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인문으로 치유하다 융합과 통섭의 지식 콘서트 4
예병일 지음 / 한국문학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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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막연히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꿔보기도 했고, 여전히 의학 드라마라면 잘 보지 않는 TV도 시간을 맞춰 봅니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에서 만나는 의사나 의학의 세계는 높은 벽을 치고 있는 그들만의 리그이고, 병원의 매점 아저씨라도 알아야 병원에서 제대로 환자 대접 받는다는 우스개소리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습니다.

이렇게 이중적인 잣대로 바라봐지는 "의학"을 "인문으로 치유한다!"

제목만으로도 제 호기심을 붙잡는데 성공을 하였는데요, '융합과 통섭의 지식콘서트'시리즈라 어려울거라는 제 편견이 보기좋게 빗나가면서, 의학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의 도움을 받아 역사적인 고비들을 넘기며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고 앞으론 어떻게 자리잡아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해볼 수 있는 즐거운 책읽기였습니다. 


우선 목차와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1장에서는 의학이 흔히 과학의 한 분야로 취급되지만 그 시작점은 인문학에서 출발했고, 왜 인문학적인 사고가 필요한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철학에서 출발한 의학이 근대에 들어와 과학적 연구 방법을 도입하면서 크게 발전하긴 했지만 이젠 질병 치료가 아닌 환자치료를 중점에 둬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사실 5분여의 짦은 시간내에 병명을 정하고 처방을 해주는 지금의 시스템에서 과연 의사가 환자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그리고 의사의 태도나 말투로 인해 같은 증상의 환자도 다른 결과를 보이는 단적인 예만으로도, 의학이라는 것이 단순히 과학이기만 한것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출발점인 인문학으로 돌아가야하는 이유가 여기 있는것이 아닌가 합니다.

2장에서는 의학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파스퇴르와 베르나르의 이야기였습니다. 미생물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스퇴르는 약화된 세균에 걸린 개체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고 예방접종법을 개발했고 오늘날 이를 백신이라고 합니다. 베르나르는 인간의 체내환경, 장기의 기능, 화학작용, 배설들이 정교한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발견하여 이를 내부환경이라고 명명했고, 질병에 걸렸을 때 증상이 특정한 장기나 체내 화학반응의 변화 결과로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했습니다. 실험의학의 출발입니다.


3장에서는 해부도와 그림을 통해 미술분야에서 관찰되는 의학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생생한 해부도를 통해 해부학이 발전하였고, 미술작품에 등장하는 의사나 환자를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보여줍니다. 피카소의 '과학과 자비'라는 그림에는 의사와 수녀가 등장하는데요, 의사는 과학을 아기를 안은 수녀는 자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과학만으로는 인간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것은 아닐런지요...



4장에서는 영화와 드라마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의학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범죄수사물 시리즈나 의학드라마에는 항상 최첨단 법과학이나 법의학 지식과 기술이 동원되는데요, 이를 통해 최첨단 지식을 얻거나 의료적 환경이나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의학이라는 학문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협력자가 바로 이러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가 싶습니다.


5장에서는 의학의 발전과 함께 발생하고 있는, 윤리적으로 판단이 어려운 상황을 들여다 보고 윤리와 법이 의학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락사, 낙태, 유전자조작등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예전에는 신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것들이 과학의 발전과 함께 인간의 영역으로 바뀌면서 생명윤리에 대한 깊은 고찰이 필요해졌습니다.

또 얼마전 가수 신해철씨의 안타까운 일을 보면서,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진들의 윤리적인 태도가 절실함을 동감해봅니다.


6장에서는 그 제목처럼 문화를 읽고 사회를 보는 의학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의학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생긴 사람이 자신이 영향을 주고 받고 있는 사회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문제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도 에이즈가 무서운 불치의 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에이즈와 HIV 감염은 구별되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에이즈와 HIV 감염을 구별하지 않는 것이 문제이며, 매스컴 등에서 에이즈라 할 때는 사실 후천성면역결핍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인체에는 별다른 이상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에이즈’가 아니라 ‘바이러스 감염’이라 해야 옳은 이 상태는 이때부터 치료를 시작하면 됩니다. 일상에서 알게 모르게 접하고 있는 문화의 영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의학을 활용하여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7장에서는 과학의 발달로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의학의 이야기입니다. 현대의 많은 학문이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하는 것처럼 의학도 과학의 한 분야가 아닌 다양한 학문이 융합된 분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예를들면, 미생물학과 면역학의 발전은 의학에서 감염내과와 외과적 수술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유전학과 생명과학의 발전으로 개인별 맞춤의학을 도입하게 됐으며, 전기와 전자 기술을 이용한 정보기술을 의학에 접목함으로써 의학 발전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까지의 통계에 의한 의학이 아니라 개인별 차이를 감안한 맞춤의학이 곧 가능해 질거라고 하니, 이것이야 말로 의학이 왜 인문학의 근간으로 치유해야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얼마전 본 다큐멘터리에서 하반신마비 환자들이 로봇 다리를 장착하고 걷는 과학과 의학이 만나 이뤄낸 쾌거가 떠오릅니다. 이것이야 말로 타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발전한 개인 맞춤의학이 예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울로 앞으로의 의학이 추구해야 하는 방향이기도 하구요.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제가 너무나 바라고 공감하는 바를 정말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 준 글이 있어 올려봅니다.

바로 정재승 교수의 추천사입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사유를 통해 답하는 학문이 인문학이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총체적으로 이해해야만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학은 본질적으로 인문학에 기댈 수밖에 없다. 예병일 박사는 인간을 생명이 붙어 있는 살덩어리로만 바라보지 않고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내성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주체, 즉 ‘의식을 가진 생명체’로 바라보며 치유를 모색한다. 이 책은 융합적 사고가 왜 중요한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줄 접근을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별히 주목할 만하다.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마지막으로 덧붙인다면, 제가 동경해 오던 의학분야를 역사,미술,사회,문화,윤리등 다양한 분야의 관점에서 접목시켜볼 좋은 기회였으며, 아울러 아이에게 이과와 문과의 경계를 허물 수 있는 책으로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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