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6
안도균 지음 / 작은길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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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양약보다는 한약을, 주사보다는 침을 더 편하게 생각해 오고, 지금도 뜸을 배워 가족들이 채하거나 할때면 뜸부터 놔주며, 병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낫는데도 그 생긴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인입니다. 

그런 저이다 보니 평소에도 한의학에 관한 책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 와중에 만난 오늘의 책은 저의 이러한 생각에 정말 딱 부합하는 인문의학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동의보감 - 양생과 치유의 인문의학'은 고전찬찬히 읽기 시리즈의 6번째 책으로 고전명저들 중 장편에 해당하는 책들을 소개하는 고전해설서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원전읽기를 가로막는 분량과 텍스트 자체의 어려움을 덜어주면서 본래 고전이 품은 깊은 호흡과 느린 걸음을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찬찬' 시리즈라고 하는데요 참 맘에 드는 시리즈입니다.


저자인 도담 안도균선생의 약력도 참 특이합니다. 전공은 수의학이지만 어려서 침을 맞으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시작된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독학으로 한의학을 공부하게 하였고, 처음엔 질병 치료의 단순한 기술이라 여겼던 한의학이 어마어마한 사상사적 지반을 딛고 있음을 깨달아 그런 공부과정의 하나로 동의보감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한의학 전공자 못지않게 진지하게 읽고, 한의학 전공자가 아니기에 과감하게 읽어낸 그의 동의보감을 들여다 보겠습니다.



동의보감은 내경,외경,잡병,탕액,침구 이렇게 다섯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책은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내경편을 정리한 책입니다. 허준은 몸을 세가지 단계 즉 '몸안의 풍경', '육체의 형상', '관계속의 존재'로 인식하였는데 이를 각각 내경,외경,잡병 편에서 풀고 있으며, 탕액과 침구편은 약의 종류와 침법을 설명해 놓은 부분으로 성격상 부록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몸안의 풍경은 무엇일까요? 목차의 순서를 보면 그 내용을 대강 짐작할 수 있는데요,

몸안의 풍경이란 오장육부를 비롯한 여러장기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단순히 해부학적인 관점으로만 장기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제5장의 오장육부의 목차의 내용에서 보여지는 것 처럼 내부의 장기와 외형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위를 한번 살펴보면, 개인적으로 제가 비위가 약한 편이어서 관심이 많은 장기입니다.


설명에서처럼 위와 비는 그 합쳐진 모양새가 토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기능적으로 위는 받아들이는 것을 주관하고 비는 소화시키는 것을 주관한다고 합니다. 비위가 약한 제가 소화기능이 약한 이유가 설명이 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토의 기운을 지닌 장부 비는 촉촉하고 습한 형상을 닮았고 황색의 상을 가지며 소리는 노래를 가진다고 합니다. 아울러 생각을 통해 때에 맞춰 공간을 배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토의 기운을 가진 사람은 이러한 능력에 강한 면을 보이게 된다고 하는데요, 이런부분이 역학과 동의보감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저자의 인터뷰 내용 중,

 [동의보감]에서는 몸과 자연의 연결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몸의 발생과 생리를 자연의 이치로 설명하고 질병도 그런 법칙 안에서 치유합니다. 근대가 시작되면서 몸과 자연의 이러한 연결성은 사라져야 할 미신이 되어 버렸죠. 그 대신 몸을 제도와 병원 시스템 안에서 병리적인 대상으로 고립시켜 버립니다. 이제 몸에 대한 공부는 의료인들만의 몫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몸과 자연의 연결성을 끊어 버린 채 말입니다. 몸이 과학적인 분석의 대상으로 고립되니까 몸 공부를 전문인한테만 맡기는 거 아닙니까. 내 몸이 자연의 법칙성을 따른다는 걸 안다면 존재와 세계를 보는 감각이 좀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임상진료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사이즈를 넓혀 보자는 것이죠. 현대인들은 여전히 모든 문제를 사회구조, 미생물, 심리 등에서 찾으려 합니다. 그것도 중요합니만 그것만으로는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우울함이나 무기력, 나약함 등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동아시아의 천인상응의 이치와 그것을 기반으로 일어난 한의학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 오래된 사상이 오히려 현대인의 문제를 푸는 데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텍스트로 [동의보감]을 선택한 거죠. 


이 내용이 정말 와닿습니다.

저 역시 단순히 눈에 보이는 증상을 그 근본적인 원인과 상관 없이 당장의 상처만 없애는데 급급한 현대 의학에 대해 의문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동양의학에 더 관심이 많고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거 같습니다. 



여러모로 넘쳐나기만 하는 세상입니다. 

'동의보감'을 입구 삼아 몸을 새롭게 인식하고(치유)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좋은 삶을 살아나가는(양생)데 필요한 양식이 되기를 바라는 출간 의도가 정말 와닿는 책이며, 책의 내용 처럼 양생적인 삶 즉 줄이는 삶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데 힘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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