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만나 볼 책은 "엄마의 영화관"입니다.
동화작가 강안이 엄마의 마음으로 자녀와 부모인 자신을 생각하며 선별한 서른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는 책인데요, 저자는 두 아이를 독서와 영화, 여행을 통해 방목하며 키웠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 '이것 해라, 저것 해라' 라고 지시하고 감시하는 잔소리꾼 부모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그저 주말에 두어 시간 아이들과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함께 보냈고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애썼으며, 그 덕에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사회는 스마트폰, 인터넷등 다양한 매체 속으로 숨기 쉬운 세상이고, 특히 아이들이 10대가 되면서부터는 부모 세대가 살아온 그때와는 너무도 달라진 세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과 소통도 쉽지 않습니다. 저자의 경험처럼 부담스럽지 않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녹아들며 가족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방법의 하나로 저희 가족 역시 함께 영화보기를 종종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재미나 흥미위주의 선택을 떠나 부모 자녀가 따로 또 같이 그리고 의미를 담고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제시되어 있어서 좋은 가이드가 되는 책입니다.
목차를 들여다보면,



제1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서는 아주 가까운 타인, 가족을 새롭게 보게 하는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이별까지7일'에서 '아무도 모른다'까지 6편의 익숙하고도 낯선 가족을 다시 마주보게 하는 영화를 모아놓았습니다.
제2부 '사랑일까?'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팎에서 주고받는 다양한 빛깔의 사랑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요, '아들의 자리'에서 '라벤더의 연인들'까지 부모로서의 삶에 대해 질문하는 영화 6편을 모아놓았습니다.
제3부 '나는 당신의 삶을 응원한다'에서는 가정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 자녀들과 함께 볼 만한 영화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우리들'부터 '앨버트놉스'까지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눈을 기를 수 있는 영화 7편을 모아놓았습니다.
제4부 '이 세상 누군가 울고 있다'에서는 '르 아브르'에서 '자전거 탄 소년'까지 연대와 관심을 필요로 하는 지구 곳곳의 사람들의 삶을 담은 6편의 영화를 모아놓았습니다.
제5부 '삶의 강을 건너다보면'에서는 '퍼스트 그레이더'에서 '세상의 모든계절'까지 나와 부모님의 인생 후반전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6편을 모아놓았습니다.
목차에 실린 영화들을 보니 본 영화보다는 제목조차 생소한 영화들이 더 많았는데요, 그동안 가족과 함께 보아 온 영화들이 너무 흥미 위주나 그때 그때 관심받는 영화들에만 집중되어 있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이렇게 다양한 주제로 영화를 분류하여 볼 수 있다는 기준도 배워볼 수 있게 됩니다.
소개된 영화 한편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의 '이별까지 7일'입니다.
건망증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엄마가 뇌종양 말기로 7일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으면서 이 영화는 시작됩니다.
삶이란 예측할 수 없고 이런 황망한 일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 전까지 가족이란 한집에 살고 있지만 자기 일에 집중하다 보면 서로 신경을 덜 쓰게 되고 데면데면 지내면서 시간은 무심하게 흐르게 됩니다.
이시아 유아 감독은 '가족 중 한사람이 곧 떠난다고 말했을 때 당신은 어떻게 할건가요? 더욱이 그 사람이 늘 내어주기만 하다 빈껍데기만 남은 어머니라면,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떠나게 되었을 때 당신의 삶은 어떻게 변할것인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라고 묻고 있습니다.
이 가족의 구성원은 이렇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없었다면 대출받아 집을 사지도 않았을 것이고 열심히 살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생활비도 제대로 주지 않는 아버지, 평소 말수가 적고 결혼해 분가해서는 좀처럼 집에 오지 않는 큰아들, 즐겁게 사는 것이 삶의 목표인 양 부모에게 용돈 받아 쓰며 생각없이 사는 철없는 대학생 둘째아들, 그리고 생활비 때문에 대출을 받아야 하는 어머니, 이들은 가족이라는 이름하에 그럭저럭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는 7일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습니다. 수술비 마련이 어려운 현실에서, 큰아들은 임신한 아내와 아기를 위해 마련해 둔 예금통장을 가져오고, 철없던 둘째는 어머니 치료를 위해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보고 아르바이트를 생각하며,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하고, 어머니는 자신의 물건들을 팔아 장례를 치뤄 달라는 유서를 화분아래 숨겨둡니다. 가족의 평범했던 삶이 엄마의 남겨진 7일을 두고 변하기 시작합니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고 때론 귀찮더라도 가족은 마주해야 하는 것이고, 포기하면 안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고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가족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합니다.

타인처럼 살아갈 뻔 했던 가족이, 기억을 잃고 시한부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통해 마주보기를 시작했다는 것, 그런데 왜 이런일을 겪고 나서야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요? 감독의 말처럼 당연시 되었던 것들이 낯설게 될 때 놓치고 살아온 것들이 보입니다.
영화소개의 말미에는 '영화를 보는 몇개의 시선'이 정리되어 있어, 영화를 본 후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길라잡이가 제시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와 감독의 인터뷰 내용들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 가족의 민낯은 어떤것인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결혼전 우리 친정의 모습, 그리고 결혼 후 내가 이룬 가족의 모습은 과연 어떤가 하고 말이죠...항상 익숙하게 그러려니 하고 살아내온 내 가족의 모습에 대해 제대로 뒤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남편과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독의 말처럼 당연시 되었던 것들이 낯설게 되어서야 놓치고 살아온 것들이 보여 후회하기 전에, 감사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부모는 자녀를 또 자녀는 부모를 제대로 바라보고 이해해 갈 수 시작으로, 이 책과 함게 영화보기를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