영양학적으로 알 수 있었고, 평소 잘 먹지 않았던 건강한 식재료에 대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것도 있어 유익했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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