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 네안데르탈인에서 데니소바인까지
스반테 페보 지음, 김명주 옮김 / 부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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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책은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입니다.

이 책은 1980년대 초 이집트 미라의 DNA 해독부터 2010년 네안데르탈인 핵 게놈과 데비소바인의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까지, 고대 DNA를 연구해 인간의 본질과 인류의 기원을 탐험하는 세계적인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aabo)의 고대 DNA 연구 여정을 꼼꼼하게 풀어 낸 책으로, 마치 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제목만 보면 어려운 과학이야기를 잔뜩 담아놓았을 거 같지만, 그의 오랜기간의 실험여정을 시료를 찾아 나서는 모습부터 시작하여 실험실의 풍경과 실험하는 모습들, 과학하는 사람들의 고민들, 연구 기금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들, 과학자 간의 협업과 경쟁관계들, 학술지에 논문을 출판하는 과정 등등 과학자들의 내부세계의 모습들도 생생하게 담고 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나 열세살때 어머니를 따라 이집트에 다녀온 후 고대사에 매료되 대학에서 이집트학을 공부하던 그는, 이후 분자생물학으로 방향을 바꿔 바이러스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의 위대한 과학적 발견의 첫걸음을 시작하게 됩니다.


독일 본에 있는 라인 주립 박물관에는 독일의 비공식 국가 보물인 150여 년 전 네안더 계곡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인이 보관되어 있었는데요, 박물관에서 제공 받은 네안데르탈인의 위팔뼈 3.5그램을 가지고 페보와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네안데르탈인의 미토콘드리아 DNA의 염기 서열을 해독하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그는 네안데르탈인의 핵 게놈 해독에 몰두하게 되는데요, ​2006년 네안데르탈인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4년 만인 2010년 마침내 게놈 서열을 발표했고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이동과 현생인류와의 이종교배를 증명해 보였고 비아프리카인들에게 DNA의 2퍼센트 정도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현대인에게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입니다.

네안데르탈인 게놈 해독은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가 있는데요, 바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아이들은 유인원의 새끼들과는 다르게 두가지의 다른 행동을 하는데, '첫째 무언가를 가리키는 데 흥미를 느끼고' '둘째 부모와 타인의 행동을 훨씬 잘 흉내 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인간만의 독특한 행동에는 그 유전적 토대가 필수적이므로, 페보는 이를 알아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네안데르탈인의 게놈과 현대인의 게놈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를 위해 페보는 현대인의 조상들이 네안데르탈인의 조상들과 갈라진 뒤에 일어난 모든 유전적 변화를 찾아서 목록으로 만들었고 그중에서 아미노산을 바꾸는 78개 뉴클레오티드 위치들을 확인했습니다. 모든 인간들은 이 위치들이 서로 비슷한 반면,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및 유인원 게놈은 그 부위가 달랐고, 그중에는 정자의 운동성과 관계있는 유전자도 있었습니다. 우리 인간과 네안데르탈인 사이에 일치하지 않는 DNA 서열상의 위치들이 약 10만 개쯤인데, 앞으로 이 목록을 연구하여 현생인류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는 유전적 변화들을 찾아내는 것이 인류학의 가장 중요한 연구 목표 중 하나일 거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는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그의 일기 같고 소설 같은 책을 읽고 나니 어렵게만 느껴지던 '네안데르탈인''게놈''인류의 기원' 등등의 용어들이 어렵지 않게 다가오기도 하거니와, 과학자들의 삶에 대해서도 이해하게 됩니다.

과학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에게 꼭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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