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 게임 - 인문학적 배경지식을 채워줄 재치 있는 풍자의 향연
존 켄드릭 뱅스 지음, 윤경미 옮김 / 책읽는귀족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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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 볼 책은 미국의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유머 작가인 존 켄드릭 뱅스의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게임"입니다.

사실 익숙치 않은 작가인데요, 디오니소스 프로젝트 세번째로 기획된 이 책은 기획 의도대로 국내에 한번도 출판되지 않았으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창의성을 자극해 주는 번역서입니다.

미국 근대 문학계를 대표하는 저명한 에디터이자 논설가, 환상문학가, 유머작가였던 저자는 시에서 소설, 희곡, 아동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수의 작품을 남겼으며, 그의 장기는 풍자미를 한껏 발휘하여 우리에겐 근엄한 역사 속 인물들을 가볍게 터치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의 장기가 담긴 책이 바로 이 "하우스보트에서의 인문학게임(원제 A Houseboat on the Styx)"로 셰익스피어, 노아, 베이컨, 데모스테네스, 사무엘 존슨, 공자, 햄릿, 나폴레옹, 허풍선이 남작, 엘리자베스 여왕, 아담 등을 비롯하여 수십 명의 역사적 인물들과 성경 및 문학 작품 속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마치 12개의 게임을 즐기듯, 각각의 주제에 대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의 대화가 펼쳐지는 장소가 바로 명계 하데스를 감싸고 흐르는 스틱스강 위에 떠 있는 '하우스보트'라는 클럽입니다.

다양한 인문학적 토론 주제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게 12장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게임'은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성경 속에 등장하는 인간의 '선과 악'의 근원적 문제라든지, '인종 차별 문제'라든지, '여성 혐오'에 대한 사회적 문제라든지 등을 아주 유쾌한 유머처럼, 때로는 가벼운 잡담처럼 풀어놓고 있습니다. 인문학적 관점에서 아주 무거운 주제일 수도 있고 어려운 문제일 수도 있지만, 뱅스는 약간은 푼수 끼가 있는 것처럼 역사 속 인물들을 희화화시켜 재밌게 펼쳐 놓고 있습니다.

본문을 살짝 들여다보면,

  

​The 2nd Game '햄릿의 저작권 주인을 찾아라!'입니다.

제2장에서는 '햄릿'을 누가 지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세익스피어가 굉장한 악필인데다가 자신의 이름도 매번 다르게 썼기에, 햄릿은 세익스피어가 아닌 베이컨이 지었다는 논쟁이 있었다고 합니다.

세익스피어에 대한 논쟁은 수세기동안 계속 이어져오고 있는데요, 저자의 의도처럼 이리도 가볍게 그에 대한 논쟁을 다루어도 되나 싶었습니다.


  

The 12th Game '사라진 하우스보트를 찾아라!'입니다.

1장에서 11장까지는 남자들만의 클럽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하우스보트'에서 남자들만이 나와서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가볍게 잡담을 나눕니다. 왜 여자는 등장하지 않는가 싶었는데 마지막 제12장에서 드디어 여성들이 하우스보트에 들어섭니다. 남자들이 전투내기를 하러 간 사이에 입장한 여성들이 얘기도 나누고 당구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해적선장 키드에 의해 여성들이 스티스강으로 흘러가버립니다.

그런데 이를 슬퍼하는 남성들에게 소크라테스가 던진 말은 바로 '그들은 괜찮을 걸세. 내 아내 크산티페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철학자로서 확신하건대, 그런 행운이 내게 찾아올 리가 없지'였습니다.

소크라테스의 사생활을 어렴풋이 기억해 보니 우습기도하고 씁쓸하기도 합니다.

​다소 상세한 역주로 인하여 역사적 인물이나 장소등에 대해서 별도로 찾아보지 않고 책을 읽는것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작가만큼의 역사적인 기본지식이 없다보니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유머나 풍자를 있는 그대로 백프로 완벽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렇지만 가볍고 재미있게 또 위대하고 어렵기만 했던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해서 조금은 쉽게 접근하여 역시나 쉽게 그들의 잡담을 들을 수 있었다는 신선하고 새로운 경험은, 이 책을 무리없이 한순간에 읽어나가게 해주었습니다.

기획 의도처럼 충분히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창의성을 자극해주는 책이기에, 누구보다 청소년들에게 읽어보기를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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