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Total_ID=2659753

[분수대] 강한 정부의 역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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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오일쇼크가 일어났을 때 석유 수입국들의 대응 방식은 두 가지로 갈렸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즉각 석유류 가격의 인상을 허용한 반면 많은 개발도상국은 국내 기름값의 통제에 나섰다. 전자는 석유 위기에 따른 조정을 시장기능에 맡겼고, 후자는 시장을 믿지 못하고 정부가 시장에 직접 뛰어든 것이다.

과연 어느 쪽이 더 '강한 정부'일까. 외견상 유가 상승을 방치한 나라의 정부는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약하고, 유가를 통제한 나라의 정부가 힘이 센 것처럼 보인다. 결과는 거꾸로 나타났다. 기름값이 시장원리에 따라 오른 나라에서는 소비자들이 스스로 에너지 절약에 나섰고, 에너지를 절감하거나 석유를 대체하는 기술 개발이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유가 급등의 충격을 막는다며 국내 기름값을 묶은 나라에서는 석유 소비가 줄지 않았으며 오히려 가수요와 사재기, 암거래가 성행했다. 그 후 선진국들의 석유 의존도는 크게 줄어든 반면 개도국의 석유 의존도는 여전히 높았다.

'강한 정부'는 시장이나 국민의 의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국가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보유한 정부다. 석유파동이라는 위기가 발생하면 국내유가 안정이란 목표를 정하고, 시장에 직접 개입해 가격 통제에 나선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가 힘을 발휘하면 할수록 시장의 기능은 쇠퇴하고, 정책의 효과는 떨어진다는 점이다. '강한 정부'는 정책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점점 더 큰 규제와 더 강한 행정력을 동원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정책 실패가 누적되다 보면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멀어지고, 정부의 권위와 영향력이 줄어 들어 종국에는 경제 파탄이나 실권(失權)이라는 파국을 맞을 위험이 크다.

미국의 국제정치경제학자 존 아이켄베리는 이를 '강한 정부의 역설(irony of state strength)'이라고 했다. 강한 정부가 강력한 정책을 펼친 끝에 힘이 빠지고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약한 정부로 전락하고 만다는 것이다.

이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줄곧 '크고 강한 정부'를 추구해 왔다. 과거사 정리나, 강남 부동산 잡기, 최근의 개헌 추진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뜻과 관계없는 반시장적인 의제를 독자적으로 설정하고 밀어붙였다. 그 결과 10%대의 낮은 지지율로 버티는 '약체 정부'가 됐다. 강한 정부의 역설에 빠진 것이다. 진정 강한 정부는 시장 개입의 유혹을 뿌리치고, 힘의 행사를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부일 텐데.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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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Total_ID=2666506

[분수대] 수치 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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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변덕스럽다. 그 변덕스러운 날씨를 예측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 때문에 날씨를 예측해서 기상예보를 하는 기상청이 종종 곤욕을 치른다. 물론 예보가 틀렸기 때문이다. 최근 몇 차례의 오보 탓에 기상청은 '양치기 소년'이란 소리까지 듣게 됐다.

그러나 날씨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일이 그리 간단치 않다. 기상 예보가 근본적으로 자주 틀릴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날씨를 과학적으로 예측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정확한 기상 관측 기구가 없었던 시절에는 감각기관이나 경험에 의존해 날씨를 점칠 수밖에 없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온도계를 발명한 것이 1660년이었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기상현상이 지역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발견한 때가 1773년이었다. 무선전신이 발명된 19세기 후반에야 광범위한 지역의 날씨를 보여주는 일기도가 일기예보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에는 인공위성과 기상 레이더 등 첨단 기상 관측 장비가 발명되고, 대규모 기상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컴퓨터가 등장했다. 현재의 날씨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래의 날씨 정보를 수치로 계산해 내는 이른바 '수치 예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문제는 날씨에 영향을 미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퍼컴퓨터를 사용해 분석해도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1961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발견한 이른바 '나비 효과' 때문이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한 달 뒤에 뉴욕에 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말처럼, 기상현상이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이론이다. 아무리 정교한 기상 예측 모델을 만들어도 처음에 입력한 정보가 조금만 잘못되면 예측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날씨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고, 예측 모델이 정교해진다고 해서 예보가 정확해진다는 보장은 없다. 숫자가 정확하다고 예보가 정확한 것은 아니란 얘기다. 컴퓨터가 계산해낸 수치를 해석해 날씨를 예보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기상청이 수치 예보 능력을 향상시켜 단기 예보의 정확도를 매년 0.2%포인트씩 높여 나가겠다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현재 86.2%인 예보의 정확도가 오는 2011년에 87%로 높아진다고 한다. 일반인으로서는 차이를 거의 체감하기 어려운 수치다. 어쩌면 미래의 날씨를 정확하게 맞힌다는 것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일일는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예보가 조금이라도 정확해진다면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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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레밍 정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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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DOS) 시절 인기 컴퓨터 게임에 '레밍스'라는 게 있었다. 화면 한 귀퉁이에서 쏟아져 나온 레밍(나그네쥐)들이 앞으로 행진한다. 강물이나 낭떠러지가 있어도 앞으로만 간다. 이 레밍을 안전하게 출구로 데려가는 것이 미션. 레밍은 먹이가 부족해지면 집단 자살한다는 가설을 근거로 만든 게임이다.

