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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긋하고 홀가분한 집의 시간 - 오랜 습관이 만들어준 편안한 날들
우치다 아야노 지음, 임정아 옮김 / 라이프앤페이지 / 2023년 9월
평점 :
오늘 만나 볼 책은 일본의 인테리어 및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며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생활작가 우치다 아야노의 "느긋하고 홀가분한 집의 시간"입니다.
작가는 50대 중반인 지금 오랫동안 살아온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하면서 사는 곳이 바뀌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본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 편하게 사는 일'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생각해 보고 새로운 공간에서 느긋하게 시간이 흘러 갈 수 있도록 집과의 시간을 잘 가꾸어 나가고자 하는 마음을 책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작가가 가족과의 시간을 염두해 두며 느긋하게 집을 가꿔나가는 이야기는 인테리어 책이자 생활 철학이 묻어나는 한편의 에세이와 같아서, 작가의 글과 엄선해 올려 둔 사진을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울러 복잡한 아파트 생활을 벗어나 나만의 단독주택을 꿈꾸는 일인으로서, 향후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한다면 이렇게 나만의 집을 가꿔보겠다하는 계획을 세우는데 길라잡이와 같은 책이기도 했습니다.
본문은 그녀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 그녀가 추구하는 인테리어,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심을 둔 수납 그리고 자신의 살림 노하우에 대해 4부로 나누어 풀어내고 있습니다.
제게는 편안하고도 단정하게 다가온 그녀의 집가꾸기 이야기를 일부 들여다 보겠습니다.


이사를 하면 가장 먼저 가구를 그대로 쓸지, 수리를 할지, 교체를 할지가 고민일 것입니다. 작가는 80세가 되어도 지금의 취향이 바뀌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기에 오랫동안 사용해서 애착이 많이 가는 가구는 수리해 가면서 소중하게 사용하고 파손된 것만 바꾸기로 하였습니다. 고양이로 인해 손상이 잦은 의자나 소파는 커버 교체만으로도 색상과 무늬가 바뀌는 즐거움을 누리고 리넨커튼의 한계는 제품의 교체를 통해 새로운 물건을 만나는 유연함을 누렸습니다.
5분이든 10분이든 잠깐 멍하니 밖을 바라보는 즉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본인에게 허락함으로서 모든 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너그러워지는 삶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분이 조금 우울한 날은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면 소리를 내어 말해보기로 하였는데, 예를 들면 세탁을 했는데 얼룩이 지워졌다면 '또 기분좋게 입을 수 있겠는걸', 배가 고파 찬장을 열었는데 콜소메 수프가 하나 남아 있다면 '아, 이 콩소메로 뭔가를 만들어야지' 와 같습니다. 분주한 일상에 곁에 있는 행복의 조각들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처럼 행복을 느꼈을 때 소리를 내보는 것 만으로도 작은 행복감이 쌓여 기분좋은 나날을 만들어 줄 것입니다.
작가의 라이프스타일의 아주 일부만을 담았지만, 그녀가 추구하는 삶이 어떠한지를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머리로만 인식하고 있던 행복해지는 아주 많은 방법들을 그녀는 집을 가꾸는데서 하나하나 실천하고 만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업주부로서 매일매일 집안의 작고 소소한 일들을 하고 있지만, 작가의 방식으로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을 살펴보면 바꿀 수 있는 부분들도, 또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들도 아주 많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그 변화들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집도 삶도 어느순간 매우 긍정적으로 변화되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는 '수납'에 관련된 내용도 일부 살펴보겠습니다.
작가는 거실은 수납에 얽매이지 않는 느긋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좋아하는 가구만 놓고 그 안에 들어가는 만큼만 수납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집안 그 어느 곳보다 습관이 중요한 주방은 정말 필요한 품목만 취사선택하여 처음부터 확실한 장소를 정해두고 정리하여 사용 후 제자리에 두기만 하면 되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이사 와서 가장 고민이었다는 의류 수납의 경우는, 이제부터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하에 수납을 계획하였다고 합니다. 그외 침실, 다용도실, 현관 등도 그 공간에서 무엇을 원하는지의 목적에 맞게 수납을 결정하였습니다.
물건이 늘어져 있는것을 싫어해서 무조건 어딘가에 넣어두고 정리정돈을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의 수납에 대한 생각을 읽고 보니 각각의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없이 그냥 넣어두기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안 각 공간의 역할에 따른 목적성이 있음에도 처음과 달리 그것을 잊고는 물건을 수납하기에 급급하다보니 사실 안쓰고 방치되어 있어 있는지 조차 모르는 물건들도 제법 있다는 현실자각이 새삼 들기도 합니다. 이사를 한다거나 계절이 바뀜에 따라 한번씩 정리를 한다고 하지만 처음의 목적을 상기하지 않으면 안쓰는 물건은 또 그대로 두기 싶상이고 아낀다고 못쓰고 못입는 경우도 종종 있기에 앞으로는 각 공간의 수납을 위해 우선적으로 목적을 염두해 두어야겠습니다.
아울러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하에 수납을 계획했다는 작가의 말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아끼며 오래 입었지만 버리기엔 아까운 옷들은 작가처럼 평상시에 집에서 평상복으로, 동절기를 위한 옷을 정리함에 있어서는 어떤 옷을 입을지에 대한 계획하에 남겨둘 옷과 버릴 옷을 선별 수납할 예정입니다.
작가의 글은 책의 제목처럼 참 느긋했습니다. 그렇지만 담고 있는 글에서는 무엇을 해야겠다는 단호함을 배울 수 있었고, 사진에서는 그 단호함으로 인해 만들어진 단정한 공간들이 묻어나 있었습니다. 단순하고 참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지만 그저 생각뿐이었던 제게 좋은 교과서가 되어 주었고 나아가 중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갈지에 대한 고민도 해 볼 수 있는 시간도 주었던 책이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계신분들께 한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해봅니다.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