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되어 일어났을 때, 설한은 한빙이 머리를 염색했다는 것을 알았다.

“머리를?”

놀란 둘에게 한빙은 계속 간을 내놓으라는 사람들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대꾸했다.
시큰둥했지만, 그 말투에는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린 사람 특유의 약간의 공포심이 있었다.

“오라버니도 그렇고 나도 그렇지만...”

설한을 잠시 쳐다본 후 한빙이 얼굴을 붉혔다.

“실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강호에는 우리보다 더 강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서요.”

설한은 놀랐다. 누이가 조금 자만하고 있다고는 생각했었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모든 것을 정리할 정도로 명민한 줄은 몰랐었다. 특히나 자만감을 일시에 정리할 정도로...

“그래서 평범한 외모로 돌아가면 시비는 안 붙을 것 같아서...”

그녀의 말에 미홍은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그래.”

그러나 그 표정은 동의나 존중의 표정은 아니었다. 알 수 없는 깔깔함이 느껴져 설한은 얼른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저 염색약을 구한 것이 한빙은 아닐 터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성격의 한빙이 챙겨왔을리 만무했다.
아마 저것은 미홍이 주었거나, 일이 시끄럽게 번지기를 원하지 않는 누가 자신이 없는 사이에 챙겨주었겠지...

“하지만 이제 와서 염색한다고 해도...”

설한이 지적했다.

“그 눈꺼풀과 눈동자만은 염색을 하지 못하지 않니.”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오라버니.”

한빙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인피면구를 쓰면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요.”

“아?”

그제서야 설한과 미홍이 동시에 의아함을 표시했다.

“그것까지 챙겨왔더냐?”

미홍은 말에 설한은 그가 염색약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궁주님께서 짐을 꾸려주셨어요.”

한빙은 그제야 실토를 했다.

“밖으로 나가면 꼭 필요한 것이라면서 챙겨주셨는데...그럴 필요는 못 느꼈거든요.”

“.....아.”

미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궁주는 어떻게 돌아갈지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예전같으면 이런 일이 벌어지고 않았겠지만...”

그럴 터였다. 세상에 어느 누가, 황궁의 인가를 받는 빙궁의 행렬을 습격하겠는가.
그러나 일은 터졌다.
병에 설녀의 간이 좋다는 헛소문이 퍼졌고, 당랑적이나 이런 무리들이 습격을 하는 것이었다.

“오라버니는 머리색이 검으니 염색은 따로 하지 않으셔도 될테고...”

확 하고 한빙이 인피면구를 얼굴에 썼다.
검정 눈동자에 조금 평범하게 생긴 여자아이의 얼굴이었다.
낯이 익은데...라고 생각한 미홍은 깨닫는 바가 있었다.
저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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