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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아름다운 꽃이다 -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직접 말하는 돈과 인생이야기
박현주 지음 / 김영사 / 2007년 8월
평점 :
취업을 하고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 펀드를 시작할 때가 7월 말 증시가 2000을 찍을 때였다. 할까 할까 하다가 계속 올라가는 주가에 시기를 놓치다 결국 상투를 잡는 형태를 나 역시도 보였다. 2000을 찍은 다음날 국내와 중국펀드를 시작하고 한달 이상을 마이너스이다가 이제는 꾸준히 하다보니 투자원금 자체가 두배가 되었다. 수익이 마이너스이든 말든 뭔가 목표가 생기니까 돈을 아껴 전부 이쪽으로 몰아준 탓이다. (마이너스도 물론 벗어난지 두달이고..)
그런데 어라. 증시가 2000을 다시 넘은 지금 내게 대부분의 수익을 안겨준건 미래에셋의 중국펀드였단 말씀. 또한 내실있고 작지만 탄탄했던(수수료도 매우 싼) 국내펀드들은 석달전의 2000일 때보다 수익률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반대로 미래에셋의 국내펀드들은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펀드게시판을 보다보니 미래에셋이란 거대한 공룡의 이 자산운용사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지금의 지수 2000은 미래에셋이 끌어올린 지수이기 때문에 미래에셋이 보유한 펀드들만이 수익이 좋을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들린다. 국내고 해외고 펀드의 60%의 자금이 이쪽으로 몰린다는 말도 들린다. 객장에 가면 나이드신 분들까지 이곳에서 펀드를 들려고 줄 서 있다는 말도 들린다.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미래에셋이란 곳은 어딜까, 그리고 그 공룡을 움직이는 수장 박현주란 사람은 누구일까.
미래에셋이 잘나갈 수록 역설적으로 미래에셋이 미워지기 시작하고 있던 나였다. 펀드 수익률의 대부분이 미래에셋의 중국펀드에서 나왔고 국내펀드 마저도 결국은 미래에셋 대형펀드를 지켜보다 못해 발 담궜음에도 말이다. 왜일까. 너무 잘나가는 데에 대한 인간적 질투일까..
그런 호기심으로 출발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내게 대부분의 수익을 안기는 미래에셋을 이끄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미래에셋에 대한 궁금증으로 말이다. 책 자체는 읽기가 어렵지 않다. 특별한 경제 용어도 나오지 않으며 좋은 펀드를 고르는 요령이 나오지도 않으며 차트가 즐비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박현주 회장의 자서전이 되어 어렸을 때부터 현재까지의 일이 모두 나오는 것도 아니다. 책에 두께에 비해 굉장히 많은 챕터로 구성되어 챕터당 페이지가 2장 정도기 때문에 틈틈히 시간 날 때보기 나쁘지 않았던 점이 일단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도움이 될만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은 어렸을 때 박현주 회장의 어머님이 하신 말씀이다. 손안에 들어오는 돈이 진짜 자기 돈이란 말씀이다. 요걸 나는 약간 다르게 해석했는데 펀드를 할 때 갑자기 요게 좋다더라 해서 여기저기 돈 끌어와서 한번에 몰빵하고 무조건 수익날 줄 알았는데 마이너스니까 벌벌 떨며 어쩌죠 하는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하는 점이었다. 즉 환매전까지는 내 돈이 아니기 때문에 마이너스가 나도 플러스가 될 때까지 기다려서 환매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이다. 그게 진짜 내돈이니까.
그 외 많은 내용이 재테크를 하면서 적용될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미래에셋이 국내업계내에서 공룡이 되어 커지고 해외로 나가면서 여기저기 나오는 우려가 결코 그저그런 시샘만은 아니란 생각도 책을 읽으면서 들었다.책 자체는 미래에셋에 대한 박현주 회장의 자부심, 자신감, 약간의 자화자찬 (실패했던 박현주 2호 펀드로 더 나아가는 계기로 삼으며 마무리)이 어우러져 있다. 책만 읽다보면 그래, 미래에셋 멋진 회사이고 박현주 회장 멋진 사람이다. 나는 그것에 대해서 토를 달 생각이 없다. 그리고 삼성이나 현대처럼 미래에셋이 한국의 자산운용사 중에 브랜드를 가지고 해외에서 성장해주길 바란다. 미래에셋이 큰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증시가 완전 반토막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괜한 믿음마저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분명 걱정이 되는 점이 있다. 박현주 회장이 가진 생각 그대로 미래에셋이 흘러가지만은 않는다는 생각에서이다. 외형적인 성장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회장 본인은 투자쪽 외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나머지는 사장급에 맡기는 시스템은 멋지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여기저기가 터지는 느낌이 조금씩 보인다. 게시판을 보면 미래에셋 갔다가 엉망인 서비스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억지로 미래에셋이 자사펀드가 보유한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려 손해본 개미 투자자들의 불만이 많고 미래에셋이 사는 기업을 보유하지 않으면 수익률이 떨어져 미래에셋에 눈치보는 타 운용사의 불만도 있다.
이는 미래에셋이나 박현주 회장이 잘못이기 보다는 운용을 잘하고 사람이 몰리고 자금이 커지고 직원이 늘면서 외형적으로 급격히 팽창한데 따른 부작용인듯 싶다. 박현주 회장도 아마 신경써야 할 일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예전처럼 투자 하나만 생각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래에셋의 힘이 커지면서 조심해야 할 점도 늘어갈 것이다.
상당히 미래에셋에 대한 칭찬이 많아 사실 조금은 민망했던 책이었지만 읽고 후회할 책은 아니었다. 이 회사와 그 수장에게 무조건적인 맹신도 무조건적인 불만도 없는 내게 분명 도움을 준 책이다. 그리고 이 회사가 좀 더 제대로 알차게 숨고르기 하면서 내실도 다져가면서 예쁘게 더 잘 커주길 그런 마음이다. 미래에셋 자체가 펀드의 브랜드명이 된 요즘에서 한번쯤 미래에셋이 운용하는 펀드를 드는 사람, 혹은 들 사람들이 호기심 삼아 읽어 볼만한 책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