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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 않게 슬픔을 이야기하는 법
마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가족, 직업, 관계에서의 아픔을 절절하게 고백하고 있는 이 책의 내용들은 지나간 일들이 다 괜찮다고 하지 않는다. 지나간 일들 중에는 아픔과 슬픔 괴로움도 존재하는데 그런 부정적인 아픔을 제대로 돌아보게 한다. 그래서 아플땐 아파하고 울고 싶을 땐 제대로 우는 사람이 되어 자기의 아픔을 스스로 다루었던 순간들이 기록되어졌다.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조금씩 나아지겠다는 저자의 글을 보면서 어른이지만 성숙되어가는 어른 미숙함이 있지만 몸부림치면서 성숙함을 갖추려는 어른을 만난다.
아무것도 하기싫다는 무기력함은 우울증의 전조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움직인 저자처럼 우울증의 전조증상을 알게된다면 떨쳐내려고 힘써보기로 해야겠다. 무언가 좋아하는 일을 시작해보는 것도 우울증에서 한발짝 멀어지는 일이니 무언가 좋아하거나 관심있는 일에 도전해보기로 시작한 사람들에게 응원한다.
위로받고 싶어서, 이해받고 싶어서, 다정한 숨결이 그리워서, 자존심과 품위 따위는 던져버리고 달려와 엉엉 우는 나를 품어주기로 했다.
― p.7 ‘프롤로그_나를 안아주세요’중에서
자존심보다 자존감에 상처나지 않도록 나를 품어줄 수 있는 내가 되도록 더 큰 내가 되어주어야겠다.
그땐 그랬다. 맞벌이 부모님 대신 〈달의 요정 세일러문〉, 〈사랑의 천사 웨딩피치〉, 〈지구용사 선가드〉와 함께 저녁을 보냈다. 때론 책상 위에 이불을 덮어 텐트를 만들고 그 안에 셋이 꾸역꾸역 들어가 공작질을 했다.그때의 우린 너무 어려서 넉넉하다거나 부족하다는 개념도 없이 그저 꽁냥거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면 충분했다. 아니, 그랬다고 ‘나만’생각했었다.
― p.15 ‘지랄맞은 18번의 이사 유랑기’중에서
우리집 또한 비슷한 환경이었다. 그래서 자전거와 친해지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책과 티브이채널을 돌려보고 레고로 창작물을 만들고 포켓몬스터 카드와 포켓몬스터백과를 읽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왔었다. 넉넉하지 않았지만 그저 꽁냥거리는 것만으로도 추억으로 남은 유년기가 떠오른다.
식구의 사전적 정의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 단어의 위대함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처음엔 그저 효도 차원에서 선심 쓰듯 냈던 시간이 욕심부려도 나무랄 것 없는 선택이었음에 감사하다. 끼니를 함께 먹는다는 것은 시간을 나눈다는 뜻이니까. 기꺼이 추억 한 편을 내준다는 뜻이니까.
― p.32 ‘가성비로 지킨 가장의 품위’중에서
가족의 소중함을 물씬 알면서도 미움과 원망의 순간들도 함께 추억이란 가슴에 파묻고 산다. 가족이 얼마나 고맙고도 고마운 존재인 줄 알면서 쓰린 아픔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다. 별일 아니지만 마음 아픈 기억으로 자리매김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아픈만큼 더욱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언젠가 아빠가 ‘부모와 자식의 기울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부모가 이끌던 삶이 어느 순간 자식이 이끄는 삶으로 바뀔 때가 오는데 그때가 요즘인 것 같다고 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키오스크가 낯선 그들을 대신해 주문은 자식의 몫이었고, 기차와 지하철이 혼재된 승강장에서 길을 찾는 것도 자식의 몫이었다. 부모님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자식 눈치 보는 중년이 되었다.
― p.54 ‘부모와 자식의 기울기가 바뀔 때’중에서
요즘 느끼는 일이다. 무게만 달라졌을 뿐 중심은 같다는 저자의 말을 공감한다. 아직은 부모님께서 눈치보기보다 잘 자란 자식이 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그렇게 자식을 잘 길렀음에 자랑스러워하고 눈치보지 않으시기를 나 또한 바라본다.
슬프지않게 슬픔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나자신을 돌아보고 안아주고 품어주는데 시간을 할애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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