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이 다시 계약 건으로 집을 비우자 정신 차린 다희가 가정부에게 물었다.

“누구 찾아온 사람 있어?”

“아까 전에 주인님이 잠깐...”

가정부의 말에 다희는 한숨을 쉬었다. 

“뭐래?”

“푹 쉬시라고...”

“그 남잔...”

그녀는 한숨인지 아니면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뱉고는 가정부에게 말했다.

“민시길 백작에게 전화해줘.”

“예?”

“정신 없이 울고 나니 생각나네.꼭 오라고 전화 좀 해줘.”

민시길은 그때 경인의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정말 나랑 결혼해주는 겁니까?”

“당신은...꼭 그걸 말로 해야 아시는 거에요? 부끄럽게...”

흰 백합이 가득한 방에서 그녀는 그에게 살짝 입을 맞추었다.

“꼭 약속해줘요. 나만 사랑하겠다고...”

그때 시길의 핸드폰 벨이 울렸다. 시길은 침대에 앉아있는 경인의 옆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았다.

“네...”

“백작님. 꼭 와주셔야겠어요. 마님이...마님이...”

“아, 저기 제가 지금 바로 갈 수 가 없어서...”

시길은 그렇게 말한 후 다시 경인의 곁에 앉았다. 경인의 결 좋은 흑발머리에 입을 맞추고 귀에 손을 갖다댔다.
그리고 그 순간, 다희는 채찍에 맞은 고통에 울면서 턱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는 1분도 기다릴 수 없어 가정부에게 외쳤다.

“왜 안 온대!”

“마님, 이제 전화했는데...”

“온대?”

“그게 바쁘다고...”

“그 핸드폰 나한테 줘!”

가정부에게서 핸드폰을 뺏은 그녀는 다시 시길에게 전화를 걸었다.

때리리리리~


“전화...”

경인은 시길의 품에 안겨 부드럽게 말했다.

“저 전화 안 받아도 되요?”

“꼭 받아야 합니까...난 당신이...”

“그래도 급한 전화인지 모르잖아요?”

경인은 내심 그가 전화를 받지 않길 기대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시길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이라 곧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전화 화면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이 심드렁함에서 경악으로 바뀌는 걸 보는데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네...누님?”

“시길...나...지금 굉장히 아파...제발 나 좀 살려줘...꼭 날 보러 와줘....너없으면...나는...”

그 말에 시길은 벗었던 윗옷을 다 챙겨 입고 철저하게 재킷까지 차려 입은 후 경인에게 이별을 고했다.

“경인씨. 시간 나는 대로 바로 오겠습니다. 지금은 좀 안되겠네요...고맙습니다.”

“...시길씨!”

“미안합니다...좋은 분위기였는데...”

그 말을 하지 않았으면 경인은 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민시길이라는 남자는 그녀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는 수 밖에 없었다.

“좋아요! 맘대로 해요! 어쩌겠어요. 아프다는데.”

“고맙습니다. 경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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