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낯익은 지식들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
신동기 지음 / 아틀라스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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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펴 볼 책은 "아주 낯익은 지식들로 시작하는 인문학 공부"입니다.

사실 '인문학'하면 흔히 문사철(文史哲) 즉 문학,역사,철학으로 정의되는데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공부해야하는지 그 방대함에 쉽사리 시작하기 힘든 학문입니다. 저처럼 관심은 있어도 무엇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문학을 접근하고 시작하기에 적합한 책이 아닌가 합니다.

이 책은 막연한 인문학의 범주를 역사/신화/종교/정치/경제/철학/과학의 일곱개의 주제로 나누고, 그 각각의 주제를 책 제목처럼 우리에게 아주 낯익은 열여섯가지 테마로 채워 넣었습니다. 

저자는 인문학 공부가 실제로 개인과 조직의 경쟁력 향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 여러가지 인문학 바탕지식들을 인문학 개론 수준으로 다루고 있고, 그 선택의 기준이 '바탕지식성'과 '현실성'입니다. '바탕지식성'이란 '다른 지식에 얼마나 많이 응용, 가공, 인용되느냐'이며, '현실성'이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에 얼마나 현실적으로 의미가 있느냐'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목차의 일곱가지 주제별 테마를 잠시 살펴보면,

1부 역사 - 로마제국사,영국사,중동사,사기(중국 고대사),일본사,한국사  

2부 신화와종교 - 그리스로마신화,불교,성경,이슬람교

3부 정치와경제 - 사회계약론,국부론과자본론

4부 철학과과학 - 동양철학사,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서양철학사,자연과학사 입니다.

각각의 테마들은 지식의 틀을 잡아주고 인문학 주제간에 서로 끊임없이 물고 물리는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고 변화해 왔음을 이해시켜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관심있는 주제나 테마를 먼저 선택해서 읽어도 전혀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또 익숙한듯 하나 그 깊이는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쉽게 접근하고 배울 수 있는 책입니다. 예를들면 '장기로 읽는 유방과 항우 간 천하쟁패'입니다.

 

1부 역사 4장 사기 중 '모든게임은 전쟁의 역사에서 시작되었다.'를 살펴보겠습니다. 알다시피 모든 게임은 전쟁의 역사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양자게임은 천하 제패를 다룬 유방과 항우의 용쟁호투나 지중해 패권을 놓고 벌인 한니발과 스키피오의 한판싸움을 모델로 하고, 3자 게임은 아침저녁으로 바뀌는 위/촉/오 삼국간의 동맹과 배신을 룰의 속성으로 하고 있으며, 다자간 게임은 모든 제후들이 들고 일어나 힘의 우열과 발 빠른 합종연횡으로 서로가 죽고 죽이는 춘추전국시대를 그 전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중 전쟁의 역사를 게임으로 옮긴 전형적인 고전은 바로 '장기'입니다. 장기라는 게임이 유방과 항우의 전쟁을 다룬 것임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관심이 없다보니 룰도 잘 모르고 즐겨 본적도 없는 게임이 장기였습니다. 가로 아홉칸 세로 여덟칸으로 이뤄진 일흔 두칸의 장기판이 유방과 항우의 전쟁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음을 책을 통해 알게 되니 이젠 역사 뿐 아니라 장기도 더 배우고 알고 싶어졌습니다.

 

전력의 핵심 '차와 마', 차는 전차로 현대전의 탱크와 같은 존재이며, 마는 말을 타고 지휘하는 장군으로 항우와 유방간 핵심인물은 경포와 한신이었습니다. 이 두 장수의 활약으로 항우와 유방은 자신의 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고 두 장수의 움직임에 따라 운명도 결정되었습니다. 경포가 유방의 품을 찾아가면서 크고 작은 모든 전쟁에서 항우는 직접 고군분투하는 어려움에 빠졌기때문입니다.

싸움에서 장군들 못지않게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들은 다름 아닌 전략을 맡은 '책사'들인데요, 장기판에는 책사의 역할을 맡은 말이 없습니다. 왜일까요? 책사는 한발 물러서서 여유를 가지고 판세 전체를 읽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장기 훈수는 뺨을 맞으면서까지 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 전쟁에서는 목숨을 내놓고 둬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항우가 이러한 훈수를 달가워하지 않은 반면, 유방은 훈수꾼의 조언을 항상 경청하고 그들을 귀하게 여겼으며 적의 책사들도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졸과 병의 운명은 임전무퇴이자 파부침선입니다. 장기판의 졸이라는 표현처럼 병과 졸은 싸움의 선봉대로서 앞만 보고 전진해야 하는 전쟁터 병사들의 운명을 잘 타나내고 있습니다.

장기는 이쪽에서 적의 장수를 외통수로 몰아 '장군이요'를 불렀는데 상대방이 장수를 보호할 수가 없어 '멍군이요'를 부르지 못할 때 게임이 끝납니다. 항우는 그의 마지막 싸움에서 '멍군이요'를 외칠 수 있었으나 끝내 '멍군'을 부르지 않고 사랑하는 여인 우희를 단칼에 보내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하늘이 자신을 버렸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일흔 두칸의 판위에서 서른 두개의 말로 이루어지는 장기에 항우와 유방간의 7년간의 전쟁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을 뿐만 아니라, 장기판 위에서 인재의 활용, 처세등도 배울 수 있었으며, 이는 현재를 살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배워야 한다는 사실 역시 놀랍습니다. 7년간 70회 이상의 싸움에서 한번도 패하지 않았던 항우가 단 한번의 마지막 싸움에서 목숨을 내놓게 된것을 보면 앞서 살핀 말들의 활용 즉 그의 인재활용이나 처세가 가져온 결과임을 알 수 있듯이 말입니다.


테마들 마다 모두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 글들이기에 그 재미를 전하고자 하나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뤄보았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낯익은 지식들을 읽어나가다 보니 과거의 역사,정치,철학 등 인문학 주제들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또 그것들이 여전히 오늘날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관심있는 분야의 인문학에 조금은 깊게 도전해 볼 수 있는 용기도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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