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구스호의 침몰

이 이야기는 내가 오래 전 왜로 갔을 때 들었던 것이다.
그곳은 참 기이한 곳으로, 태정대신이 다실을 만들었을 때 황금의 출처에 관한 것이었다.
왜의 황금 채굴은 거의 정해져 있다시피 했는데, 태정대신의 황금 다실은 엄청난 양의 금으로 도배한 것이었다.
왜국의 다이묘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대신은 틀림없이 끝도 없는 황금을 가졌을 거라고 억측하기 일쑤였다,
지금에 와서야 말이지만, 그 다이묘들이 황금의 출처를 알 수 없는 것은 분명해보였다.
그 이야기가 진짜라면 대신의 황금은 세계전체를 다 감싸고도 남았을테니까.

"마이너스씨는 아직도 차도가 없습니까?"

내 말에 내 친구, 후루베가 대답했다.

"네...아직도 차도가 없군요. 대신이 가차 없었던 모양입니다...그래도 다행입니다. 천민을 베듯 베지 않고, 비록 외국인일지언정 사무라이로 대접하여 자결을 명하셨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완전히 상하기 전에 명을 취소하시어서 목숨은 건졌습니다만, 그래도 목숨만 건진 것...이지요."

 "......"

야만적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무사는 무사의 법도가 있으니까.

"골든 구스의 출항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내말에 후루타가 고개를 저었다.

"여전히..."

"대신도 너무하시는군요..."

"아무래도 리큐 선생이 죽었으니까요..."

리큐 사후, 그 다음가는 자리를 가지게 되어도 불안한 모양이다. 하긴 그럴 것이다. 대신의 황금다실을 반대한 리큐를 죽였으니 그 다음이 후루타님이 될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마이너스 선생도 황금다실을 반대했었지요?"

"뭐, 거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후루타 선생은 다이묘이면서도 예법에 깎듯했다. 역시 외국인인 나에게조차 격을 갖춰 대접해주었다.

"선생만 아셔야 합니다."

후루타가 무릎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실은...말입니다..."

그래서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대강 이러했다.

크리스트교도인 내가 믿을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는 그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존 마이너스는 왜에서는 잘 알지도 못하는 저 머나먼 아메리카라는 나라에서 왔다고 했다.
그가 어쩌다가 오사카까지 왔는지는 모르나, 오키나와에서 오사카까지 올때 그의 부하들은 다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다만 그만이 살아왔는데...
거기에는 그가 애지중지했던 거위가 있었다고 했다.
그 거위가 황금알을 낳는다고...그래서 다이묘들은 그 거위를 지키기 위해서 존 마이너스를 살려두었다고 했다.
다행히 마이너스도 고국에서는 몸을 지키는 능력이 제법 있어, 거위를 볼모삼아 대신을 만나러 왔던 것이다.

"그럼 거위는 어디 있습니까?"

내 말에 후루타가 고개를 저었다.

"대신께서 갖고 계실테지요."

호탕한 성격의 태정대신이 그럴 리 없다 싶었지만, 사람 마음은 모를 일 아니던가.

"그래서 마이너스씨가 저렇게 된겁니까? 자결하려다가 실패해서 저렇게 누워..."

아니, 그 순간 나는 봤다. 이불 가장자리에 맺혀 있는 사금을...

"거위는 아마 죽었겠군요."

내 말에 후루타가 의미있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슬프기도 하고 어설프게 웃는 것 같기도 했다.

"대신께서는 꼭 그 다실을 만드셔야 했으니까요...거위는 지금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한 채 알만 만든다고 합니다."

"그 거위가 죽을 때까지 마이너스씨도 저렇게 있어야 하는군요...어차피 곧 죽을 거긴 하겠지만..."

"....."

후루타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쉬고 후루타에게 내가 네덜란드 상인으로부터 받은 약제품을 건네주었다.
마이너스가 조금 신음소리를 냈다.
후루타와 나도 동시에 한숨을 쉬었다.

황금다실을 그 크기만큼 황금으로 다 채우려면, 도대체 얼마나 많이 거위에게서 알을 뽑아야 할까...
아니, 거위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가 필요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황금다실을 만든 후 겨우 풀려났던 마이너스의 손에는 죽은 거위가 들려 있었다.
마이너스의 온 몸은 쇠약했지만 그는 그 거위를 쓸어안으면서 일본인 기리시탄 교도들을 배에 실었다.
그리고 그는 일본 기리시탄 교도들을 실은 골든 구스호를 서서히 출항시켜 중국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골든구스호 출항!"

마이너스는 그나마 벗어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면서 큰소리로 외치면서 항해를 시작했다.
그러나..골든구스호는 왜의 선박으로부터 대포를 맞아 침몰하고 말았다.
나와 마이너스가 능숙한 일본어로 외쳤지만, 반대편에서도 포가 날아왔다.

"이게 무슨 짓!!이오!!"

라고 외치는 순간, 저 먼 바다에서 조선 해군의 모습이 보였다...
이것이 바로 조일 전쟁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대신을 친전했을 때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새는 울때까지 두는 것이다. 우는 것이 쓸모이니, 다 울고 나면..."

황금다실은 끝났다.
대신에게 있어, 이 모든 것은 끝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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