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초친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공자까지 합세해서 덤벼든 탓이었다.
“우릴 우습게 보는 거요?”
처음에는 간단히 맛만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그가 끼어들자마자 묘한 일이 발생했다.
방향을 알 수 없는 곳에서 계속 암기가 던져진 덕분이었다. 그를 정통으로 겨냥한 것이 분명했다.
“오라버니!”
외치는 소리와 함께 설한의 몸이 잠시 기우뚱했다. 암기가 그의 몸을 정통으로 꽂히려는 그 순간 한빙이 던진 은자가 그 암기를 쳐냈다. 암기는 다른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땅바닥에 부르르 소리를 내면서 꽂혔다.
그리고 은자는 다시 각도를 달리해서 하늘로 튕겨올랐다가 호랑이의 등에 탄 한빙의 손으로 사라졌다.
“어머나!”
비무초친을 하던 아가씨가 얼굴을 붉혔다.
“이것…때문에?”
공자가 그녀를 이기기 힘들었던 것도 중간 중간 던져졌다 그 암기때문이었다.
그것을 안 그녀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비무초친은 이걸로 끝내겠습니다. 누군가가 계속…”
그 말을 다하기도 전에 그녀를 향해서 한빙의 채찍이 날아갔다. 빙타편이라고 애칭으로 부르는 그 채찍을 휘두르자 소녀는 얼른 목을 숙여 그 위기를 넘겼다.
“감히 비겁하게 암기를 쓰고 넘어가려고!”
한빙의 오해에 소녀는 기가 막힐 뿐이었다. 그저 사랑하는 공자와 한 가정을 꾸리기 전 잠시 추억용 비무초친이 이렇게 살벌하게 변할 줄이야.
“소녀는 그런 일은 하지도 않습니다만, 공격은 받아들이죠.”
“오호! 그렇다면 오라버니! 이거 받으세요!”
한빙은 설한에게 표창을 던졌다. 장식용 나방모양을 한 표창 2개와 할미꽃 모양을 한 표창 4개가 날아갔다.
“누이…이건 필요 없는데…”
누이가 일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외쳤다.
“저건 빙궁의 공자가 아닌가? 들어본 적이 있어. 쌍호접과 화접을 쓰는 사내가 있다고…”
그 탄성이 미처 귀에 닿기도 전에 소녀는 한빙의 너울을 벗길듯한 기세로 쌍장을 휘둘렀다.
그리고 그 쌍장과 더불어 공자가 가느다란 반지 하나를 튕겼다. 설화가 은자를 튕겨서 혈도를 누른 정도는 아니지만 정교한 손놀림이었다.
“이것은 소저에게 줄 것이었지만 어쩔 수 없지요…”
그 말에 소녀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그 상황을 다 보면서 공격 횟수까지 생각했던 한빙은 별로 놀랄 것도 없느 태도로 너울을 슬쩍 들어올려 공자의 반지를 움켜잡았다.
“어어…”
“반지는 고맙게 받겠소. 공자님.”
그녀는 얼굴을 까딱하고는 설한을 향해서 말했다.
“오라버니! 암기를 던진 자를 찾아서 그 표창으로 혼내줘요!”
“벌써 도망간 것 같단다.”
설한은 한숨을 푹 쉬고는 한빙이 거의 무시하고 있는 공자와 소녀를 향해서 말했다.
“실례했소. 침만 날아오지 않았다면 상대를 충분히 해드렸을 테지만…”
“저…정말 빙궁의 공자님이십니까? 그럼 이분은…?”
공자는 순간적으로 얼굴이 굳어버렸고, 소녀는 공자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사납게 한빙의 쳐다보았다.
“…미안하오. 괜히 비무초친을 망쳐버렸구료.”
“오라버니!”
한빙이 신경질적으로 그를 불렀다.
“바깥 세상의 이상한 사람들과 그만 이야기해요! 여긴 정말 다 이상해요. 비무초친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 오라버니가 다툼을 하고, 객주 사람들은 어째서 과일에 마비약을 넣어서 인육 만두를 만드는 것이지요?”
그녀에게는 갑자기 험한 세상살이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말에 공자가 갑자기 읍했다.
“죄송합니다. 궁주님. 제가 잘못하였습니다. 미처 알아뵙지 못하고…”
“괜찮아요.”
궁주는 아니지만 어쩄든 그녀는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때 뚱뚱한 한 사내가 관아로 달려가겠다는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남자는 바로 한빙이 은자로 혈도를 눌렀던 주방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