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쉬운 집밥 요리책 - 혼자 먹어도, 가족과 함께해도 좋은 211가지 집밥 레시피 ㅣ 참 쉬운 요리책
노고은 지음 / 아마존북스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나 정도 나이가 되면 요리를 못한다는 것이 조금은 민망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남자냐 여자냐의 문제는 아니다. 적당한 나이가 되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생활 기술 정도는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요리를 잘 못한다. 끓이라고 하면 무언가를 끓여내기는 하겠지만 맛있게 만들 자신은 없다. 그래서 <참 쉬운 집밥> 같은 책이 유난히 반가웠다.



요즘은 화려한 레시피가 넘쳐난다. 유튜브만 켜도 전문 셰프들의 비법이 쏟아지고, SNS에는 근사한 음식 사진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정작 요리 초보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고급 기술이 아니다. 밥은 어떻게 짓는지, 국물 맛을 내는 육수는 어떻게 만드는지, 간장은 언제 넣고 된장은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같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다.



노고은 작가의 <참 쉬운 집밥>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이 책은 집밥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된 생활 밀착형 요리책이다. 총 211가지나 되는 레시피가 담겨 있다. 단순히 요리법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계량법, 재료 손질, 양념 활용법, 식재료 보관법 등 집밥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려준다.



책을 펼치자마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계량 설명이었다. 요리를 조금 해본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진짜 초보들은 ‘소금 한 큰술’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헷갈린다. 수북하게 담는 건지, 깎아서 담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사진으로 하나하나 보여준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 요리를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무척 중요한 배려다.



기본 양념 설명도 놀라웠다. 집에 갖춰 두면 좋은 양념이 무엇인지, 각각 어떤 요리에 사용되는지 한눈에 정리되어 있다. 간장, 된장, 고추장 같은 익숙한 양념조차 막상 요리를 하려고 하면 어디에 쓰는지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그런 궁금증을 어렵지 않게 풀어준다. "아, 이래서 이 양념을 사용하는구나." 하고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기본 양념장 만드는 법부터 제철 식재료 정보까지 꼼꼼하게 담겨 있는 점도 좋았다. 월별로 어떤 재료가 맛있는지 알려주고, 장을 볼 때 무엇을 사야 하는지,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까지 설명한다. 이제 막 독립한 사람이나 처음으로 집밥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니 오래전 기억도 떠올랐다. 언어연수를 떠날 때 두꺼운 요리책 한 권을 챙겨간 적이 있었다. 각종 요리 레시피는 가득했지만 정작 밥 짓는 방법은 없었다.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이 쉬운 시대도 아니어서 비싼 국제전화를 걸어 밥하는 법을 물어봐야 했다. 돌이켜 보면 첫 독립이란 그런 것이다. 남들은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내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참 쉬운 집밥>은 초보자의 눈높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책이다. 밥 짓는 법은 물론이고, 수많은 요리 프로그램에서 강조하는 육수 내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여기에 주방 안전 수칙, 위생 관리법, 식재료 보관법까지 담겨 있어 요리를 시작하기 전 필요한 준비를 모두 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처음부터 어려운 요리를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자레인지로 만드는 초간단 요리부터 기본 반찬, 국과 찌개, 덮밥, 면 요리, 술안주까지 누구나 바로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 가득하다. 책 초입에 정리해 준 기본 양념을 이용하면 이 책 안에 들어있는 211가지 요리는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다.



<참 쉬운 집밥>은 요리를 잘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요리를 시작하고 싶은 사람,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을 위한 책이다. 그래서 더 가치가 있다. 요리는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생활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제는 밥 짓는 법을 몰라 국제전화를 걸 일은 없어졌다. 하지만 식사 시간에 맞춰 뚝딱 차려내는 집밥은 이 한권으로도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집밥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한 권이면 충분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 그대로 참 쉽고, 참 든든한 집밥 교과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 : 컬러링 기초 ㅣ 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어른이 된 이후 나만의 '정신병원'이 몇 군데 생겼다. 물론 실제 병원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스트레스가 쌓일 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마다 찾아가는 나만의 피난처 같은 곳이다.



첫 번째는 자연이다. 숲길을 걷거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토록 심각하게 느껴졌던 고민들이 신기할 만큼 작아 보인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걱정은 생각보다 별것 아닌 경우가 많다.


