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동서대전" 서평

글쓰기 동서대전 - 이덕무에서 쇼펜하우어까지 최고 문장가들의 핵심 전략과 글쓰기 인문학
한정주 지음 / 김영사 / 2016년 6월

오늘은 "글쓰기 동서대전"이라는 책을 살펴봅니다. 

이 책은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가 밝힌대로 18세기를 중심으로 멀게는 14세기부터 가깝게는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을 비롯해 중국, 일본 그리고 서양의 한 시대를 풍미 했던 문장가 혹은 작가들이 선보인 글쓰기의 미학과 방법을 교차 비교해 살펴보면서 "어떻게 글을 써야할까?"라는 문제에 대해 필자 나름대로 접근해 본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목차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필자는 그 글쓰기의 방법을 '동심의 글쓰기', '소품의 글쓰기', '풍자의 글쓰기', '기궤첨신의 글쓰기', 

'웅혼의 글쓰기', '차이와 다양성의 글쓰기', '일상의 글쓰기', '자의식의 글쓰기', '자득의 글쓰기'로  

나누고, 각각에 어울리는 문장가나 작가들을 동서양에서 소환합니다.

이중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있어 찾아 보았는데요, '기궤첨신'이란 기이하고 참신하다는 뜻이며, '웅혼'이란 글이나 글씨 또는 기운따위가 웅장하고 막힘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장가나 작가들의 글쓰기에 나타나고 있는 특징을 키워드로 요약한다면, 

'무목적성, 주관성, 일상성, 다양성, 개방성, 독창성, 참신성, 기궤성, 미시성, 무한성, 불온성, 진정성, 다원성, 혁신성' 등이며, 이렇듯 다양다종한 글쓰기의 특징을 관통하는 핵심가치는 '개성과 자유, 그리고 자연'입니다. 

다시말해, '자기다움' 과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이 그것입니다. 이 세가지 가치가 바로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글쓰기의 철학이기도 합니다. 개성(자기다움)이란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만의 글을 쓴다는 것이고, 자유(자유로움)란 무엇에도 얽매이거나 속박 당하지 않은 채 자유롭게 읽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행동하고 자유롭게 쓴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여기에 등장하는 문장가들의 글쓰기에 대한 견해를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특수적이고 상대적인 것으로 봐야합니다. 즉 이들의 글쓰기를 시대적 산물, 즉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시각과 관점을 가져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필자의 글쓰기에 대한 철학을 전제로 9가지 글쓰기 중 한가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 '동심의 글쓰기' 입니다. 여기서는 이덕무, 이탁오, 루소, 니체를 만나보게 되는데요,

왜 18세기를 전후하여 동양과 서양에서는 공통적으로 동심과 어린아이가 새삼 발견되고 강조 되었던 것일까요? 그 이유를 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18세기를 전후해 동양과 서양에서는 오랜 세월 정치-지식-문화를 지배했던 전통적인 권력이 붕괴되거나 해체되기 시작합니다. 동양에서는 유학-성리학의 정치-지식-문화 권력이, 서양에서는 기독교-신학의 정치-지식-문화 권력이 약화되거나 쇠퇴하거나 몰락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때 새롭게 출현하게 되는 지식인 집단이 조선에서는 18세기 '성호학파'와 '북학파', 중국에서는 17세기 이탁오, 공안파, 그리고 서양에서는 18세기 장자크 루소, 볼테르와 같은 계몽주의 사상가와 19세기 프리드리히 니체와 같은 지식인입니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본연의 인간의 존재'에서부터 철학과 사상은 물론이고 인간의 감정과 사유를 표현하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야한다고 생각했고, 그러한 까닭에 '애초 인간이 존재 했던 자리 또는 순수하고 진실한 자연 그대로의 인간 존재'를 '어린아이'와 '동심'에서 발견하고, 여기에 기반한 '동심의 철학과 글쓰기'를 역설했던 것입니다.

잠시 루소의 글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책의 두께도 만만치 않지만, 그 내용 역시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글쓰기의 철학적 가치와 전제를 이해하고 글쓰기 주제별로 읽어나가면, 공간적으로는 달라도 동시대에 동서양에서 비슷한 역사적 전개가 이뤄지고 거기에 맞춰 글쓰기도 비슷하게 변화해가는 재미있고 신기한 사실을 만나게 되고 아울러 멋진 문장가나 작가들도 만나게 됩니다.

글쓰기에 앞서 글 잘읽기를 연습할 수 있는 책이며, 제대로 읽고 나면 나만의 개성있고 자유로운 글도 탄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오랫만에 즐거운 씨름을 할 책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