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가 시작됐다. 시길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누군가를 계속 찾았다.

“그래…자네는...”

종조부가 이야기를 시작했을 때도 그의 눈동자는 불안하게 움직였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경인은 자신도 모르고 시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의 손이 땀으로 가득한 것에 놀라 자신이 먼저 그 손을 놓아버렸다.
그제서야 경인이 자신의 손을 잡았다는 것을 깨달은 시길은 그녀쪽을 한번 보고 살짝 웃어보였다.

“네.”

그 웃음에 경인은 그제서야 마음을 놓고 그의 손을 다시 잡았다.

“현재 우리 경인이랑 결혼하려고 하는 거지? 그렇지 않나?”

“네. 물론입니다.”

아니야. 그가 속으로 대답했다.

“자넨 배우라서 아름다운 여배우들도 많이 따르고…특히 누구라더라? 모 여배우랑 각별한 사이라고 들었는데…”

새로운 황제가 충성맹세를 다 새로 하면서 귀족이 아닌 종조부를 불렀던 것이었다.
여배우에게 손을 대지 못했던 그는 약간의 불평을 하면서 경인의 종조부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슬쩍…그러니까 아주 슬쩍 그녀와 그의 파트너십에 대한 불평도 늘어놓으며…
그때 종조부는 시길을 처음 보았다.
충성맹세를 하던 시길은 화면에 나왔을 때보다 더 맥이 빠져보였다.

“아, 다희누나가 없으면 저도 없었습니다.”

시길의 대답에 경인이 잠시 잡았던 손을 놓았다. 뭔가 뭔가 조금 이상했다.

“그녀가 절 처음 발견했죠.”

“그럼 그녀를 사랑하나?”

종조부가 너무 나갔다고 생각한 종조모가 그의 팔을 살짝 건드렸다.

“아닙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시길은 확신을 담아 대답했다.
“경인양입니다.”

그 말에 경인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만…”

“다만?”

민지린이 자신도 모르게 뒷말을 따라했다. 그녀로서는 딸이 엄청난 양의 재산을 상속받는 것이 중요했다.
물론 시길이 귀족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제 스스로가 꾸린 재산이 얼마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넨 상속받은 영지가 있지 않나.”

이번에는 여장군의 동생이 대꾸했다.

“그게…전부 다 빚이었는데다가 여장군님의 고모할머님이 빚을 변제해주시고 제 후원도 어느 정도 해주셨다고 하더군요…그게 친아들이 나타나서 다시 받아가겠다고…”

그 말에 여장군이 벌떡 일어났다.

“말도 안되는 소리!”

“아버지!”

여장군은 일어나서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때 여경인이 그를 불러 그의 화를 가라앉혔다.

“결혼은 제가 해요. 아버지가 하시는 게 아니에요. 더더군다나 오늘이 상견례 날이었잖아요.”

“…결혼은 네가 하지만, 그 결혼 시켜주는 사람이 부모라는 걸 알아야지.”

여장군은 화를 삭히지 못하고 냉랭하게 대꾸했다.

“전 누더기를 입고 가도 괜찮아요.”

“얘!”

민지린의 말에 시길이 정신이 깨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절 데려가면 저하고 어떻게 지낼 건가요?”

경인이 천천히 시길의 손을 꼬옥 잡았다.

“우선은 배우니까 무대에 서겠죠…”

“됐어요. 그걸로.”

경인이 입을 약간 벌리고 웃었다. 그 오밀조밀한 치아가 살짝 보이는 것이 시길에게는 무엇보다도 값지게 느껴졌다.

“절 누구보다 사랑해주세요.”

경인이 다른 사람들이 소란을 부리고 있는 동안 그의 귓가에 살짝 속삭였다.

“그럼 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을 믿고 따라갈테니까요.”

다들 불쾌하다면 일어섰고, 식탁위의 음식이 온기를 잃기도 전에 떠나가버렸다.
시길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처음으로 경인에게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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