그런데 가끔은 자연 속을 걸으면서도 생각에 더 깊이 빠져들 때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찾는 두 번째 정신병원은 독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내 고민으로 가득 찼던 머릿속이 조금씩 비워지고,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그리고 세 번째 정신병원은 컬러링북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시간을 보내기 위한 취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색연필을 쥐고 그림을 칠하기 시작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드라마를 틀어놓아도, 유튜브를 재생해 두어도 어느 순간 들리지 않는다.



사각사각 색연필이 종이를 스치는 소리, 천천히 색이 채워지는 과정에만 집중하게 된다. 정신없이 떠돌던 생각들이 조금씩 잦아들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김충원의 <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은 바로 그런 시간을 선물해 주는 책이다.


제목만 보면 그림 그리기 책처럼 보이지만, 내가 만난 책은 사실상 컬러링북이다. 그렇다고 복잡하거나 어려운 도안이 가득한 책은 아니다. 귀여운 동물과 꽃,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나무들, 여행지에서 볼 법한 소품과 풍경들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그림이 정말 쉽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책의 구성도 친절하다. 김충원 작가가 직접 채색한 원본 그림이 먼저 있고, 그 옆에는 같은 그림의 스케치가 준비되어 있다. 독자는 그 위에 색을 입히기만 하면 된다. 출판사 역시 이 책을 '누구나 쉽게 즐기는 컬러링 기초 워크북'이라고 소개한다. 색연필 사용법과 기본적인 채색 방법부터 시작해 동물, 식물, 소품, 풍경까지 차근차근 따라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결과물을 남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도 없다. 그냥 좋아하는 색을 골라 칠하면 된다. 나무를 분홍색으로 칠해도 되고, 꽃을 파란색으로 칠해도 된다. 정답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그림들이 너무 사랑스럽다. 작은 새 한 마리, 꽃 한 송이, 창가의 화분, 여행지의 풍경이 색을 입으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묘한 만족감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없던 스케치 위에 내 손으로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기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을 하고, 여행을 떠나고, 영상을 본다. 나 역시 그런 방법들을 좋아한다. 하지만 가끔은 조용히 앉아 색연필을 움직이는 시간이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시작했는데 어느새 마음이 정리되고, 답답했던 감정이 한결 부드러워진다.



<나 혼자 시작하는 행복한 손그림>이라는 제목은 꽤 정확하다. 정말 혼자서 시작할 수 있고, 특별한 재능도 필요 없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에는 제목처럼 조금 더 행복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해보면 안다. 색연필이 종이 위를 사각사각 스치는 소리를 듣고, 한 장의 그림에 천천히 색을 채우고 나면 마음이 생각보다 많이 가벼워진다는 것을. 어쩌면 행복은 거창한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소박한 손끝의 시간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한글을 사랑하고 꽃피운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 - 뮤지컬, 영화, 노래가 된 동주·소월 시 108선
윤동주.김소월 지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훈민정음이 반포된 지 580년이 넘었다. 세종대왕이 백성을 위해 만든 문자는 수많은 시대를 지나 오늘까지 살아남았다. 일제강점기에는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해 이름 없이 싸운 사람들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한글은 단순한 문자를 넘어 정체성과 문화 그 자체가 되었다. 하지만 한글의 힘은 역사를 아는 것만으로는 온전히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한 편의 시를 읽을 때, 몇 줄의 문장을 천천히 따라 적을 때 비로소 실감하게 된다.


<윤동주 김소월 필사북>은 바로 그런 경험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책을 펼치기 전에 먼저 두 시인을 떠올려 본다.

김소월은 1902년에 태어나 1934년에 세상을 떠난 시인이다. 일제강점기 초기에 활동했던 그는 한국 현대시의 기틀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표작인 <진달래꽃>, <초혼>, <산유화> 등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암송할 만큼 사랑받고 있다. 그의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 우리 민요의 가락과 정서를 품고 있다. 읽는 순간 노래처럼 흘러나오는 리듬과 애잔한 정과 한이 특징이다.


반면 윤동주는 1917년에 태어나 1945년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다. 김소월보다 한 세대 뒤의 시인으로, 일제강점기 말기의 암울한 현실을 살아냈다. 대표작인 <서시>, <별 헤는 밤>, <자화상>, <참회록>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윤동주의 시는 거창한 저항을 외치기보다 스스로를 성찰하고 시대를 아파하는 내면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두 시인의 작품은 어두운 시대의 감정들을 공유했다. 두 시인 모두 일제강점기를 통과했고, 우리말과 우리 정서를 시로 남겼다. 그러나 표현 방식은 달랐다. 김소월이 민족의 감정을 노래와 리듬으로 풀어냈다면, 윤동주는 자신의 양심과 고뇌를 조용한 언어로 기록했다. 김소월의 시가 귀로 먼저 들리는 시라면, 윤동주의 시는 마음속에서 오래 울리는 시에 가깝다.



