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옛날에 문 따라 들락날락 - 문이 들려주는 설화 속 우리 역사 설화 속 우리 역사 시리즈
심재은.최정이.최서현 지음, 박지윤 그림 / 파란자전거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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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살펴 볼 책은 문에 관련된 10가지 설화로 구성된 "옛날옛날에 문 따라 들락날락"입니다.

하루에 수도 없이 들락날락 하는 문이 뭐 그리 특별할까 싶었는데, 그 문과 관련된 우리 역사 들여다 보기가 참 재미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문을 통해 사람만 들고 나는 것이 아니라 복도 굴러 들어오고 재앙도 굴러 들어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문은 복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나쁜 잡귀는 막아 집안을 지키게 하는 중요한 장치였습니다. 또 사람들이 다니는 문만 있는 것이 아니라 효자문이나 열녀문 같은 기념문도 있습니다. 임금과 신하는 다른문을 사용했고, 한양을 지키는 문들은 각각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산속 깊은 절에도 여러 문이 있었는데 각각의 문이 가지는 의미도 또 다릅니다.


이런 일련의 이야기들을 담은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중 첫번째 장의 두 이야기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제주도에서 내려오는 문왕신 이야기는 집안 곳곳에 어떻게 신들이 살게 되었는지 알려주는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금슬 좋으나 가난한 그리고 일곱아들을 둔 남선비와 여산부인이 있었습니다. 간사하고 악독한 노일자대라는 여성으로 인해 남선비는 겨우 마련한 장사미천을 다 잃고, 남편을 찾아 나선 여산부인은 죽음에 이르며, 아들들마저 없애려 합니다. 그러나 죽은 여산부인의 도움과 지혜로운 막내아들 녹두생이의 효심으로 결국 죽은 어미를 살려내 행복하게 살았다고 합니다. 

그들이 죽고 나서 옥황상제가 녹두생이와 그 가족들을 모두 신으로 정해 주었는데요, 오랫동안 차가운 물속에 있었던 여산부인은 따듯한 부엌에서 살도록 부엌의 '조왕신'으로, 눈멀어 고생한 남선비는 본인의 잘못으로 그리된 것이니 헛간을 지키는 '잡신'으로, 일곱형제 중 위로 다섯은 '오방신'으로, 여섯째는 뒷문 지키는 '뒷문왕'으로, 막내 녹두생이는 앞문을 지키는 '문왕신'으로 정해주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 측간에서 목을 멘 노일자대는 '측신'이 되어 뒷간을 지키되, 여산부인인 

조왕신이 지키는 부엌쪽은 얼씬도 못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뒷간은 부엌 쪽을 보고 짓지 않는 풍습이 생겼다고 합니다.


두번째 이런저런 얘기는 귀신막는 처용 이야기입니다. 


대문에 '입춘대길'이란 글자나 무서운 호랑이, 장군 등을 그려 놓은 그림을 본적이 있을 겁니다. 입춘대길은 한해 동안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재물과 복이 집안으로 들어오길 기원하는 의미이고, 무서운 그림은 잡귀 잡신이 대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한 옛부터 내려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풍습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풍습은 언제부터 생긴 것일까요? 

신라 49대 헌강왕 때, 신하들을 거느리고 개운포로 물놀이를 다녀오던 헌강왕 일행은 갑작스레 몰려온 구름과 안개로 사방이 컴컴해져 길을 잃고 마는데요, 날씨를 관장하는 관리의 조언에 따라 동해의 용을 위해 이곳에 절을 짓고 밤낮으로 기도하라는 명을 내리게 됩니다. 이 명령에 곧 날이 개고 용왕이 일곱 아들을 데리고 나와 헌강왕의 융숭한 대접을 받게 되자, 용왕은 헌강왕을 도우라고 일곱 아들 중 '처용'을 헌강왕에게 보냅니다. 처용을 오래 곁에 두고자 신라에서 가장 예쁜 여인을 부인으로 짝을 맺어 주는데, 그 부인을 사모한 한 귀신이 처용이 집을 비웠을 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처용부인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집으로 돌아온 

처용은 그 모습을 보고 시를 지어 춤추고 노래 부른 후 사라지니, 얼마 뒤 그 역신이 처용에게 용서를 구하고 처용 얼굴이 그려진 그림만 보아도 그 문안으로 들어가지 않겠노라 말하고는 조용히 사라집니다. 이 일이 있은 뒤부터 사람들은 처용의 모습을 그려 문에 붙이면 나쁜 악귀를 물리치고 경사스러운 일들을 맞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문신과 처용의 이야기를 읽고 나면, 문도감 코너를 통해 문에서 치르는 여러가지 의식들을 사진과 

함께 만나게 됩니다.


단순히 미신으로만 여겨지는 문과 관련된 의식들이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있고, 또 우리조상들이 어떤 의미를 두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면, 입춘날 아파트 현관문에라도 붙이는 '입춘대길'이 달리 와 닿을거 같습니다.


목차의 다섯 이야기들이 모두 두가지의 설화와 사진과 함께하는 도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문화유산들을 재미있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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