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인은 간지용의 사망소식을 듣고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비록 잠깐이긴 했지만 간지용과는 혼담이 오가기도 했고, 아버지의 친구라는 의미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

2층 침실에서 1층 어머니 방으로 뛰어들 듯 소리를 지르자 여소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경인아. 이제 시집갈 사람이 왜 그리 방정이냐.”

그의 말에 뒤이어 여소장의 부인이 조용히 답변했다.

“그래. 아버지 말씀이 맞다. 할 말이 있으면 조용히 하면 되잖니.”

“뉴스 보셨어요?”

“봤다. 문상 하러 갈 생각이었다만...”

“아버지! 틀림없이 그 여자가 한 짓이에요!”

그녀의 외침에 두 사람 다 다시 어처구니 없군. 이라고 동시에 말하고는 그녀에게 다시 말했다.

“그 여자가 누구냐?”

여소장의 말에 경인이 대꾸했다.

“한 사람 밖에 더 있어요? 

“한 사람이라면...”

지용과 막역지우였던 여소장이었기에 금방 알아차렸다.

“...나다희 그 여자 말이냐?네가 어떻게 그 여자를...”

“...문상이나 가요. 여보. 나중에 들으면 되잖아요. 우선은...”

흥분한 경인을 제지하면서 민지린이 남편에게 말했다.

“우선은 급한 문제부터 해결하자구요.”

경인은 그 자리에서 쫓겨나 다시 2층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그야말로 소녀 취향의 연분홍은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녀의 방은 옅은 푸른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레이스도 약간은 있었지만, 극도의 소녀스러움을 지양하는 그녀였기에 약간의 꾸밈과 자연스러움이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아직도 간지용의 죽음을 크게 다루고 있었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면서 시길에게 왔던 다희의 전화를 떠올렸다.
시길이 그녀의 전화를 받고 떠난 후 5분도 안되어서 그녀의 전화가 다시 왔었다.

띠리리릿!

벨소리가 울리고 그녀가 받았을 때.

-여보세요...-

-하아...시길...하아...시길씨...-

-다희씨죠?-

-아...경인씨?아, 미안...해요...아직 거기 있는 줄 알고...근데...근데...간...-

뒷마디는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시길과의 통화에서 그녀가 간지용에게 매를 맞았다는 걸 알았으니까.

-끊겠어요.-

경인은 냉정하게 전화를 끊었지만, 지금 그때의 그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진상은 그녀가 알고 있는 바와는 전혀 달랐지만, 그녀는 명분을 얻은 셈이었다.
살인범에게 내 [남자]를 빼앗길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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