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빈칸 - 당신의 생활 속에 반짝이는 크리에이티브 조각들
최장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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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책은 '기획자의 습관'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장순의 "일상의 빈칸"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란 직업은 제품에 따른 적합한 광고매체를 선택하여 크리에이티브(CR;creative, 광고의 창조적인 제작 표현행위) 전략을 계획하고 영상 및 인쇄매체의 광고 비주얼을 구성하는 광고디자이너'입니다.

구찌, 마켓컬리, 빅히트뮤직, 현대자동차, 뱅크샐러드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국내외 기업의 브랜드 철학 및 인테리어, 커뮤니케이션, 마케팅 등을 컨설팅하는 분으로 유명합니다.

책에서는 무미건조한 일상의 순간순간 즉 매일 보는 사물, 매일 나누는 평범한 인간관계, 매일 발생하는 사건 속에서 기획자의 눈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저자만의 생각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거리의 빈칸, 장소의 빈칸, 사물의 빈칸, 언어의 빈칸, 시대의 빈칸으로 나누어 자신만의 시각으로 아떻게 바라보고 영감을 얻어내고 얻어낸 영감을 어떻게 풀어내는지를 담고 있습니다.

본문의 일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저자는 거리의 활용방식에 따라 사람들을 네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멋진 옷과 스타일을 장착하고 거리를 서성이는 '런웨이'형은 거리를 '런웨이'로,

자유롭게 버스킹을 하거나 춤으로 자유와 욕망을 표현하는 '디오게네스'형은 거리를 '놀이터'로

새로운 가게, 간판, 낙서 등을 스마트폰에 담고 사진을 분류하는 '수집가'형은 거리를 '뚜껑없는 갤러리'로

운동복을 입고 뛰는 '조깅'형은 거리를 '체육관'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거리의 풍경을 관찰하고 무언가를 기록하는 '인류학자'를 흉내내고, 그 거리를 하나의 '텍스트'이자 '연구대상'으로 삼는다고 합니다.

제게는 그저 목적지를 가기 위한 통로 정도로만 생각했던 일상속의 거리가 각 개인의 활용방식에 따라 이렇게 다른 공간으로 생각되고 활용되고 있다니,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거니와 무언가가 계속 이뤄지고 있는 거리라는 공간에 대해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그 거리에서 프로젝트 때문에 라이더를 관찰하던 동료들이 라이더 대부분이 크록스를 신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크록스는 물기가 있는 곳에서도 잘 미끄러지지 않고 가볍고 편한데다 세척도 편리해서 의사, 라이더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라이더=위험천만하게 운전하는 배달원'이라는 인식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딜리버리 비즈니스 구조의 재설계 및 일부 라이더의 태도와 행동변화가 필요하지만, 다른 한 축에서는 라이더와 관련한 이미지 역시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것 같다는 생각에 이릅니다. 이에 친근한 이미지로의 변화를 위해 그들에게 어필할 만한 크록스용 지비츠부터 디자인해 볼까 하는 아이디어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고 합니다.

단순히 라이더들이 크록스를 신었다는 관찰에서 시작하여 그들의 이미지 변신의 필요성 그리고 그것을 위한 한 방법으로 크록스 지비츠 디자인가지 이어지는 저자의 꼬리를 무는 사고의 전환이 참 재미있습니다. 누군가는 엉뚱한 상상이나 시간낭비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사색들이 모여 필요한 순간에 멋진 아이디어로 창조물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화장은 화장대 앞에서,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TV는 거실에서 보고 지하철에서는 뛰면 안된다 등등 '장소'는 모든 사물과 행위를 규정짓기에 어떤 의미에서 '이 장소에서는 이것만 해!'라고 명령하는 파시즘에 가깝다고 저자는 이야기 합니다. 어려서 밥을 머그컵에 널고 먹길 좋아했다는 저자는 그래서 장소에서의 행동 규범을 깨고 나오면 쓸데없지만 소소한 자유가 생긴다고, 그래서 장소라는 일종의 '문법'의 체계안에서 어떠한 일들이 왜 벌어지는지, 어떻게 문법은 파괴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홍대를 걷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속의 카페 '도식화'는 마들렌 카페라고 합니다. 1층은 마들렌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로 디자인 되었고 2층은 카페라고 하는데, 공간의 효율성만 생각한다면 손님 테이블을 더 설치했겠지만 카페의 주인은 공간을 공급자의 '판매 장소'로만 보지 않고 소비자의 관점의 '구매 장소'로 본 것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진 한 컷을 남기기 위해 이곳을 방문합니다.

정해진 상품만 잘 만들어 팔고 서비스만 제대로 제공하면 되지 뭐하러 돈까지 써가며 인테리어 디자인에까지 투자하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의 논리 역시 타당합니다. 그런데 과거의 브랜드는 '확실한 품질'의 상징이었다면, 오늘날은 상품이 '사용의 대상' 뿐 아니라 '인식의 대상'이기도 하기에 새롭게 해석되는 장소들이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브랜드는 놀이공원이다. 상품은 놀다가 사가는 기념품이다'라는 광고인 제프 굿비의 말처럼 말입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을 깨는 장소들에 대해서 그저 새롭다, 예쁘다 등 단순한 관점에서만 바라봤었는데, '도식화'라는 카페가 공급자 판매 장소가 아닌 소비자 구매 장소라고 하니 나의 사고방식도 참 정형화 되어 있었구나 싶습니다. 공간안에서 상품을 소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상품만을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함께 즐기는 것입니다. 그 공간안에서 편안한 휴식을 즐기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도 있을 것이고 또 누군가와 여유롭게 대화할 수도 있는 재미가 있는 장소인데 그동안은 참 틀을 깨지 않고 그 공간들을 이용해 온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도 누군가는 그저 먹고 나왔다 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앞으로는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즐겨볼까 하는 새로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저자 처럼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권태로움마저 느낄 수 있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을 매일 새롭게 만들기 위한 생각과 행동을 배울 수 있었고 아울러 저자의 말처럼 일상을 클래식이 아닌 재즈처럼 좀 더 자유롭고 다채롭게 만들어 낼 수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매일 보던 거리가 매일 갔던 장소가 매일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어제와는 다르게 새롭고 어제와는 다르게 다가올 거 같아 무척 기대가 됩니다.

출판사의 책을 무상으로 제공 받아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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