이 책의 소개 문구에는 "한글을 가장 사랑한 시인 윤동주,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 김소월"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윤동주가 '한글을 가장 사랑한 시인'이라 불리는 이유는 그의 시가 쓰인 시대와 관련이 있다. 일본은 조선어 사용을 억압했고 창씨개명을 강요했다. 그런 시대 속에서도 윤동주는 끝까지 우리말로 시를 썼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한자어나 외래어보다 순우리말이 많이 사용된다. 그는 우리말의 소리와 감정을 지키며 시를 남겼고, 그 원고들은 광복 이후까지 소중히 보존되었다. 단순히 한글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한글로 생각하고 한글로 시대를 기록한 시인이었다.


김소월이 '한글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시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우리말의 음악성을 누구보다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그는 민요와 전통 가락 속에 담긴 3·4조, 7·5조의 리듬을 현대시로 끌어왔다. 그래서 그의 시는 읽기보다 읊조리게 된다. 슬픔조차 노래처럼 들리고, 평범한 우리말이 아름다운 선율로 변한다. 우리말이 가진 고유의 호흡과 정서를 가장 섬세하게 시로 구현한 시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두 시인의 작품이 각각 54편씩, 모두 108편 수록되어 있다. 이미 뮤지컬과 영화, 노래를 통해 익숙해진 작품들도 많다. 하지만 필사로 만나는 시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눈으로 읽을 때는 지나쳤던 단어 하나, 쉼표 하나, 행갈이 하나가 손끝을 거치며 천천히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특히 윤동주의 시를 따라 쓰다 보면 언어가 얼마나 정직할 수 있는지 느끼게 되고, 김소월의 시를 옮겨 적다 보면 우리말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를 품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책은 그 사실을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시를 읽고 쓰는 과정을 통해 독자가 스스로 발견하도록 만든다.



아마 이 책의 가장 큰 매력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한글의 소중함을 가르치지 않고 느끼게 한다는 것. 그리고 백 년 전 시인들이 남긴 몇 줄의 문장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위로와 울림이 된다는 것. 필사를 마치고 나면 단순히 시를 읽은 것이 아니라 우리말이 가진 힘을 잠시 손끝으로 만져본 기분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번뇌를 종료합니다 - 나를 괴롭히는 108번뇌 탈출 필사
필로소피랩 지음 / 각주 / 202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굳이 나에게 종교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천주교인이라고 답할 것이다. 어릴 적 엄마는 특정 종교를 강요하지 않았다. “다 따라가 보고 네가 선택해라.”는 말에 이끌려 여러 곳을 다녀본 끝에 내가 선택한 것은 천주교였다. 남편과 결혼을 결심할 때도 시어머니가 천주교 신자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적어도 종교 문제로 갈등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묘한 생각이 든다. 나는 천주교 신자이면서도 어쩌면 종교의 경계를 크게 두지 않는 사람에 더 가깝다. 성당에 가면 하느님과 예수님께 진심으로 인사하고, 절에 가면 부처님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두 손을 모은다. 돌아가신 가족을 만나러 갈 때는 누구보다 진지하게 안부를 전한다. 그래서인지 나는 종교 자체보다도, 사람이 마음을 다스리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런 이유로 불교의 가르침 역시 오래전부터 좋아했다.



<번뇌를 종료합니다>는 그런 내게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다. 필로소피랩이 엮은 이 책은 ‘나를 괴롭히는 108번뇌 탈출 필사’라는 부제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108가지 고민을 다룬다. 불교 경전인 법구경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하지만 종교적인 설교보다는 생활 속 고민 상담에 가깝다. 출판사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다섯 개의 챕터를 통해 욕망, 분노, 무기력, 후회, 의심 등 인간이 반복적으로 겪는 감정을 정리하고, 필사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책이 다루는 번뇌들이 결코 거창하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평화나 깨달음 같은 높은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SNS를 볼 때마다 초라해진다”, “무시당했다고 느낀다”, “인정받지 못하면 허무하다”, “실수를 곱씹으며 괴로워한다” 같은 아주 현실적이고 사소한 감정들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여러 번 웃음이 났다. 부처님 말씀이라고 하면 왠지 고고하고 멀게 느껴지는데, 정작 책 속에 등장하는 고민들은 너무나 인간적이고 찌질해서 오히려 공감이 갔다.



