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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주소록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해냄 / 2019년 10월
평점 :

오늘 만나 볼 책은 '카모메식당'의 저자로 유명한 무레요코의 최장기 스테디셀러 에세이
"고양이의 주소록"입니다. 동물에 대한 애정과 세상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저자의 가장 대표적인 에세이입니다.
책에는 동물과 인간에 관한 39편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는데요,

고양이, 강아지, 생쥐, 벌, 원숭이, 새, 거북이, 개구리, 열대어, 사슴, 멧돼지 등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동물들이 등장합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작가 답게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가 유독 많이 나오는데요, 동물들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일대일로 마주하여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본문을 들여다보면,



첫번째 에세이 '이중묘격'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고양이 이야기입니다.
산책중 뒷발도 쭉 뻗고 길가에 엎드려 있어 저자가 처음 만난 순간 뺑소니를 당했거나 빈사상태일 것을 걱정하며 만난 고양이 '곤'은 할아버지의 부름에 벌떡 일어나 태연하게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마치 사람들을 속이는 것을 즐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 저자에게 먼저 다가와 '부타오'라 이름 붙인 넉살 좋은 고양이는 애교도 도망치는 일도 없는 도도한 녀석인 줄 알았는데, 우아한 노부인이 '찰리'라고 부르는 순간 저자는 들어 본적 없는 귀여운 소리로 울며 꼬리를 흔들고 집안으로 들어갑니다. 밥을 주는 주인과는 확실하게 차이를 두는 고양이의 모습에 저자는 쓸쓸함을 느꼈다고 합니다.
고양이털 알러지가 있어 그저 멀찍이서 보는 정도에 그치는 고양이인지라, 이렇게 길에서 만나는 고양이 마다 각기 다른 성격과 사연이 있다니 제목처럼 '이중묘격'이 딱이다 싶고, 그것을 찾아내는 저자의 관찰력이 놀랍고 재미있습니다.



스물다섯번째 에세이 '견도적 배려'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는 저자도 '이놈'하고 소리치고 싶을 때가 있다는데요, 사람처럼 악랄하지 않아 좋아하는 동물임에도 간혹 악랄한 동물을 만나기도 한답니다. 저자를 분노하게 만든 동물은 바로 저녁녘 주택가를 걷고 잇을 때 집안에서 바로 엄청나게 짖어 버린 개였습니다. 보통의 개는 수상한 인물의 기척을 느끼면 낮게 신음하여 상대로 하여금 짖어도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는데, 이 개는 다가가도 '우우'의 'ㅇ'의 소리도 내지 않고 콧김조차 들리지 않게 하고 있다가 갑자기 엄청난 소리로 짖음으로서 저자에게는 밤길의 뭄지마 괴한과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다음날 문에 줄이 걸려 난감한 얼굴로 엉킨 줄의 냄새를 맡고 있던 개를 도와준 저자는 또 그다음 날 같은 집 앞을 지나다 괜찮냐고 묻는 저자에게 알아보고 꼬리를 흔들며 기억하는 개로 인하여 기쁨을 경험하며 그 어둠속 칼잡이 근성의 나쁜녀석과 비교를 합니다.
인간에 대한 견도적 배려가 부족한 개에 관한 이야기는, 인간세상속에서도 여전히 항상 일어나고 있는 인간에 대한 인간적 배려 또는 동물에 대한 인간적 배려가 부족한 상황들이 생각나 씁쓸했습니다. 인간세상이던 동물세상이던 상대에 대한 배려는 평화롭고 행복한 공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임을 다시한번 새겨봅니다.
저자의 에세이 제목 하나하나에서 그리고 동물과 나누는 대화 한마디 한마디에서 그녀만의 유머러스와 따뜻함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유머러스하고 담백한 문체로 담아낸 그녀의 글을 읽다보니 바쁜 일상속에서 한박자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깊어 가는 가을날 차한잔과 함께 이 글을 통해 삶의 여유를 느껴보시길 권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