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진은 돌아오는 길에서 애꿎은 돌멩이를 발로 차서 멀리 날려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간지용이라는 사람이 기분이 나빴다. 그가 물론 단련해줘서 다희의 연기력은 발군이었다. 그러나…
‘기분 나쁜 놈.’
구진은 사실 다희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전체가 기분이 나빴다.
걔중 가장 심한 게 시길이었고, 그 다음은 간지용이었다.
‘그 앤 내거야.’
만나기 전에 전화를 걸었을 때 그가 휴대폰에 대고 한 말은 단 한마디였다.
‘누가 그놈 거라고 정해놨나.’
다시 자잘한 돌이 보였고, 구진은 다시 발로 차서 멀리 보냈다.
‘다희는 내 여자라고.’
처음 발로 찬 건 지용이었고, 두번째 발로 찬 건 시길이었다.
‘누나는 우아하고 선량한 아가씨죠.’
스토커로 부터 목숨을 구해줬으니 다희는 또 얼마나 시길을 생각하며 마음 아파할까.
시길이 더 이상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러고보니 그녀석 입원한 병원이 이 부근에 있었지.’
구진은 입을 모아서 중얼거렸다.
“주연으로 올려준다 했으니 약속은 지켜야 되고…열심히도 하니까, 뭐…병문안 정도는 괜찮겠지…”
그는 병원 간호사에게 시길의 병실 번호를 받고, 시길의 병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본 건.
“어…여기 민시길 환자자리 아닌가..요?”
다희가 아닌 머리를 쫑쫑 땋은 아름다운 아가씨 하나가 시길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노구진 선생님이시죠?”
“…아, 네…”
“초면에 실례가 많습니다. 여장군님댁의 여경인이라고 합니다. 시길씨하고는 어릴 적에 인연이 있어서…”
“아, 네.”
요즘 사교계를 달구고 있는 미모의 여인. 소문으로만 들었었다.
시길의 옆에 서면 정말 잘 어울릴 것 같은…
“늘 저는 이분이 잘 때만 와요.오늘도 깨지 않네요.”
경인은 답답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내려놓았다.그리고 구진에게 말했다.
“전 이만…”
구진은 답답한 표정으로 시길을 바라보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 감이 잡히는 게 있었다.
하지만 입밖으로 내지 않는게 그의 장점이었다.
구진은 계속 시길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리고…
되돌아서려고 할 때
“다희 누나?”
시길이 깨어났다.
아니다. 이 시키야. 라고 말하고 싶은 걸 참으면서 구진은 고개를 돌렸다.
막 문간 앞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다희가 있었다.
노구진은 왠지 모르게 기분이 더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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