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는 경계를 허무는 철학이다. 내가 씹는 사과 한 입에는 과수원의 바람과 꿀벌의 노동이 스며들고, 미역국의 국물에는 바다의 깊이와 농부의 땀이 녹아 있다. 이 순간 ‘나’는 흙, 바람, 태양, 모든 것과 하나가 된다. 다른 생명체들의 흔적들로 재구성된다. 고유한 경계라 믿었던 피부는 사실 수많은 타자들과의 대화로 빚어진 가상의 선에 불과하다. 식탁에 앉아 숟가락을 들 때마다 우리는 유한한 개체라는 환영에서 깨어나, 무수한 생명과 연결된 거대한 그물의 한결에 서 있음을 깨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