디즈니의 자연 다큐멘터리 '하얀 광야(White Wilderness)'(1958)를 보면 레밍 무리가 북극해로 빠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연출이 집단 자살 신화를 만들어 냈다. 하지만 레밍은 자살하는 게 아니다. 눈이 나빠 앞만 보고 따라갈 뿐이다. 강이나 언덕이 가로막아도 뒤에서 몰려오는 레밍에게 밀려 멈추지 못한다.

눈이 어두운 레밍끼리 몰려다니는 건 그래서 위험하다. 길잡이할 지도자가 중요한 이유다. 존 위컴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80년 서울의 봄 때 한국민을 레밍에 비유해 분노를 산 적이 있다. 신군부를 추종한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유독 한국의 군중만 레밍 같은 게 아니다. 토크빌이 '미국의 민주주의'(1835)에서 우려한 '다수의 폭정'도 비슷한 의미다.

군중에 대한 불신은 민주주의가 시작될 때부터 있었다. 철인(哲人)정치를 주장한 플라톤은 물론 아리스토텔레스도 '폭민 통치(mob rule)'로의 타락을 우려했다. 나치처럼 대중의 가장 저급한 본능에 호소해 권력을 장악하는 데 이용하기도 한다(앤드루 헤이우드, '현대 정치이론'). 요즘도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는 기승이다. 일부 국내 학자는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을 '진보적 군중주의'의 모델로 치켜세우는 판이니 민주주의에 대한 해석은 정말 다양하다.

민주주의에서 의견이 다를 때 마지막 수단은 다수결이다. 하지만 존 스튜어트 밀은 "진리를 어떻게 손을 들어 결정하느냐"고 했다. 국민연금을 많이 내고 적게 돌려받도록 하자고 하면 여론은 어떨까? 조만간 파산하게 된다는 사실에 눈감으면 당연히 적게 내고 많이 받고 싶어 할 게다. 공부 안 해도 원하는 학교에 갈 수 있다면? 국가 경쟁력이야 어찌됐건 당장은 반가운 소리다. 이때 현명한 지도자가 필요하다.

내가 살 생각이 없어도 강남 집값을 잡는다면 전 국민이 환호한다. 집값 양극화만 부추긴 결과를 보고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공급 위축을 예측하지 못한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같은 방향으로 더 밀어붙인다. 그 참에 정책 실패의 책임까지 비판자들에게 떠넘긴다. 여론이야 그렇다 해도, 정부마저 레밍처럼 멈출 줄을 모른다.

김진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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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시트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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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은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준말이다. 같은 무대와 같은 등장 인물이지만 매회 이야기가 바뀌는 코믹 드라마다. 1950~60년대 미국이 생산해 전 지구적 TV 장르로 자리 잡았다. 리얼리티 쇼와 함께 가장 TV에 어울리는 손쉬운 장르로 분류된다. 제작비가 싸고 가정 내 일상사를 소재로 하기 때문이다.

대중 장르인 만큼 문화적 대접은 박했다. 프랑스의 악동 프랑수아 오종 감독은 겉으론 평온한 중산층 가정의 추악한 실체를 그린 데뷔작의 제목을 '시트콤'으로 붙였다. 시트콤 속 알콩달콩 행복한 가족 이미지의 상투성을 비튼 것이다. '프렌즈''섹스 앤드 시티'등이 전 세계적으로 히트하면서 비로소 그 문화적 파장에 주목하게 됐다.

