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신부는 눈물 한방울을 반지에 떨어뜨리고 의자에서 일어나 버진로드로 걸어갔다.

“아름다운 신부로군. 하지만...”

“신랑이 바뀌었다지...신부 요청이었다던데...신랑이 누구더라?”

“아냐. 이름만 바꾼 것 같던데. 저 사람도 민백작이라잖아.”

여소장은 신부의 손을 신랑에게 건네주었다.

“내 딸을 잘 부탁하네. 민기혁 백작.”

“걱정마십시오.”

민백작은 여소장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결혼식 전까지 얼굴을 본 적이 없는 신부가 미인이라는 점이 그를 만족시켰다.
신부는 결혼식 전까지 그의 출입을 원하지 않았다. 그가 왔다는 말만 들으면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그가 있는 거실까지 들려왔다.

-그 바보가 저절로 자기 복을 찰 줄이야.-

왕의 명령으로 급하게 충성맹세가 이루어졌고, 그 이후에 자동적으로 약혼이 이루어졌다.

“웃지 말아요.”

그의 얼굴을 향해 면사포를 쓴 신부가 싸늘하게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실없이 웃을 수 있지? 이런 날에?”

주례가 주례사를 막 하려다가 잠시 기가 막혀 신부에게 주의를 주려고 했다. 민기혁도 순간적으로 신부가 충동에 못 이겨 면사포를 집어던지고 나갈까봐 겁을 집어먹었다. 

“저...”

신부의 목소리가 작았기에 기혁은 이내 마음을 놓았다. 이 여자도 내심 나를 싫어하는 건 아니겠군.

“원하지 않는 결혼인 건 압니다만...노력하는 남편이 되겠습니다.”

“...됐어요. 이제 와서 어쩌겠어.”

속살거리는 신랑신부의 모습에 주례는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주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왕가 직속의 결혼식장에서 공주와 시길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경인과 기혁의 결혼식과 동시에 진행되므로, 경인은 이 결혼식 생중계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나마 시길에게는 그것이 위안이 되었다.

“준비 다 끝났어?”

공주의 말에 시길이 몸을 일으켰다.

“당신은 몸 괜찮아?”

공주와는 사이가 좋아지면서 두 사람은 예전부터 연인이었던 것처럼, 부부였던것처럼 움직였다.
아니, 원래 두 사람은 타고난 배우였다. 실생활면에서 위선이라 할 수 있는 그 분야에서.

“벌써부터 유산할까봐?”

“하긴.”

“내가 유산하면 당신은 날 버리고 나다희에게 가겠지? 그건 안돼.”

공주가 웨딩드레스에 발을 비틀거리면서 그에게 다가왔다.
왕가의 파격덩어리였던 그녀는 웨딩드레스를 검정으로 하자고 주장했다. 왕은 기가 막혀 하면서 그게 장례식이지 결혼식이냐고 받아쳤다.

-머리에 뭐가 든 거냐? 제멋대로 신랑감을 지정해서 통보해놓고는 이제와서 뭐가 잘났다고 검정색 타령이야!-

-내 결혼식인데 내 신랑을 내가 정하는 게 어때서! 내가 정략결혼따위 할 줄 알았어요?-

-저번 약혼도 신랑감은 네가 정했어!-

-내게 강요한 거잖아!-

시길이 보는 앞에서 왕과 공주는 일반 가정에서 하는 것처럼 싸움을 했다. 싸움의 마지막은 화를 참지 못한 두 사람이 서로에게 따귀를 갈긴 것으로 장식되었다.

-크...크로스카운터.-

권투 용어가 생각나서 중얼거린 그에게 이내 두 사람의 비난이 떨어졌다.

-제정신인가? 백작? 결혼할 사람의 말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군.-

-맞아. 당신은 당신 부인이 왕한테 맞아도 할 소리라는 게 겨우 그거야?-

두 사람이 한꺼번에 추궁을 하자 곤란해진 시길이 중얼거렸다.

-그...그게 아직은...익숙치가 않아서...-

-익숙해져야지.-

왕과 공주는 이내 차분한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왕의 신하이고, 공주의 남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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