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미나는 일본에서의 유학을 마치고 국내로 들어오고 있었다.
미나! 그녀는 현 왕의 사촌 여동생이었으며, 엄밀히 따지자면 왕위 계승 2순위였다.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리고 그녀에게 야심이 많았다면 그녀와 왕 사이의 계승 다툼이 치열했을 터였다.

“공주님.”

“왜 또 따라오는 거죠?”

공통점은 있었다. 왕과 그녀는 유희를 꽤나 즐겼다. 두 사람만의 농담이나 난잡하게 쓴 소설이 왔다갔다 하기도 했는데,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전하께서는...”

“오빠와 나 사이에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그런 추악한 일 따위는...”

왕이 적당한 스캔들을 즐긴다면, 그것도 악취미스럽게 사촌 여동생과의 스캔들을 꾸며댄다는...
그녀는 정말 치열한 순간들을 즐기며- 그녀에게 한번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기에-공부 외에는.

“아니, 그게 아니라...”

그녀에게 말을 걸 던 사나이가 신문을 하나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그 신문에는 먼 거리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희롱하던 사촌 오빠가, 드디어 사랑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가 그 감정을 자각하자마자 상대에게 뻥!하고 차인 것...

“훗.”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 깔깔할 정도로 거친 오라버니가, 자신 외에는 주고받지 않는 그 시시껄렁한 감성을 발휘한 것이다.

한 여배우에게.

“디아길레프라도 되나 이 사람은?”

그녀는 웃으면서 기사를 읽었다. 앞에 정체불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도 잊고.

“그럼...공주님께 소개를 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무슨 말이죠?”

공주는 앞의 상대를 다시 노려보았다. 자세히 보니 남자의 모자로 깊숙이 가린 볼에 살짝 긁힌 자국이 있었다.

“아무래도 최고의 배우를 손에 넣었지만, 후원이 떨어져서 말입니다. 겨우 1인극이나 할 수 있을...”

“아, 디아길레프!”

그녀는 그제서야 신문에서 그 요란한 배우의 후견인을 맡았다는 사람을 알아보았다.

“당신은 그, 우리 왕에게서 여배우를 빼앗았다던 그 사람이군요! 노구진씨 맞나요?”

“...황송하게도...”

간지용의 죽음이 살인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나, 그 도구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의 몸에 어떤 자국도 남지 않았기에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그리고, 얼마 뒤 진상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인 다희의 유모가 정체불명의 열병을 심하게 앓았고...
그 뒤에 그녀는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나이가 많았고, 설마하니 농아가 되리라 생각한 적도 없기에 그녀는 수화도 배운 적이 없었다.
애초에 그녀를 목격자로 지목할 사람도 없었기에...
그녀는 입을 다문 채 다희를 모셨다.

다만 짐작과는 데가 없지 않았던 왕은 노구진과 나다희, 그리고 민시길에게 해외로 나갈 것을 명령했다.
시길의 약혼녀, 경인에게는 전혀 배려가 없었다.
여소장은 평민에서 겨우 올라온 터라, 왕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젊은이 그룹에게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그는 젊은 것들이 지위만 믿고 오만하다며 부인에게 푸념을 늘어놓았고, 그녀 역시 생각이 같았기에 부부는 오래간만에 오붓한 분위기를 가질 수 있었다.
여기서 초조한 것은 그저 경인 한명뿐으로...
그녀의 미모에 반한 소그룹의 청년이 접근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기는 힘들었다.
겨우 상대를 설득해 왕에게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지만 왕은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그녀에게 그저 참으라고만 했을 뿐이었다.

“기다리라. 그대. 진정 사랑한다면 그 사내는 너에게 돌아올 것이니...”

아니면.

그녀가 돌아간 후 빈 알현소에서 왕은 중얼거렸다.

“모든 게 다 허사가 되리라.”

그리고 그는 자신의 사촌 여동생이 탄 배에 그 배우들과 연출가를 태워 귀국하게 했다.
귀국까지는 3일. 크루즈 여객선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 지...그로서는 재미있는 일이었다.
사촌누이도 이런 유희는 제법 즐길 것이다...

“내 여자를 빼앗아갔으니 그 놈들도 벌은 좀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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