국내 시트콤은 90년대 시작됐다. SBS의 주도로 '순풍산부인과''오박사네 사람들' 등 히트작이 이어졌다. 가족물 외에 청춘 시트콤도 쏟아졌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형 시트콤이 그려낸 '가족 내 권력관계'의 초상이다. 90년대 급성장한 우리 시트콤은 전통적 도덕률의 붕괴와 가족관계의 급변을 담아냈다. 지금까지 회자되는 시트콤의 명캐릭터들이 그렇다. 하나같이 가부장의 권위란 찾아볼 수 없으며 중산층, 혹은 남자다움의 허위 의식을 귀엽게 폭로하는 인물들이다. 오지명.박영규.신구.노주현.김세윤 등 중후한 중견 배우들이 시트콤 속에서 속 좁고 치졸한 남성으로 망가졌다. 여성과의 권력관계도 뒤집어졌다. 말하자면 시트콤은 90년대 가부장제와 기성 권위의 균열을 상징하는 장르인 것이다.

최근 가장 인기있는 시트콤은 MBC '거침없이 하이킥'(김병욱 연출)이다. 이번에는 원로배우 이순재가 주책맞은 속물 한의사로 나온다. 야한 동영상을 훔쳐보는 에피소드 이후에 네티즌들로부터 '야동순재'란 별명을 얻었다.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 중 가장 발언권이 센 인물은 의사 며느리(박해미)다. 의사 부인을 둔 백수 남편(정준하)은 아내 대신 가사와 육아를 맡는 '트로피 남편'의 처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시집살이를 하는 것은 며느리가 아니라 소심한 시어머니(나문희)다.

역시 한국형 시트콤답게 변화하는 가족 내 권력관계를 잘 보여준다. 게다가 완벽과는 거리 먼 인물들을 그려내는 시선이 따뜻하다. 인간의 치졸함을 한껏 키득거린 후에도 뒤끝 없이 개운하다. 기성세대는 권위를 잃은 대신 인간적 친근함을 얻는다. '미드(미국 드라마)'열풍이지만 웬만한 미국 시트콤 부럽지 않다. '거침없이 하이킥'이 거침없이 순항하는 이유다.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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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마루 2007-03-1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침없이 하이킥 좋아합니다. ㅎㅅㅎ ㅋㅋㅋㅋㅋㅋ
 

출처 :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ctg=20&Total_ID=2658600

[분수대] 우수·경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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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는 태양의 공전을 기준으로 계절의 변화를 표현한 것이다. 그러니 그 원리는 태음력이 아닌 태양력과 동일한 셈이다. 명칭은 중국 화베이 지방의 계절에 맞춰 지어졌다. 동장군이 물러날 기색이 없는 2월 초에 입춘이 오고, 아직 첫눈이 올까 말까한 12월 초순에 대설이 들어 있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조상들은 24절기를 한반도의 계절 감각에 맞춰 농사의 지침으로 삼았다. 곡우가 되면 못자리에 쓸 볍씨를 담가 둔다거나, 망종에 모내기를 시작하고 대서에 김을 매고 하는 식이다. 실학자 정학유가 농사 스케줄을 노래로 지어 보급한 '농가월령가'는 12달 모두 첫 구절을 절기로 시작한다.

절기에 얽힌 속담이 많은 것도 그만큼 일상 생활에 밀접했기 때문이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에는 삼복 불더위를 이겨내고 가을을 맞는 서민의 여유가 들어 있다.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가 마른다" "백로에 벼 안 팬 집은 가지 마라"는 말은 절기와 농사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설명해 준다. "대한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은 해마다 일기예보 진행자나 방송 아나운서의 단골 메뉴다.

언제부턴가 절기를 입에 올리는 일이 확연히 줄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구 온난화다 기상 이변이다 해서 수퍼컴퓨터로도 예측 못하는 기후 변화를 절기로 설명했다가 망신당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산업화로 인해 농업 인구가 절대 감소한 것도 절기를 따지지 않게 된 원인일 것이다.

며칠 전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절기를 인용한 말을 들었다. 뉴욕에서 북.미 관계 실무 회담을 마치고 평양으로 돌아가던 길에 일본 나리타 공항에서 만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에게서다. 그는 "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되고 봄이 오고 있으니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한반도 기류의 변화를 설명했다. "우수.경칩에 대동강 얼음도 녹는다"는 말을 만든 평양 시민다운 화법이 아닐 수 없다.

예부터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의 말문이 터진 것을 일러 "경칩 났다"는 표현을 썼다. 벌레가 경칩에 울기 시작하는 것에 빗대서다. 김 부상이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차관보와 만나 회담한 6일이 하필이면 경칩이었다. 제자리만 맴돌던 6자회담이 비로소 첫발을 내디뎠다. 본격적인 여정은 지금부터다. 청명(4월 5일)께가 되면 말 그대로 한반도의 기상도가 쾌청해지기를 기대한다.

예영준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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