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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모모의 여행
류커샹 지음, 하은지 옮김 / 더숲 / 2018년 2월
평점 :
오늘 만나 볼 책은 20년 넘게 대만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스테디셀러 "혹등고래 모모의 여행"입니다.
저자 류커상은 '사람을 대할 때는 솔직하고 진솔하게 동물을 대할 때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대만 작가로서,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글을 써왔습니다.
해양포유학자들의 다년간의 연구끝에 밝혀 낸 혹등고래의 습관적 행동들을 새롭게 담아 2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초판을 수정하여 재탄생한 이번 책에서는, 문장의 수정 및 저자가 직접 그린 따뜻한 일러스트 20컷도 추가되었으며,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아서 외롭고 겁 많은 고래 모모가 전하는 가슴 벅찬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진정한 '나'를 찾아 바다에서 강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래 모모를 통해, 인생의 방향을 잃고 무기력해진 현대인의 마음을 다정히 어루만지고자 하고 있습니다.

모모는 다른 고래들과의 먹이 다툼에 번번이 지고는 하는 평범한 혹등고래입니다.
모모가 일반적인 고래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통의 일반적인 삶에 의문을 품는다는 것입니다.
싸움, 교배, 번식, 집단사냥 등 고래들에겐 당연한 일들이 모모에게는 고통스러운 일일 뿐입니다. 모모는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자신과의 대화를 즐길 줄 아는 고래이지만, 다른 고래들은 그런 모모를 멸시하고 구박합니다.

여느 날처럼 걸려온 싸움에 마지못해 전투준비를 하던 모모는, 상대 고래가 과거 자신을 상처입히고 패하게 만든 '바이야'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신감 넘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바이야를 따라 모모는 바다에서 강으로 역류하는 위험천만한 모험을 시작하게 됩니다.
비록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때문에 떠난 모험이었지만, 생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 속에서 모모는 끊임없이 자신과의 대화에 집중합니다.

시간이 흘러, 나이가 들고 죽음이 가까워지자 모모는 다시 한번 강으로 가는 여정을 선택합니다. 생명의 종착역을 향해 가는 자기만의 여행을 시작하면서, 그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의문을 조금씩 풀어 나갑니다.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마침내 죽는 장소를 스스로 선택하기로 결심한 모모입니다.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면서 그가 스스로 치열하게 인생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간의 그것과 같지 않나 싶습니다.
'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찾아내기 위하여 고민하는 모모처럼, 우리의 인생사도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것을 찾아내기 위하여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책을 읽다 보니 여느 고래들 처럼 어느 순간 생각없이 반복되고 있는 일상에 안주하고 있는 내 삶이 보입니다. 한때는 모모처럼 나의 삶의 주인이고자 치열하게 달리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새 익숙하게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내 인생이 보입니다.
모모의 여정을 따라가며, 다시한번 내 삶을 들여다보고 고민해 보고자하는 맘을 다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