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용은 그 하수인을 때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 그때 생각난 건 예전의 애인이었던 다희였다.
그는 다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노구진과 그녀가 깊은 관계가 되기 전에는 다희에게는 자신이 전부였다. 그는 모든 세상이었고, 모든 아버지였으며, 모든 애인이기도 했다.그녀가 입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아직 그녀가 시가에 남아있을까?
그건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확신했다.
지용이 사준 그 집에는 그녀의 모든 것이 있었다. 아마 그녀는 추억때문에라도 그 집을 팔 수 없을 것이다.
그가 심어놓은 극단적인 예술가 기질은 그녀에게 파괴기질도 같이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를 미워하면서도 거부할 수는 없었다.

“주인마님 계신가?”

그 좋은 예로 그가 그녀를 위해서 고용했던 유모가 그대로 있지 않은가?

“저..어르신.”

유모가 천천히 말을 끌었다.

“오늘은 그냥 가셔야 될 것 같습니다…”

“왜?”

간지용은 한쪽 손에 쥐고 있는 채찍을 흔들어보였다. 하수인을 주먹으로 두들겨 준 후 마시장에서 파는 신상 채찍이 손에 맞아 들고 온 것이었다.

“마님은…이제…”

“아, 뒷말은 듣지 않겠네. 지네가 할 일은 주인마님에게 내가 왔다고 전해주기만 하는 거니까."

“하지만…”

한때의 상전과 무의미한 입씨름을 하는 순간, 그의 채찍의 희생물이 나타났다.
마치 번제에 비쳐질 무구한 양같이 그녀가 머리를 헝클어뜨리면서 나타난 것이었다.
그녀는 간지용의 서 있는 층계 아랫부분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구진이 늘 그랬던 것처럼...말을 걸었다.

“구진?… 내가 자는데 시끄럽게 굴지 말라고 …아?”

흐트러진 흑발에 약간 치켜올라간 눈초리. 다소 푸른 빛을 띠는 검정 눈동자.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멈췄다가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파르르하고 떨었다. 떨린 것이 눈동자이지 눈썹인지는 정확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의 모든 것이 컵에 담긴 물처럼 철렁~하고 흔들리고 말았다.

"날 그 이름으로 부르다니."

순간적으로 지용의 기분이 크게 더러워졌다. 지용은 손에 쥔 채찍을 꽈악 소리가 날 정도로 거머쥐었다.

“가보게.”

유모는 다희의 눈이 흔들릴 때마다 벌어지는 일은 알고 있었다. 너무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저 다희가 크게 다치지 않게만 해달라고 빌면서 주방으로 도망칠 뿐이었다.
노구진이 돌아오면 뭐라고 할까? 하지만 그도 알 것이다. 지용은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상대가 아니니까.
그리고 그녀의 바람대로 지용은 약 1시간 뒤에 돌아갔다. 

“마님…”

층계참에서 실신한 다희를 발견한 유모는 소리죽여 울었다.
지용이 죽거나 완전히 포기하게 될 때까지 이 일은 반복될 것이다. 노구진이 항상 곁에 있으면 피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일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일이 있는 이상 지용과 아예 마주치지 말란 법도 없었다. 

 “아…”

지용은 피의 온기가 가시지 않은 채찍을 쥐면서 만족했다. 저 여자란, 마치 말처럼 다루어야 하는 것이니까.
그때 노구진이 그의 곁을 지나갔다. 워낙 급한 걸음이라 지용을 못 알아본 듯 했다.
그러나 노구진의 칼은 그를 비켜지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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