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제공.'그루잠'은 눈이 많이 오던 날, 엄마의 목숨과 맞바꿔 태어난 아이, 윤설의 이야기이다. 아빠는 일하느라 바쁜 나머지 윤설은 대부분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다. 우주와 상상을 좋아하던 이 아이는 조금씩 사회에 적응하고 관계를 맺으며 살려고 하지만 대부분 배신당한다. 험난했지만 결국 편안한 친구와 여생을 보내는 윤설은 평온하게 마무리한다.윤설의 개인적인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연을 보다보니, 친절하고 힘이 되어주던 사람들도 전부 다 다른 뜻이 있었다는 것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그런 어려움을 다 뚫고 이겨낸 그녀가 대단해보이기도 했다. 윤설의 약하지만 단단한 내면이 돋보이는 삶이였다.에세이 같기도 평범한 소설 같기도 한 '그루잠'의 진가는 마지막 대반전에 있었다. 제일 마지막 장에 남아 있는 악보 지시인 'D.C. 다 카포'를 보면 홀린 듯 제일 앞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무심코 지나친 이야기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고 이해가 되는 그 재미는 두번 읽어야만 느낄 수 있다.그루잠이라는 단어는 잠시 깼다가 다시 잠에 빠지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모호하게 걸쳐 있는 듯한 '그루잠'은 단어 뜻 그대로 잠에서 깬듯 안 깬듯한 느낌을 전한다. 내 삶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순간들이 문득 생길텐데 '그루잠'과 함께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