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이 이토록 예민하게 구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여왕의 후계자인 왕자때문이었다.
그는 여왕의 친자가 아닌 사촌동생의 아들이었다.
여왕의 사촌동생은 다른 나라의 왕비로 가 있었지만 워낙 소국이라 조만간 사라질 국가였다.
그래서 여왕과 사촌동생의 이해가 일치, 왕자가 고려왕국의 후계자가 된 것이었다.
왕자는 어학에 그리 능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 평민, 귀족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가 웃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연극이 열릴 때 뿐이었다. 여왕도 그것을 알았기에 왕자의 유일한 낙을 뺏지 않고, 왕립연극단을 통해 그의 웃음을 만들어주고 있었다.
왕자는 또한 사교술이 서툴러서 연극단원들에게 뭔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연극단원들은 그들의 가장 큰 후원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걸 다 아는 단장으로서는 속이 타지 않을 수 없었다.
더더군다나 여왕은 지금 병중이었다.
[연극단원들에게까지 알릴 필요는 없어.]
여왕은 침상에서 단장에게 말했다.
[다만 왕자의 즉위식이 안정된 상황에서 열리기를 바라지.축하연은 특히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여왕은 오늘 내일 하고 있었다. 실무자놈들은 얼을 빼놓고 있는 상황이니 그 몫을 다 짊어지는 것은 그의 몫이었다.
왕자에게 뭐라고 해명을 할 것인가? 그가 그토록 공을 들이는 극단원들이 지금 해체 위기라고?
“어서 오게.”
왕자는 신발을 신고 있다 말고 그를 맞았다.
“폐하께 갔다 왔나?”
“네…”
“상태는 자네도 익히 알고 있겠지. 저 상태대로라면 1주일을 못 넘기네. 즉위식 준비도 거의 다 끝냈고…남은 건 의전행사뿐인데…”
거기서 왕자는 말을 흐렸다.
“의전행사 중에 연극도 들어있었지?”
“아…네.”
저절로 식은땀이 흘렀다.
“그 중에 민씨 가문출신의 배우가 있다고 들었는데. 빼야겠다.”
그의 단도직입적인 발언에 단장이 입을 쩍 벌렸다.
“즉위식때는 충성 서약도 받으니, 이젠 작위를 물려받았으니 충성 서약을 해야 되지 않겠나…더더군다나 여장군의 여식과 결혼을 한다니.”
“…..”
“그리고, 내가 잘못 들은 것 같은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
왕자가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서늘한 표정을 지었다.
“극단 내의 연애사건.”
“네.”
“내가 금지하자고 하지 않았던가? 어떻게 배우 둘이 도망을 치나? 그것도 즉위식이 언제 치러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건 단순한 심술이었다. 아무리 연극을 좋아하는 왕자라고 해도, 배우들 중 일부가 나간다고 해서 연극이 안되리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단순 그 자체였다. 더더군다나 구진은 배우가 아니라 연출이었다.
“……”
“다희를 꼭 데려오게. 구진인가 나발인가 하는 놈은 필요없어. 꼭 즉위식에 맞추어서 데려와. 내 즉위식끝나고 둘이 은밀히 할 말이 있으니.”
“…왕자님, 제가 드릴 말씀…”
“다 필요 없네. 자넨 그 여자만 데려오면 되는 거야. 내가 그날 밤 특별히 그 여자에게 성은을 내릴 테니까.”
왕자의 연극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은 결국 이것밖에 안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