예를 들어 “나쁜 짓 한 사람이 멀쩡한 게 화가 난다”는 번뇌에 대해 책은 권선징악이 즉시 실현되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그 감정의 뿌리라고 설명한다. 이어 법구경의 가르침을 소개하고, 결국 남의 인과응보를 기다리느라 내 삶을 낭비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악인의 결말은 우주에 맡기고 나는 오늘 내 몫을 산다”라는 짧은 문장을 필사하게 만든다.



이 책의 구조는 꽤 꼼꼼하다. 번뇌를 제시하고, 그 근원을 설명하고, 법구경의 문장을 들려주고, 현대적인 언어로 해석해 준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마음에 새길 한 줄 주문과 실천 목록까지 제안한다. 마치 상담가와 명상 지도자, 그리고 필사책이 한 권에 합쳐진 느낌이다.



그동안 여러 권의 필사책을 만났지만 <번뇌를 종료합니다>는 조금 특별하게 다가왔다. 대부분의 필사책이 좋은 문장을 옮겨 적는 데 집중한다면, 이 책은 먼저 내 마음속 문제를 찾아낸 뒤 그 문제를 다독이는 과정에 가깝다. 끊임없이 원하는 마음, 화내고 원망하는 마음, 멍하고 무기력한 마음, 들떴다가 후회하는 마음, 의심하고 주저하는 마음까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웬만한 감정들은 거의 다 담겨 있다.



아마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한 번 읽고 책장에 꽂아둘 것 같지 않다.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해당 페이지를 펼쳐 읽고, 또 한 줄을 따라 적게 될 것 같다. 번뇌를 완전히 종료하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번뇌에 휘둘리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은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연습을 위한 꽤 다정한 안내서다. 마음이 시끄러운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고 필사해 보기를 추천한다. 별 다섯개로는 모자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
페이허이스 지음, 미리내공방 옮김 / 정민미디어 / 202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재미있게 읽고 작성하는 리뷰입니다.]


철학책을 읽는 이유는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하게 믿어왔던 생각들을 의심해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중국 작가 페이허이스의 <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는 그런 의미에서 꽤 흥미로운 책이었다. 니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그의 철학은 어렵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신은 죽었다’, ‘초인’, ‘영원회귀’ 같은 단어들은 들어봤어도 정작 그것이 삶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이 책은 바로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쓰인 책처럼 보였다.



책은 니체의 방대한 철학을 학문적으로 설명하기보다 현대인이 마주하는 고민과 연결해 12가지 레슨으로 풀어낸다. 행복, 고독, 인간관계, 실패, 불안, 자기 성장 같은 주제들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니체의 문장을 하나씩 꺼내 현재의 삶에 비춰본다. 그래서 철학 입문서이면서도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이 함께 든다.


이 책을 읽으며 니체가 생각보다 따뜻한 철학자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니체라는 이름이 주는 이미지는 좀 더 엄격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떠오르는 철학자였다. 하지만 책 속의 니체는 오히려 인간의 약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는 고통이 없는 삶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고통까지 포함해서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특히 12개의 레슨 가운데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메시지는 ‘남의 기준으로 살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 쉽게 타인의 기대를 자신의 목표로 착각한다. 좋은 직장, 안정적인 삶,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좇으며 달려가지만 어느 순간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리곤 한다. 니체는 그런 삶을 경계한다.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고 스스로의 삶에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라고 말한다.



책을 읽으며 문득 나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누군가 정해놓은 정답을 따라가려 했던 적은 없었는지,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다. 니체는 실패를 부끄러운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반드시 마주쳐야 할 경험으로 받아들인다. 넘어지지 않는 삶이 아니라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는 삶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했다.



이 책은 니체의 철학을 지나치게 무겁게 다루지 않는다. 어려운 철학 용어보다 사례와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철학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물론 니체 철학의 깊이를 모두 담아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의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니체를 연구하는 책이 아니라 니체를 통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에 가깝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성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세상은 끊임없이 비교를 강요하지만, 니체는 비교보다 창조를 이야기한다. 남보다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넘어서는 사람이 되라고 말한다.


어쩌면 <인생, 니체는 이렇게 말했다>가 전하려는 메시지도 바로 그것인지 모른다. 인생을 더 편하게 사는 법이 아니라, 인생을 더 깊고 단단하게 살아가는 법. 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그리고 때로는 좋은 답보다 좋은 질문 하나가 훨씬 오래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