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빙은 해가 중천에 뜨자 방안으로 거의 기어들어가듯 들어갔다.오라버니야 예전부터 밖으로 돌던 이라서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녀는 바깥 생활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설호와 전서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희디 흰 손을 내저으며 내공을 운기했다. 그런데 바깥에서 쑥덕쑥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간만에 구한 것이니 삶을까요? 아니면 구울까요?”

그녀는 순간적으로 놀라 하마터면 기를 소모할 뻔 했다. 귀를 쫑긋이 새우고 듣자니 밑층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다.

“둘 다 삶아서 양념을…”

“삶기에는 둘다 너무 살이 희지 않습니까? 간장으로 삶으면 그 색깔이 다 가버릴텐데요.”

“쉿…조용히 하거라. 겨우 과일을 먹여서 재워놓았단 말이다.”

칼을 열심히 갈라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드문드문 요리를 잘 해야 한다는 말이 들려왔다.
그녀는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아까 전에 오라버니가 나선 것이 점심 먹고 나선 후이니, 저녁식사를 하기에는 아직 한참도 남은 시간이었다.

-이것들이 우리를 토막칠 생각이구나…-

그녀는 내공을 연기하던 것을 멈추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리고 손으로 은자를 꺼내서 숙박비를 아래층으로 던졌다.
물론 그녀의 무공이 실린 은자라 그냥 던진 것도 아니었다. 묘하게 방향을 튼 은자 한 닢 한 잎들이 요리사의 이마를 찍고, 나머지 한 닢은 삶는 게 아깝다고 떠든 사내의 목을 찍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사내들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

혈도를 절묘하게 찍은 것이라 그들은 누군가가 그들을 발견해 혈도를 풀어주지 않으면 움직일 수도 없었다.
그리고 그 혈도를 찍은 은자는 다시 회전하여 돈궤옆에 나란히 놓여졌다.

“탐욕스런 자들.”

그녀는 방에서 여관의 1층으로 몸을 날려 내려왔다.

“잠시 그러고 있거라. 내 오라비를 모시고 올때까지…그동안 설호가 너희들을 돌보아 줄 것이다.”

잠시 후 그녀의 휘파람을 듣고 달려온 설호가 그들을 지키기 시작했다.
몸이 굳어지신 했지만 그녀의 행동과 말을 들은 그들은 오줌을 쌀 정도로 공포에 젖어들었다.

“인육만두라…들어본 적은 없지만…요즘 도시 사람들은 그렇게 사악한 짓을 한단 말인가?”

그녀는 그렇게 말한 후. 전서구를 날렸다. 그녀의 오라비인 설한을 찾기 위해서였다.
설한은 그녀보다는 세상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섣부르게 행동해서-이미 이들의 혈도를 찍은 것부터가 섣부른 행동이긴 했지만.-일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오라버닐 찾아오거라.”
그녀는 설호와 전서구에게 그런 명령을 내린 후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너희들도 찾아보고 나도 찾아보는 게 낫겠다. 어서들 가보거라. 나도 곧 움직이마.”
 
그녀는 빙궁에서 나올 때 받았던 흰 너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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