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로 떠나는 세상 구경 나무클래식 8
이강엽 지음, 김윤정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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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책은 나무를 심는 사람들에서 발간한 나무클래식 시리즈 8번째 책인 "열하일기로 떠나는 세상구경"입니다.

저자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열하일기를 통해 세가지를 알려주고자 했는데요, 첫째 보는 힘인 '시력', 둘째 보는 폭인 '시야', 셋째 보는 각도인 '시각'이 그것입니다. 세상 구경을 제대로 하려면 시력이 좋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더 넓게 볼 수 있어야 하고 또 남들과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열하일기'일까요? 열하일기는 단순히 오래 여행하고 오래 쓴 여행일기 그 이상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박지원이라는 뛰어난 작가가 썼기 때문입니다. 박지원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문인으로 당대 문인들이 대부분 일찍부터 공부를 시작해 과거를 준비하고 또 벼슬에 나갔던데 비해, 박지원은 가난으로 인해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데다 과거를 포기하고 글공부에만 전념하여 오히려 다른 문인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시각과 문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은 모두 열가지 구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구경 '경계에 서야 다 보인다'를 통해 이 책의 구성과 내용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매 구경의 시작은 삽화로 문을 열고 있는데요, 첫째 구경은 바로 강에서 시작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압록강을 경계로 나뉘는데요, 박지원은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경계가 되는 지점을 '도(道)'라고 하고 있습니다. '나라 사이의 경계라는게 언덕 아니면 물이기 마련인데 세상 사람들이 꼭 지켜야 할 윤리나 만물의 법칙이란 것도 물가 언덕과 같다. 그러니 도는 다른 데서 구할 게 아니라 그 물의 가장자리에 있다.'라고 도강록에 적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 같으면 무심히 지나거나 거기에 빠져버릴 일인데 박지원은 시야를 넓히면서 중심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또 사람들은 보통 매순간 새로운 것이 눈앞에 펼쳐지고 낯선 문물들에 접하게 되면 중심을 잃고, 특히 자기가 사는데 보다 우월한 곳이라고 평가되는 곳에 가면 주눅 들기 십상입니다. 이래가지고는 경계를 넘어가서 이쪽저쪽을 제대로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조선사신들도 조선과 청나라 국경 지대의 출입문 즉 책문을 넘어서자마자 갑자기 기가 죽어버리면서도 또 청나라는 되놈의 나라라고 무시했습니다.그러나 박지원은 이것이 저것보다 더 좋다는 식으로 등급을 매기는데 주력하는 동안, 이것과 저것이 지닌 각각의 특색을 살폈습니다. '주눅들지 말자! 치우치지 말자! 배척하지 말자@ 그래야 제대로 볼 수 있다.' 바로 박지원의 시각입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박지원의 시야나 시각을 강을 건너 청나라로 가는 출발점부터 첫째 구경에서 만나보고 나면,

각 구경의 말미에는 각 구경의 부록처럼 특별한 내용들이 첨부되어 있는데요, 첫째 구경은'조선의 사신이 궁금하다고?'라는 제목으로 조선시대 사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조선은 국가의 중요한 외교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외국에 사신단을 보냈는데요 주로 중국과 일본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똑같은 사신이지만 그 내용이 많이 달랐는데요, 조선이 섬겨야 하는 큰 나라였던 중국은 사대외교의 대상이었던 반면, 일본은 섬의 오랑캐 정도로 낮춰 보아 교린외교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명나라에 파견하던 사신은 '조천사'라 하여 천자의 나라에 인사를 올린다는 뜻이 강조된 반면, 일본에 파견하던 사신은 '통신사'라 하여 신의를 통한다는 뜻이 강조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나라로 가는 사신은 '연행사'라 하여 그저 연경(북경)으로 파견하는 사신이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나라별로 사신단의 이름이 다른 이유를 제대로 배워봅니다.

또 둘째 구경 '작은 물건으로 읽는 큰 세상'에서는 술잔이나 벽돌 같은 작은 것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서 '사람탓을 할 게 아니라 제도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 제도가 정비된 뒤에야 비로소 쓰는 것을 편리하게 하는 '이용(利用)'이라 할 수 있고, 이용을 한 뒤에야 먹고 사는 것을 두텁게 하는 '후생(厚生)'을 할 수 있으며, 후생을 한 뒤에야 덕을 바르게 하는 '정덕(正德)'을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남다른 시력으로 작른 것을 크게 보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

매 구경들마다 박지원의 남다른 시력, 시야, 시각을 담고 있는 이야기와 열하일기에 담긴 그의 글들을 정말 재미있게 읽어 나갔습니다. 또 한장의 삽화이지만 각 구경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고 또 위트가 넘치는 그림과 글이 담겨 있어서, 삽화를 보는것도 참 즐거웠습니다.

그동안 여러권의 열하일기를 접했었는데요, 오늘 만난 열하일기는 내용도 쏙쏙 이해될 뿐 아니라 저자의 의도대로 새로운 '시력, 시야, 시각'을 가지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전보다 더 좋은 시력과 시야와 시각이 요구되는 미래를 살아가야 할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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