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길은 자신의 방으로 건너 온 미나 공주에게 당황했다. 공주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면서 구진이 데려온 그녀는 마치 조각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바로 시길 자신이라는 조각품을!
“왜 피그말리온이라고들 하는 지 알겠어...”
그녀는 살짝 눈꺼풀을 아래로 내리고 그의 뺨에 손을 갖다댔다. 시길은 성격상 능글맞게 받아넘길 수 있는 성격이 전혀 아니었으므로 그녀의 손은 시길의 거칠고 딱딱한 손에 밀려 그의 뺨에 닿지도 못하고 물러났다.
“오라버니가 저 여배우를 맘에 들어하니...”
그러나 그녀는 주저하지 않았다. 왕에게는 솔직했지만 다른 남자에게는 지나칠 정도로 까칠하다고 알려진 그녀가 마치 사냥감이라고 탐색하듯 그와 거리를 두지 않고 다가왔다.
“나는 ...그 속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그대와...”
다시 그녀의 손이 다가왔다.
“...그대는 충성명령을 했잖아?”
썩은 냄새가 날 정도로 달달한(아마 향료를 입에 넣고 다니는지...)그녀의 체취가 후욱 하고 그의 뺨에 와 닿았다.
“잘 하면 왕가와 친척관계가 될지도?”
“...유감입니다.”
시길이 될 수 있으면 그너에게서 조금만 더 떨어지려 노력하면서 말했다.
“저는 정혼자가 있습니다. 2주 뒤에 결혼할 겁.니.다.”
“어머나?”
“그러니까...”
“정혼자가 있다고 바뀌지 말란 법 없지?”
그녀가 다시 말했다. 물론 손은 그에게서 멀리 한 상태였으나 포기는 하지 않은 듯 했다.
“난 공주. 그대의 정혼자는 평민.”
“......”
평소같으면 해실거리면서 넘어갈 시길이었지만 상대가 상대인지라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랐다.
멍청할 정도로 단순한 그인지라 어떤 해결책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대에게 관심이 생겼어. 무대에서 그렇게 뛰어노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충성맹세보다는 연기라는 가면을 쓰는 걸 즐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하고. 막상 보니 당신은 기린 같아. 휘청거리는 발로 돌아다니는...
안주하지 못하는 불안한 기린. 그대는 기린같이 아름다워.”
공주가 살짝 그의 어깨를 안았다. 공주는 여자치고는 큰 키였기에 시길과 어깨를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신이 내게 와 준다면...”
공주가 그녀의 도톰한 입술을 그의 귀에 갖다대고 말했다.
“당신은 영생하는 조각이 되어 전국에서 당신의 이름을 칭송할텐데...”
“...공주님!”
선실밖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공주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시길에게 말했다.
“다희 누나!”
“저 여자에게 돌아가라고 말해.”
공주는 아예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공주님! 시길군은 배우에요. 배우에 맞는 대접을!”
다희의 날카로운 명령조에 공주가 다시 그에게 말했다.
“다시 이야기하겠어. 저 여자에게 돌아가라고 말해.”
“......”
시길은 눈을 감았다...
“공주님...”
“저 여자가 죽어도 좋아?”
“......”
공주가 다시 말했다.
“다시 말하지 않게 해.”
“...누나...”
시길이 억지로 목소리를 짜냈다. 그 순간에야 그는 그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거 같았다.
“누나 방으로 돌아가요. 이건 내 일이니까...”
“시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