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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 뉴욕의 20대들은 인생을 어떻게 생각할까 ㅣ 시작하는 철학 시리즈 1
샤론 카예 & 폴 톰슨 지음, 권혜아 옮김 / 홍익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 일이 생길까?
책 제목에 빗대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왜 좋은 책은 일찍 절판될까?'
대학 신입생이 돼서 철학을 가장 먼저 접하게 해 준 책은 <이 모든 것의 철학적인 의미는>이라는 책이었다. 150페이지 정도 되는 얇은 책으로 철학을 생활 속의 생각과 연결시켜 주는 쉬운 입문서다. 십 몇 년을 살아오며 의문을 가져봤던 것들에 대해서 내가 특이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생각이고 한 번쯤 깊게 생각해 볼만한 문제라는 것을 내게 가르쳐 줬다. 예를 들면, 내가 초콜릿 맛을 느끼는 것이 모두에게 초콜릿 맛이 아닐 수도 있다라는 것,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 아주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에 열광했고 스터디에 참석해서 책을 가지고 사람들과 철학적인 소통을 했었다. 내가 대학생이 돼서 봤고, 대학생이 돼서야 그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됐지만 원래는 프랑스 중학교 철학 교과서라고 하니까 매우 쉬운 입문서임에 분명했다. 하지만 그 책은 절판됐고, 철학에 대한 쉬운 설명의 입문서를 보지 못 했던 것 같다.
내가 봐 왔던 철학을 쉽게 풀이하는 책은 몇가지 종류가 있었다.
첫 번째는 철학자들을 소개하면서 그 사상을 간단하게 정리해 놓은 책
두 번째는 사회적인 이슈를 설명하면서 철학 사상을 섞어 놓은 비빔밥 같은 책
세 번째는 살아가면서 가졌던 근본적인 물음들을 철학 사상으로 풀이해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그 중에서 세 번째 종류로 나온 책은 <이 모든 것의 철학적인 의미는>과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가장 공감하기 쉽고, 철학을 시작하기 좋은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거기에 추가로 <시작하는 철학1: 왜 착한 사람에게 나쁜일이 생길까?>라는 책을 넣을 수 있겠다.
이 책은 저자들이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의 존 캐롤 대학교에서 철학자 프로그램으로 수업을 진행할 때 교재를 만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쉽게 말하자면 대학교 철학 입문서 같은 느낌이다. 책의 구성은 미학과 윤리학으로 구성된다. 아름다움, 진실, 정의, 신의 주제를 가진다. 각 장의 구성은 먼저 사고를 이끌어 내는 대화,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 철학적인 설명(철학자의 사상, 철학자 소개), 그리고 종합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자연스럽게 사고를 이끌어 내는 대화를 통해 독자는 철학적인 질문에 대해서 공감하며 빠져들 수 있고 그 내용을 정리해 볼 수 있다. 생각해 볼만한 것들에 대해서 간결한 질문이 더해지기 때문에 책만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탐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모든 것의 철학적인 의미는>을 읽을 때처럼 열광하며 책을 읽었지만 묘하게 머리가 갸웃거리는 부분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사고를 이끌어 내는 대화는 상당히 자연스럽게 철학적인 질문을 이끌어 내지만 그 질문을 정리해서 소개해 줘야 하는 부분은 강의를 위한 교재이기 때문인지 명쾌하지 않다는 느낌이다. 좀 더 많은 논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이 간략하게 정리된 부분도 있고, 철학자를 소개하기 위해서 축소된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다. 또한 엑서사이즈나 액티비티 부분에서 그룹활동을 유도하거나 활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국내 독자들에게 잘 맞지 않을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철학책에 쉽게 빠진다. 누구의 철학이라고 설명하면서 무조건 훓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공감할 수 있는 철학적 화두로 전개되는 방식이 내 눈을 사로잡는다. 철학에서 사유가 기본이라면 사유를 동반할 수 있는 철학책이 계속 출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널리 알려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책이 일찍 절판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권을 구매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