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역사 - 외환위기부터 인플레이션의 부활까지 경제위기의 생성과 소멸
오건영 지음, 안병현 그림 / 페이지2(page2)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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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책은 거시경제의 대가로 불리우는 오건영님의 "위기의 역사"입니다.

2022년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된 이후, 그리고 40년만에 가장 강한 인플레이션이 찾아온 이후 상당기간 볼 수 없었던 현상들, 예를 들면 달러/원 환율이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올랐고, 다시는 볼 수 없을거라 생각했던 5%대 정기예금 금리를 만날 수 있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높은 수준으로 뛰어 오른 유가, 영국 국채 시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공포감에 따른 영국 파운드화의 가장 낮은 수준의 하락 등이 금융시장에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로 지금의 금융시장은 불안감에 쌓여 있고 투자자들은 극단적인 위험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저자는 과거의 불안했던 시기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지식을 갖게 된다면, 즉 각각의 불안했던 시기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어떻게 해결되었고 어떤 충격을 남겼는지에 대해 공부한다면 지금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언가 교훈을 남겨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투자를 위한 조언 보다는 과거의 위기를 돌아보는 교양서의 형식에 초점을 맞추어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그가 다루고 있는 위기는 총 4파트입니다.

'제1장 외환위기'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비극적인 역사로 남아있는 1997년 IMF 외환위기에 대해 다루고,

'제2장 닷컴 버블'에서는 인터넷 혁명이 몰고 온 닷컴 버블의 생성과 붕괴를 적고 있습니다.

'제3장 금융위기'에서는 닷컴 버블의 층격을 완화하기 위한 부양책으로 인해 발생한 금융위기를 담고 있으며,

'제4장 인플레이션 위기'에서는 코로나 19사태 및 그 이후 나타난 40년만의 인플레이션 충격을 다루고, 아울러 최근 나타난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을 빗대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위기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봅니다.

저자는 하나의 위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그 위기가 낳은 상흔을 당시의 경제기사들을 인용하여 살펴 본 후 그런 깊은 후유증을 만들어 낸 경제 위기의 발생 배경을 다루고 난 후 그 원인을 밝히는 방향으로 글을 전개합니다. 또 위기의 극복 과정이 어떻게 다음의 위기를 잉태하게 되었는지를 적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네 가지 위기 국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의 경험을 섞어 당시의 위기 상황의 참담함을 묘사하고 차분하게 그 원인을 밝혀나가는 저자의 글은, 평소 미디어를 통해 접한것처럼 차분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져 있어 복잡하고 어려울것만 같은 한국의 경제사를 큰 틀에서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에세이 즉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과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를 통해 책의 구성과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각 에세이의 시작은 이렇게 각 에세이의 내용을 함축해 놓은 그림으로 시작을 합니다.

2023년 3월 초 미국의 SVB 즉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소식이 들려옵니다. 저자가 SVB 은행의 파산을 마지막 에세이의 내용으로 다룬 이유는 앞서 다룬 다양한 위기 발생의 과정에서 나타난 일들이 비슷하게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19 사태 직후 시행된 강력한 경기 부앵책의 최대 수혜를 받은 IT벤쳐기업들이 주거래 고객이었던 SVB 은행은 IT 벤쳐산업 호황으로 인해 대출이 필요한 고객이 없자 넘쳐나는 예금을 장기국채에 투자하게 됩니다. 그런데 2022년 이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의 시작으로 유동성이 줄자 기업이 은행에서 인출을 시작하게되고, 중도해지가 되지 않는 장기국채에 투자를 해놓은 SVB는 장기국채가 크게 하락함에도 불구하고 매각할 수 밖에 없었으며, 채권투자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에 예금자들은 예금인출을 요구하게 되면서 불과 수일만에 파산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 숨어 있는 은행 파산의 진짜 이유는 바로 단기로 예금을 받아서 장기국채에 투자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은행들은 단기로 예금을 받아 장기로 대출을 해주지만, SVB의 경우 과도하게 만기가 긴 장기국채를 사들였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그 이전에 이루어진 은행 규제완화가 이러한 빌미를 제공하게 되었는데요,

인용된 기사에서 보듯이 금융위기 이후 강화되었던 은행들에 대한 규제를 2019년 트럼프 행정부 당시 크게 완화시킴으로서 감독 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난 방만한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은행 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변화로 인한 극단적 장단기 미스매칭이라는 원인에 더해, 주요 고객층인 IT 벤쳐 산업의 호황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과도한 낙관론, 그리고 수년간 볼 수 없었던 금리의 급격한 상승이라는 환경의 변화가 있습니다.

이러한 낙관론, 규제완화, 그리고 급격한 환경변화는 앞선 과거의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의 원인과 매우 비슷합니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 중 하나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차별적인 고도성장 가도를 달리던 시기 이러한 호경기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OECD 가입 및 종금사와 같은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완화가 이어지면서 금융기관들은 단기외채를 크게 늘렸고 기업들은 국내 금융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 투자를 확대해 갔습니다. 이때 그렇게 강하던 PC 시장이 흔들리고 엔화가 빠른 약세로 전환하면서 부채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맞이한 급격한 환경의 변화를 견디지 못해 외환위기를 맞게 되었습니다.

인터넷 기술 혁명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신경제'로 탈바꿈 했다는 믿음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호시절이 이어질 것이고 문제가 생기면 중앙은행이 돈을 풀고 막아줄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인해 미국 주식을 비록한 자산 가격이 폭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올라가버린 자산 가격은 사람들의 과잉 소비로 이어졌고 이는 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물가의 상승을 그리고 연준의 긴축을 자극하면서 이후 2년이상 하락하는 닷컴 버블을 일으켰습니다.

또 고공비행을 하던 주택 가격의 하락과 주택시장의 강세에 기반하여 설계된 파생상품에 투자했던 대형 금융기관의 파산 그리고 신흥국의 성장 둔화로 인해 전 세계는 금융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터진 코로나 19 사태는 무제한 돈풀기를 시행하게 만들고 이는 지난 40년동안 멸종되었다고 생각하던 인플레이션 위기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를 자기 위해 단행된 중앙은행의 강한 긴축 정택은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를 힘겹게 하고 있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의 인플레이션이 고질병으로까지 이어지게 되면 1970년대식 거대한 인플레이션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았던 위기의 원인이 여전히 반복되어 지금도 그 위기에 봉착하고 있음을 배우고 나니, 왜 역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 없는 것인지, 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인지 안타깝고 답답하고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다시 배우고 다시 이 위기를 극복하는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 또 미래에 닥쳐 올 리스크에 대해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이 책을 펴낸 이유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제공한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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