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은 돌아오자마자 원망에 가득찬 다희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원망...그렇다. 원망이다.
구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희를 몇 년이나 지켜봐온 그로서는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무언가가 그 시선에 있었다.
“도대체...”
다희는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당신 날 사랑하긴 하는 거야?”
“.......”
이 상황에서 쏘아보아야 할 것은 자신이다. 구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가 방에 들어섰을 때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영역을 침해당한 짐승이 그런 것 처럼.
“내가 할 말인데.”
구진의 말에 다희는 눈에 살짝 티슈를 갖다댔다.
“내 영역에 다른 놈을 들여놓고 네가 할 말이라는 것이...”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베개가 그를 향해서 날아갔다.
“간지용을 죽여버렸어야지! 네가 한다는 게 고작 몸조리 잘해! 그 말 뿐이라면...난 ...차라리!”
“...죽었다.”
구진은 조용하게 대꾸했다.
“네가 원하는대로 멱을 따다 바치지 않아서 유감이겠지만...우연의 일치랄까. 그 놈 죽었다고.”
“간지용을 방에 들였다고 그런 식으로 나한테 말 한 거야? 그런 거야?”
“...그 놈 죽었다고. 그리고 내가 말 하는 건 그 놈이 아니라 시길이다. 민시길 백작.”
그리고 구진은 천천히 누워있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틀림없이 울었구나. 그리고 전화해서 그 놈에게 오라고 징징댔겠지.”
“...어...정말 죽은 거야...그 사람?”
“텔레비전 틀어서 직접 봐.”
구진은 그렇게 말한 후 가정부에게 아까 전의 그 칼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정확히 4분 후 잘 닦인 칼이 그녀 앞에 놓였다.
“이게 내가 버클 사이로 찔러넣은 칼이지.”
“...도...도대체 뭘 한 거야...”
“난 깊게 찔렀는데 그 놈은 모르더군...그냥 지나갔어. 워낙 폼 잡느라 이것저것 껴입는 인간이니...”
그 말에 다희는 질린 얼굴을 하고 텔레비전을 틀었다. 방금 텔레비전에 지용의 시체가 나왔다. 모자이크가 심하게 되어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용을 보고 자란 그녀는 단번에 그라는 것을 알아보았다.
“난 이런 남자야.”
구진은 그렇게만 말했다.
그 말은 마치 다희에게 이렇게 들렸다.
-난 언제고 너도 죽일 수 있어. 날 배반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