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용은 그대로 풀썩 쓰러…지지는 않았다. 노구진의 팔이 간지용의 버클 사이로 살짝 칼을 찔러넣었기 때문이었다. 간지용은 약간 몸을 움직이긴 했지만 다희에게 채찍질한 후의 만족감으로 감각이 무뎌져 있었다.
그래서 노구진이 스쳐지나가는 순간, 간지용은 여전히 다희를 생각하고 있었다.

“개새끼.”

냉랭한 얼굴로 구진은 중얼거렸다.

“경고했는데도 내 여자를 건드려?”

죽지는 않겠지.
구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예 생각같아서는 죽여버릴 싶지만…마침 미사를 마치고 오는 중이라 죽일 수는 없지. 운 좋은 줄 알아라.]

가정부는 간지용의 채찍질하는 순간, 구진에게 급히 전화를 했다. 마침 노구진은 바로 받기는 받았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진 배우일지라도 한 두명 가지고는 해결이 될 리 없었다.
그래서 어제 그는 다른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서 오디션 장에 있었다. 워낙 거리가 멀었기에  그가 밤새 오디션으 진행한 후 늘 하던 버릇대로 성당에서 미사를 지내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던 것이었다.마침 바로 뛰쳐나온 그 순간 길거리에서 간지용과 마주친 것이었다.
경황없을 와중에 구진은 살의를 느꼈다. 처음부터 칼을 휘두를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간지용의 눈에 배인 사악한 만족감을 본 순간 마치 다희가 죽은 듯한 절망을 느꼈다.

“주인 어른!”

구진이 들어오자마자 가정부가 외쳤다.

“마님이…마님이…”

의외로 침착한 구진에 반해 가정부의 얼굴은 창백했다.
덤덤하게 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 일 없었던 겁니다.”

“네?”

“배우 나다희에겐 아무 일도 없었던 겁니다. 누가 물으면 그렇게 대답하세요.”

“..네..네에.”

“그럼 묻겠습니다. 다희 많이 다쳤습니까?”

“….아…”

“잘 치료해주세요. 그리고 내가 시킨 대로 말하는 거 잊지 말고.”

 노구진은 그렇게 말한 후 칼을 가정부에게 맡겼다.

“잘 닦아주세요.”

“괘…괜찮으세요? 혹시 어디서 칼에 찔리신 건…”

구진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 피가 아니라 개새끼가 덤벼서 그 개 피가 묻은 겁니다.”

가정부는 부들부들 떨면서 냅킨으로 단도의 피를 닦아냈다. 악어가죽으로 싼 손잡이에 불쾌한 간지용의 체취가 훅 끼쳐왔다. 구진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면서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다.

그리고 간지용은 집에 도착한 후에야 자신의 복부에 작지만 깊게 찔린 상처를 발견했다.
그는 평소에 옷을 꽉 끼게 입기 때문에 웬만한 통증은 느끼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아까 전부터 미미한 통증이 있긴 했지만 옷차림에 유난을 떠는 귀부인처럼 별 거 아니라고 넘어갔던 탓이었다.

“의사 불러.”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출혈이 꽤 심하다는 걸 깨닫고 심부름꾼을 불렀다. 주치의는 휴가중이었으므로 바로 치료를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출혈량이 꽤 되는데도 병원으로 간다면? 상대가 노리는 대로 과다출혈로 죽을지도 모른다…

“……”

고개를 끄덕하고 그의 서기가 재빠르게 사라졌다.

“하아…”

아까 전에 서기가 가져온 압박 붕대로 얼추 묶은 후 간지용은 이마에 식은땀이 맺히는 것을 느꼈다.
피에 묻은 채찍은 더 이상 그에게 만족을 주지 않았다.
그저 그가 얼마나 어리석은 행동을 했는지 알려줄 뿐이었다.
나다희가 상처받았다…그녀의 소울 메이트인 민시길…그리고 나다희의 연인 노구진…
이 셋을 완전히 적으로 돌려버린 것이다. 앞으로도 그들 가까이 갈 길을 스스로 차단했다.
여장군의 사위와 각별한 관계인 그들을 적으로 돌렸으니 앞으로 여장군과 이야기하는 것도 껄끄러워질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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