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처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간지용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덩치의 뺨을 후려갈겼다.

“도대체 그런 일 하나 제대로 못하고!”

“…죄송합니다.”

시길에게 협박했던 남자였다. 그는 시길이 가는 길을 막고 서서 이렇게 말했었다.

“도둑놈아.”

“네?”

화면에서 두드러지던 화려한 얼굴의 젊은이는 그날 따라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뭔가를 한참 고민하는 듯한 얼굴빛이었다. 배우라서 다르긴 달라…하고 순간적으로 협박남은 생각했다.

“내 재산을 내놔!”

“…네?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그 덤덤하기 짝이 없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라는 문장은 그 젊은이가 말하자 마치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느껴졌다.

“나는 여장군의 고모할머니의 사생아야. 내가 받아야 할 돈을 어째서 네가…”

협박남의 말에 시길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일이 그렇게 된 거 였군요. 내가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미처 못했는데…”

“알고 있었어?”

의외의 답에 협박남은 기가 질린 듯한 태도를 보였다.
방송에서 별명이 백치남이라더니만 그래서 그랬군…이라고 속으로 납득했다.

“음, 치료비로 다 들어간 줄 알았는데 저택이 그대로 있어서 의문이었죠.”

그 백치남은 고개를 잠시 들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협박남 주위로도 여러명의 인상 험악한 친구들이 제법 있었다. 개중에는 못이 잔뜩 박힌 각목을 든 사람도 보였다. 다 시대의 착오같았다.

“돌려드리죠.”

쌈빡하게 시길이 대꾸했다.

“우선은 상견례부터 마치고 바로 돌려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상속서류가 그렇게 되어 있는 건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군요…친자확인은 하셨습니까?”

협박남은 기가 질려버렸다. 협박해도 왠지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이 남자 앞에서는 세상 모든 일이 그저 간단한 일처럼 여겨지는 걸까?
재산에도 집착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인기나, 협박에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심지어는 빨아들이기까지하는 이런 남자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까?

“아니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왜 그걸 너한테 확인시켜줘야 하냐!”

“…제 주소는 여깁니다.”

시길은 자신의 옷에서 명함을 꺼내서 그에게 내밀었다. 마침 새 명함을 팠기에 그는 어느 누군가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었다. 아니, 자신의 눈으로도 새로 확인하고 싶었다. 자신의 소속이 바뀌었음을. 그리고 자신의 절대적인 파트너와 한 자리에 있다는 그런 안도를 확인하고 싶었다.

“알았다! 그럼 결혼식에 찾아가서 유산을 되찾아오겠어.”

협박남의 말에 시길이 미미한 미소를 지었다.

“꼭 그렇게 하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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