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살펴 볼 책은 "음식에 담아낸 인문학"입니다.
예전과 달리 먹을것이 풍부해진 오늘날의 사회에서 음식은 이제 더이상 허기를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닌게 되었습니다. 셰프들의 요리가 예능이 되고 전세계의 음식을 개인들의 블로그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먹을거리의 홍수속에서 만난 오늘의 책은, 음식들이 갖고 있는 저마다의 사연을 통해 단순히 맛의 차원을
넘어 때론 역사적인 비극을 때론 즐거움을 음미하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프랑스의 미식가 브리야사바랭은 '당신이 먹은것이 무엇인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사람인지 말해 주겠다.'고 얘기합니다. 음식이 단순히 먹고 마시는 것을 넘어 한 사람, 한 가족의 역사와, 문화, 개성을 함축하고 있음을 강조한 말입니다. 그러면서 서태후의 예를 들고 있는데, 그녀의 저녁 식탁에는 메인요리만 50개가 넘고 하루 500근의 고기와 100여종에 달하는 산해진미가 총 동원됐다고 합니다. 이러한 식성이 말해주는 그녀의 성품은 사치스럽고 과시욕이 강하며 그러면서도 식탐이 강해 자기 절제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또 호주의 사회학자 데버러럽턴은 '한사람이 어떤 음식을 선택하는 행위는 그 사람의 자기절제와 자긍심, 음식의 유래등에 대한 인식의 정도와 영성의 수준을 타인과 자기 자신에게 보여주는 강력한 표시'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고보니 내가 주로 먹고 찾는 음식들이 무엇인지 또 우리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 가족이 선택하는 음식들이 곧 우리 가족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단순한 즐거움의 대상인 음식에 묘한 비장함마저 느껴집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음식들을 목차를 통해서 보면 다음과 같은데요,
네파트 총 39개의 음식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럼 각 파트별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들을 하나씩 골라 살펴볼까 합니다.
우선 한국의 맛에서는 수제비입니다.
소제목에서 언급한 대로 수제비는 일제강점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가난할 대로 가난해진 한국사람들에게 생존을 위한 음식 즉 가난의 상징이었지만, 놀랍게도 그 역사는 6세기 중국 북위시대로 거슬러 올라가고, 고려시대때부터 한국에서 먹기 시작했으며, 조선시대에는 메밀과 쇠고기, 양고기가 들어가는 양반들의 고급 음식이었다고 합니다. 비오는 주말이면 점심으로 꼭 해먹게 되는 수제비에는 이렇게 오랜 역사와 사연이 담겨 있었네요...
외국의 맛에서는 월남쌈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어울림의 상징 월남쌈! 그런데 그 사연에는 베트남의 아픈 역사가 담겨잇습니다. 베트남의 전통음식이지만 월남쌈이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대중화가 시작된 곳은 바로 호주입니다. 베트남 전쟁 직후 사회주의 베트남을 탈출 해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많이 망명한 곳이 호주였는데, 그들이 생계를 위해 연 음식점의 주 요리가 바로 이 월남쌈이었습니다. 과일을 좋아하는 호주인들의 입맛이 가미되어 라이스페퍼와 고기, 야채에 망고와 같은 과일이 첨가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고 오늘날과 같이 세계적인 요리가 된 것입니다.
사랑과 낭만의 음료 파트에서는 제가 너무 좋아하는 커피를 살펴보겠습니다.
'세례받은 음료' 이 소제목은 결국 역사적인 비극을 가져오게 되는데요, 처음 에디오피아에서 발견된 커피가 유럽으로 건너가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기독교인들의 금지요구에 당시 커피맛에 반해 있던 교황 클레멘스 8세는 커피에 세례를 베풀어 악마의 콧대를 꺽겠다며 커피에 세례를 주게 이릅니다. 교황의 공인하에 유럽 전역에는 커피하우스가 생겨나고 커피는 유럽인의 일상속에 자리잡게 됩니다. 이에 유럽인들은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브라질 등의 해외식민지에 커피를 대량생산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아프리카 흑인들이 식민지로 끌려가 원주민들과 커피재배에 투입됩니다. 흑인노예들의 땀방울이 빚어낸 음료, 그래서 커피엔 '니그로(흑인노예)의 땀'이란 별칭이 붙게 되었다네요.
아침이면 커피한잔으로 시작하는 일상이 이런 비극의 역사를 딛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잠깐 당황스러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자연이 준 선물 파트에서는 제가 좋아하는 고추냉이를 살펴봅니다.
가족들이 모두 회를 좋아하다보니 고추냉이도 아울러 꼭 즐겨먹는 재료중에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실 고추냉이를 제품화 된것으로만 접해왔는데, 일본에서는 고추냉이 자체를 상어가죽 강판에 갈아주는 것으로 횟집이나 초밥집의 수준을 가늠한다고 합니다. 고추냉이 뿌리를 곱게 갈수록 고추냉이 맛을 잘 낼 수 있는데 가장 곱게 갈리는 강판이 바로 미세한 톱니가 돋아난 상어껍질를 사용한 강판이라고 합니다.
고추냉이의 효능을 살펴보면, 우선 생선 비린내를 잡아 생선의 고소함을 극대화 시키고, 세균류 번식을 억제하는 항균작용 및 항암, 노화방지 역할까지 한다고 합니다. 일본에선 고추냉이를 함유한 치약상품이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요, 회를 좋아하는 일본 답게 고추냉이의 활용이 무궁무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오늘 먹고 있는 음식들이 저마다는 사연을 담고 있다는 것이 참 재미있고 아울러 역사도 둘러보고 또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가볍게 읽히지만 대론 무겁게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들도 있어 읽는 재미도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