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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면서 결코 유쾌하지 않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온통 뒤죽박죽 혼란스럽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말 악몽같은 기분이 들었는데도,
그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해본 적이 있나?
나의 경우에 바로 그에 해당하는 유일한 책이 <존재에 대한 세가지 거짓말>이다.
이 책을 추천할 때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다.
'그냥 쌍둥이 형제가 나오는데... 읽어봐.'
90년대 초반, 내가 어떻게해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대부분의 경우,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들었을텐데... 어쩌다 작가의 이름도 생소한,
두껍지는 않지만 3권이나 되는 책을 만나게 되었을까?
어쨌든 이 책은 오랫동안 날 우울하게 만들었고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소설 속 인물들의 삶은 너무도 끔찍하고 혹독해서 마치 세상에 없는 거짓말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그 삶을 서술하는 문장이 너무도 건조해서 악의적인 웃음을 읽는 기분이랄까.
그럼에도 책의 느낌은 '슬픔'이었다. 인물들이 울면서 강요하지 않았는데도, 문장이 질척거리며
감정을 쏟아내지 않았는데도 책을 덮은 후 강렬한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은 후 룸메이트에게 추천했는데 밤새 읽은 친구는 아침부터 어디론가 사라졌다.
강의도 다 빼먹고 날이 어두워져서야 돌아와서는
'그냥... 뛰쳐나가버리고 싶었다' 고 했다.
이 책은 결코 카타르시스를 주지 않는다. 읽는내내 마음은 지옥이 된다.
하지만 그 지옥은 아주 특별한 경험일 것이다.
이처럼 지독하고 거짓말 같은, 거짓말로 생각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시 찾아보기 어렵다.
ps. 요즘 절판된 책을 다시 내는 게 유행인가 본데...
까치글방에서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도 다시 내줬음 한다.
너무나 특이하고 매혹적인 이야기가 알려지지 못하고 사라진 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